한국의 ‘텐 테너스’, ‘더 클랑(The Klang)’ 스타트업


한국의 텐 테너스’, ‘더 클랑(The Klang)’ 스타트업 
K-POP을 넘어 K-Vocal의 시대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보컬앙상블의 탄생과 비전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들의 활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오페라의 웅장함과 대중음악의 감성을 결합한 이들의 무대는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수많은 관객을 매료시켜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그룹 ‘텐 테너스(The Ten Tenors)’를 표방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할 남성성악앙상블 ‘더 클랑(The Klang)’이 창단됐다. 이 기회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더 클랑’의 창단 배경과 함께 세계적인 보컬그룹의 현황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국의 텐 테너스를 꿈꾸다
‘더 클랑’의 시작은 한 개인의 오래된 후회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더 클랑’의 최종호 대표는 과거 리츠칼튼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거장 파바로티를 마주쳤으나, 용기가 없어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것을 오랫동안 후회해 왔다. 그러던 중 2024년 연말, 한 성악가와의 만남을 계기로 설 무대가 부족한 성악가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인 아들의 결혼식 축가였습니다. 당시 성악가들과 함께 축가를 부르며 ‘중창에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을 얻고 나름 팀 구성을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는 팀 구성원을 11명으로 확정했다. 당초 예수님의 제자 수인 12명을 고려했으나, 단장을 맡은 바리톤 김동섭이 “그럼 가롯 유다는 누가 할 건데요?”라는 농담 섞인 조언을 던지며 11명으로 정리된 것. 이는 텐 테너스(10명)보다 많으면서도 독창적인 구성을 갖추겠다는 의지가 담긴 숫자라고 할 수 있다.
더 클랑은 단순한 실력자들의 집합이 아니라는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남성 성악 중창단’이라는 목표 아래 까다로운 선발 기준을 적용했다. 첫째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팀이라는 신앙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삼았고 무엇보다 음악 이전에 사람 됨됨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물론 개개인의 기량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조화(블렌딩)까지도 중시하는 성악가들을 선발했다.
“특히 음악적으로는 전형적인 4부 합창이 아닌, 베이스를 제외한 남성 3부 편성을 택해 색다른 울림을 추구하기로 했습니다. 팀의 중심에는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바리톤 김동섭(단장)과 바리톤 석상근이 있으며, 총무는 테너 하세훈이 맡아 살림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또한 김주현 지휘자의 추천으로 영입된 테너 장주훈, 이재명 등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조화를 이루었고요.” 창단 직전, 공석이 된 바리톤 자리에 안대현이 극적으로 합류하며, 김동섭 단장과 대표가 동시에 ‘완성체’를 외칠 만큼 완벽한 퍼즐이 완성되었다. 

2026세계를 향한 울림의 시작
‘더 클랑’라는 이름에는 ‘깊은 울림(Klang)’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들은 K-POP이 세계를 휩쓰는 지금, 클래식·크로스오버 영역에서도 한국 남성 성악가들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2026년 청사진은 구체적이다. 우선 신곡 ‘함께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음원을 발표 및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할 계획이다. 당장은 오는 2월 13일 오후 7시반 평택아트센터를 시작으로 한 전국 투어와 5월 가정의 달 기획 공연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대중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준비 중이다.
“한국적인 위상에 맞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공헌활동도 펼치고자 합니다. 공연 10회 중 1회는 자비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자선 공연을 원칙으로 삼아, ‘돈이 목적이 아닌’ 선한 영향력을 실천할 계획이거든요.”
최 대표는 음악코치 정지은, 전속 편곡자 박형준 등 최고의 스태프들을 합류시켜 지난 1월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음악회를 깃점으로 본격적인 항해의 닻을 올리고 있다. 텐 테너스가 호주 브리즈번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그룹이 된 것처럼, 한국에서 탄생한 ‘더 클랑’이 머지않아 세계적인 성악앙상블들에 필적하는 그룹으로 성장할 것임을 의심치 않고 있다.
그러면 다른 보컬 그룹과 비견해 더 클랑만의 음색적 특징은 무엇일까? 더 클랑은 단순히 인원이 많은 것을 특징으로 하지 않고 멤버 구성과 파트 배분을 통해 확연히 다른 소리의 질감(Texture)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텐 테너스는 테너라는 단일 성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고음과 에너지, 직관적인 감정 전달에 집중하지만 더 클랑은 11명의 인원으로 구성하되 남성 성악 파트를 모두 갖추고 있는 까닭에 가장 낮은 음역인 베이스와 테너와 바리톤(김동섭, 석상근, 안대현 등)의 조합을 통해 기존 합창과는 다른 ‘색다른 울림과 블렌딩(Blending)’을 청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깊은 울림(Klang)’과 고급스러운 세련미
더 클랑의 특색 은 음악이 전달하는 분위기와 지향하는 소리의 결에도 여타 보컬그룹과 차이가 있다. 텐 테너스의 경우 오페라 아리아부터 록 음악(퀸, 엘튼 존)까지 넘나들며, 완벽한 음정보다는 관객과의 호흡과 넘치는 에너지를 중요시하는 콘서트형 사운드를 들려주는 반면 더 클랑은 ‘깊은 울림’이 의미하듯, 웅장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리를 지향한다. 전속 편곡자 박형준을 통해 대부분의 곡을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편곡하여, 에너지 위주의 사운드보다는 정제되고 조화로운 하모니를 강조하는 것이다.
“인적 구성에서 오는 소리의 두께도 다르겠죠. 저희는 날카롭고 시원한 음색보다는 테너(하세훈, 장주훈, 이재명 등)의 화려함에 묵직한 바리톤(김동섭, 석상근 등)이 더해져 소리의 중심을 잡아주거든요. 이는 테너만 있는 구성보다는 훨씬 두터운 중저음의 배음(Overtone)을 형성하여,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텐 테너스가 테너 특유의 고음과 에너지를 극대화한 다이내믹한 사운드라면, 더 클랑은 지나치게 무거움은 피하되 바리톤을 통해 깊이를 더한, 세련되고 밀도 높은 블렌딩 사운드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한편 더 클랑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 디보(Il Divo)’나 ‘일 볼로(Il Volo)’와 같은 크로스오버 장르를 공유하지만, 팀의 규모, 성부의 구성, 그리고 결성 철학에서 명확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인원수와 소리의 건축 방식이다.
일 디보와 일 볼로는 각각 4인조 혹은 3인조(일 볼로)의 소수 정예 멤버로 구성되어,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와 음색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반면 더 클랑은 대규모 인원으로 구성되어 솔로 중심이 아닌 웅장한 합창적 울림을 연출해내기에 그 감동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3부 또는 전형적인 4부 합창 형식으로도 능동적으로 편성되어 그 어떤 곡도 소화해낸다는 점이다.
바리톤 김동섭은 “저희 더 클랑 창단이 K보컬의 세계적인 진출의 교두보가 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 클래식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대중들에게 깊은 위로와 기쁨을 전한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고요 ‘더 클랑’이라는 이름만큼 웅장하고 깊은 울림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그날을 기대해 본다.” 며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다음은 지난 1월 20일 창단연주회겸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음악회의 현장을 스케치한 내용이다. 

한불수교 140주년의 서막, '파리의 선율롯데콘서트홀 흐르다
지난 1월 20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은 유난히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더 클랑 신년음악회 - 파리의 선율’이 관객들의 폭발적인 환호 속에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신년음악회를 넘어, 한국과 프랑스의 깊은 문화적 유대를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새로운 한 해의 희망을 노래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사실 공연 시작 전부터 롯데콘서트홀 로비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1부의 마지막 곡인 '민중의 노래'가 끝났을 때와 2부의 협연 무대가 마무리되었을 때,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브라보'가 터져 나왔다. 특히 앙코르 무대까지 이어진 열기는 공연이 종료된 후에도 식지 않았고 관객들은 끝없는 박수로 연주자들과 성악가들의 열정에 화답했다. ‘파리의 낭만과 클래식의 웅장함을 동시에 만끽한 최고의 무대’라는 호평이 쏟아지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는 후문이다. 

압도적 에너지를 선사한 남성 중창단 더 클랑(The Klang)’
이번 무대의 주인공인 ‘더 클랑(The Klang)’은 대표 최종호를 필두로, 단장 바리톤 김동섭을 비롯해 석상근, 김병희, 안대현, 테너 민현기, 하세훈, 오상택, 김재민, 장주훈, 이재명 등 국내 정상급 기량을 갖춘 남성 성악가들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이들은 이번 신년음악회를 시발점으로 하여 전국 순회공연을 추진하며 더 많은 대중에게 남성 성악의 힘을 전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무대에서는 중창단의 신곡인 '희망의 찬가(Chanson de l'Espoir)'를 처음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더 클랑 외에도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바이올리니스트 전진주가 무대를 빛내주었다.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중학교 1학년 때 홀로 프랑스로 건너가 콤피엔느음악원을 5개월 만에 1등으로 졸업, 루앙 국립음악원을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천재 피아니스트 임현정. 이어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 입학 및 최연소·최우수 졸업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그녀는, 데뷔 앨범으로 한국인 최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와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를 동시에 거머쥐며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유튜브에 올린 '왕벌의 비행' 영상이 조회수 36만 회를 넘기며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한 그녀는 이날 무대에서도 독보적인 타건과 카리스마를 뽐냈나.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전진주는 선화예중·고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거쳐 미국 이스트만 음대에서 석사와 전문연주자과정을, 매릴랜드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엘리트 연주자다. 탄탄한 테크닉과 안정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국내외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아 온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사라사테의 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지휘자 최영선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하모니
이 모든 선율을 조율한 지휘자 최영선은 비엔나 시립음대에서 피아노를,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실력파다. 국립오페라단 부지휘자 등을 역임하며 다져온 정교한 리더십으로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최영선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97년 창단된 전문 교향악단으로, 클래식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정통 클래식부터 영화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안정적인 앙상블과 밀도 있는 사운드는 이날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프랑스 음악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1부에서는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 '꽃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이 연주되었고,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로 낭만을 더했다. 2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전진주가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했으며,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최종호 대표는 "한불수교 1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파리의 정취를 관객 여러분께 전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추운 겨울 공연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의 폭발적인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더 클랑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전국 곳곳의 관객들을 찾아가겠다"고 답례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파리의 선율’ 신년음악회는 관객들에게 새해의 희망과 위로를 건네며 2026년 클래식 공연계의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세계를 사로잡은 보컬 그룹들의 계보
더 클랑이 나아갈 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전설적인 그룹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성악의 대중화를 ‘사건’으로 만든 전설, ‘쓰리 테너(The Three Tenors)’를 꼽을 수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 야외 공연과 스타디움 콘서트의 가능성을 열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성악 크로스오버 사례로 남았다. 이후 등장한 그룹들은 각기 다른 색깔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왔다.
‘일 디보’(Il Divo)는 테너와 바리톤 중심의 4인조로, 클래식 발성에 팝 발라드의 정제된 감성을 더해 ‘성악 발라드’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일 볼로’(Il Volo)는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트리오로, “오페라는 늙은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고 전통 성악의 정서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외에 G4는 영국 출신 남성 4중창단으로 웅장한 화성과 합창적 블렌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더 클랑’이 가장 직접적인 롤모델로 삼고 있는 그룹은 바로 호주의 ‘텐 테너스(The Ten Tenors)’. 1995년 결성된 이들은 ‘열 명의 테너가 하나의 숨으로 노래한다’는 철학 아래 푸치니와 베르디 같은 정통 오페라부터 퀸, 엘튼 존의 팝 음악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들은 완벽한 음정보다 관객과의 호흡과 에너지를 중요시하며,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를 순회하며 클래식과 대중의 경계를 허물어 왔다.
이외에도 킹스 싱어즈 등 국내 내한 공연했던 그룹들도 많지만 ‘더 클랑’과 비교하기에는 장르과 구성면에서 거리가 있기 때문에 상세한 소개를 뒤로 미룬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