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기획의도
무엇을 기록하는가
영화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언어, 영화음악을 기록합니다
우리는 영화를 기억하지만, 그 영화의 기억을 완성한 음악까지 충분히 기록하고 있을까요? 영화는 오랫동안 감독과 배우의 작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터뷰와 평론, 연구를 통해 기록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과 장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언어인 영화음악, 그리고 그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음악감독의 생각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영화음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음악감독은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감독과 어떻게 협업하는지에 대한 기록은 더욱 필요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창작은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이러한 기록의 공백에서 출발합니다. 영화나 OST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감독의 창작 철학과 제작 과정, 작품 속 음악이 단순히 감정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서사의 흐름을 빚어내고 극의 결을 완성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는 영화를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영화음악을 꿈꾸는 학생과 신진 창작자에게는 실제 창작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연재는 한국 영화음악의 현재를 기록하고, 앞으로의 창작자에게 건넬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 그리고 현장에서 축적해온 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한국 영화음악의 소중한 창작 자산을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Ⅱ. Editor’s Note — 왜 지금, 한국 영화음악을 기록해야 하는가
월간리뷰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 코너 기획자 이수연 인터뷰
이수연(영화음악감독·음악교육자)
대표작: 겨울의 빛, 말할 수 없는 비밀, 믿을 수 있는 사람, 아워바디

한국 영화음악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음악감독이 어떤 부분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영상이 주는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음악이 단순히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절제하거나 서사의 이면에서 긴장감을 조율하기도 하죠."
이수연은 음악 자체보다 음악이 영화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음악감독이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해석해 가는지를 기록하고 싶다고 말한다. 클래식 음악을 중심 소재로 다뤄온 ‘월간리뷰’에서 영화음악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음악 역시 음악을 통해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작이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음악을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음악적 창작이자 영화의 또 다른 언어로 바라보고 싶어요."
영화에 대한 평론이나 인터뷰가 많은 한편, 영화음악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깊이를 가진 클래식 음악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를 통해 ‘이 장면에서 왜 이러한 음악적 선택이 이루어졌을까?’라는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충분히 영상 음악에 대한 확장된 감상을 이어갈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음악의 깊은 호흡을 즐겨온 ‘월간리뷰’ 독자층이라면, 영화 속 음악이 지닌 서사적 가치에 깊이 공감하며 흥미로운 음악적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기쁨을 표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음악감독과 작품들
9월호에서는 심현정, 전세진, 김지애 세 음악감독을 만나 서로 다른 창작의 시선과 현장의 경험을 기록한다. "세 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지금 한국 영화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오며 축적된 깊이 있는 철학과, 새로운 감각으로 서사에 접근하는 신선한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은 한국 영화음악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역동적인지 보여준다. 이토록 다채로운 세대와 개성을 지닌 창작자들의 만남을 시작으로,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영화감독, 프로듀서, 사운드 등으로 창작자의 기록의 범위를 넓혀가며 한국 영화음악의 입체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해 나갈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갈 한국 영화 음악 아카이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번 잘 만드는 것'보다 계속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면 영상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새로운 창작자가 그 기록을 보면서 자신의 작업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방향성을 잡는 데에도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수연은 ‘월간리뷰’ 독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영화를 보실 때 화면과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그 장면에서 들리는 음악에도 한 번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장면에서 왜 그 음악이 들렸는지 알고 나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펼쳐질 생생한 창작의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Ⅲ. Special Interview
서로 다른 세대와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영화 음악 – 세 명의 음악감독에게 묻다.
‘기록이 없으면 사라질 수 있다’
이번 Vol.1에서 심현정, 김지애, 전세진 세 음악감독을 함께 만난 이유는 명확하다. 오랜 현장의 노하우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짚어내는 시선부터,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 여백의 미를 빚어내는 감성, 그리고 장르의 경계를 두려움 없이 허물며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실험까지, 세대와 개성이 전혀 다른 세 창작자의 목소리를 통해 현재 한국 영화음악이 지닌 가장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조명하고자 함이다.
인터뷰1 - 심현정 음악감독
기술과 창작 사이, 영화 음악가의 자리: 기술의 진화 속에서 영화음악의 본질과 가치를 묻다
현대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청각적 요소를 넘어 서사의 숨결을 불어넣고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또 하나의 강력한 언어다. 시각적인 화면 뒤에서 묵직하게 감정을 이끌어내는 영화 음악은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해 왔을까.
컴퓨터 기술과 미디(MIDI)의 발전으로 작업 환경이 진화한 오늘날, 한국 영화음악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온 심현정 음악감독을 만났다. 아늑한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녀의 미소 속에는 음악을 향한 깊은 애정과 현장을 향한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그가 건네는 묵직한 이야기들은 K-콘텐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한국 영화음악의 내일을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영화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그의 일문일답을 통해 기록해본다.
Q. 미디(MIDI) 기술과 가상 악기의 도입 등, 과거와 비교해 영화 음악의 작업 환경과 소통 방식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2000년대 초반 컴퓨터 기술과 미디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컴퓨터 음악이 실제 연주를 대체하기보다 대략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당시에는 연출자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워 음악 감독의 권한과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가상 악기와 사운드 디자인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실제 연주 이상의 정교한 구현이 가능해졌고, 편집 기술과 라이브러리 사용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연출자가 직접 레퍼런스 음악을 찾아 구체적인 요구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소통의 형태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Q. 작업 환경이 진화한 만큼, 작곡가 입장에서 아쉽거나 한계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레퍼런스 주문과 트렌드 추구가 반복되면서, 영화 음악가가 창조적인 주체라기보다는 단순한 '기술자'처럼 소비되는 한계가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작품 속에서 독창적인 음악적 색깔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아쉬움이 큽니다.
트렌드 역시 멜로디 중심에서 기능적인 음악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에는 멜로디가 전면에 나서서 영화의 정서와 함축적 의미를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빠른 전개와 상황 중심의 연출 속에서 음악이 뒤에 숨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대중들이 감정을 강요받는 것을 기피하고 낭만적인 여운을 찾는 분위기가 줄어들면서, 귓가에 오래 남는 메인 멜로디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오늘날 영화 음악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Q. 급변하는 환경과 AI 시대 속에서 영화 음악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과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 컴퓨터 기술과 가상 악기에만 의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탄탄한 악기 편성과 화성학적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실제 오케스트라 녹음이나 깊이 있는 작업에서 기본기가 없으면 반드시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시키는 대로 음악을 찍어내는 기술자에 머물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과 문학을 공부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합니다. 인간과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출자와 대등하게 소통하며 독창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창작자라 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 음악계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작품이 끝난 후 큐시트(Q-sheet) 등의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정당한 저작권 분배 체계가 미흡한 '기록의 황무지'에 가깝습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 허무하게 사라지기에, 체계적인 아카이빙이 부족해 소중한 자산들이 쉽게 잊히고 있어, 제도적 시스템과 저작권 환경의 개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창작자들의 치열한 내공 다지기도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컴퓨터 기술과 가상악기에만 의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와 인문학적 소양을 깊이 있게 다져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트렌드와 레퍼런스를 좇는 단순한 ’기술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전과 문학을 공부하며 인간과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출자와 대등하게 소통하고 독창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도적인 기록의 토대 위에서 창작자의 깊은 예술적 철학이 빛을 발할 때, 비로소 한국 영화 음악이 일회성 소비재에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생명력을 지닌 독창적인 자산으로 깊이 있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터뷰 2 - 음악감독 김지애
인간을 향한 애정과 여백의 미학을 그리다
영화 '날 보러 와요'로 입봉해 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 영화 '계춘할망',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을 작업해 온 김지애 음악감독은 '시나리오에 담긴 의도를 내 음악으로 해석해서 내보낸다'를 신념으로 삼아왔다. 그는 음악과 영상의 조화에 있어,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여백을 남기는 방식을 통해 영상과 음악이 서로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는 작업 지향점을 지닌다.
그의 창작은 사람에 대한 유별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청소년 시절 영화 속 인물들에게 자신을 투영하던 것을 시작으로, 타인의 삶까지 궁금해하게 된 그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OST를 통해 영화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같은 음악에서 전혀 다른 층위의 감동을 느꼈던 경험은 그에게 음악이 곧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인간에 대한 애정은 창작 방식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인물의 외모와 말투뿐만 아니라, 글에 쓰이지 않은 지난 삶까지 상상하며 그 내면을 음악으로 옮긴다. 슬픔 하나에도 고독과 절망, 그리움 같은 저마다 다른 결이 있다고 보고, 그 결에 따라 화성과 여백을 세심하게 달리 쓰는 그의 방식에는 인간을 향한 이 오랜 관심이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발현되어 있다.
Q. 감독님에게 영상음악(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통칭하는 표현, 이하 영상음악)이란 결국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영상음악은 음악으로 작품을 연출하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연출해서 들려주는 과정은 저의 오랜 꿈이자 현재의 모든 것입니다. 대중분들이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그리고 노래만이 아닌 다른 OST들도 많이 들어봐 주시고, 그러면서 작품의 세계관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영화에서 드라마로 작업의 영역을 넓혀 오시면서 변화된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영화는 후작업을 통해 편곡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반면에(드라마는 최종 영상에 완성된 음악을 편집해 붙입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완성된 영상을 보고 편집에 들어갑니다. 이에 영화와 드라마는 작업 시작에 있어 음악 준비도에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에 더 영향을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상과 분위기에 따라 아이디어와 방법을 달리한다는 것이에요. 결국, 매체에 따라 차이나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매체나 장르로 작업의 영역을 구분하고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나쁜 음악은 없지만, 좋은 음악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다양한 시도를 도모하고 더 나은 음악을 위해 제 능력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지애 음악감독은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 가편집된 영상을 보다가 간혹, 어떤 장면에서 대사나 음악이 없어도 이미 가득 찬 감정이 전달되는 경우를 경험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눈빛이나 숨소리만으로도 높은 몰입도를 확인하는 경우인데,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여백과 공간감을 살려 과감하게 음악을 덜어낸다. 이런 시도는 관객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적당히 힘을 뺀 여백의 미학으로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그의 매력적인 성과를 완성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이제 막 영상음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면요?
"이미 나온 영상에 음악을 붙여보는 연습은 추천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영상의 힘에 이끌려서 음악이 결국 배경음악이 돼버려요. 악식도 무너지고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영상으로 만들어질 법한 소설이나 웹툰을 찾아서 그걸 처음 받은 시나리오라고 상상하며 곡을 써보는 게 좋아요. 그래야 내 개성이 나올 구멍이 생겨요. 열 개의 장면에 음악을 붙여보는 것보다 한 가지 음악을 완벽하게 만들어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한국 영화음악에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도 처음 영상음악을 꿈꿨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 음악감독님들이 대체 어디에 계신지,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알 길이 없었죠. 지금은 예전보다 정보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을 느끼는 후배들이 여전히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 후배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꺼내개 되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함께 호흡을 맞춰서 갔던 그 과정들이 저한테는 다 남아 있어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남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 프로젝트는 그런 과정을 담는 기획이란 점에서 공감했습니다. 이어질 연재도 응원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그는 감독과의 첫 만남부터 완성도 있는 레퍼런스 음악을 준비할 만큼 열정과 진심을 다하는 음악감독이었다. 시나리오 해석을 일치시키고 음악으로 감독을 설득하고 나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자신의 의도를 주장하기도 하며 진정한 감동의 발현을 위해 오늘도 작업실에 앉았다.

인터뷰 3 - 음악감독 전세진 | 정형화를 넘어 나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실험
드라마 '돼지의 왕',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더불어 영화음악으로도 영역을 넓혀 온 전세진 음악감독은 "자기 개성을 찾는 것"을 창작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학교에서 배운 음악 문법과 하나의 영역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은 그가 꼽는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가 이 일에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감각도 결국 그 '자유로움'이다. 정해진 화성 문법을 벗어나도 신(scene)과 어울리기만 하면 되는 영상음악의 특성은, 그에게 기타든 전통악기든 현대음악적 불협화음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스릴러 작품에서는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현대음악의 불규칙성을 끌어왔고, 최근에는 정반대의 결인 '예쁜 음악(서정적이거나 낭만적인 느낌의 음악을 전세진 음악감독의 표현으로)'에 관심과 도전을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이질적인 장르들을 두려움 없이 넘나들며 쌓아가는 경험은 그의 음악을 듣는 청자로 하여금 카멜레온과 같은 매력을 느끼게 했고 그 스스로는 이를 자기만의 음악적 개성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여긴다. 여러 장르의 음악과 연출을 오가며 끝내 자신만의 언어를 도출해내려는 이 의지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 창작자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좋은 영향을 주는 지점이다.
Q. '카멜레온'과도 같은 매력으로 드라마와 영화 음악계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십니다. 감독님에게 영상음악이란 결국 무엇인가요?
"음악은 영상 속에 있는 여러 감정 가운데 어떤 것을 끄집어내고, 어떤 말을 건넬지 선택해 주는 언어 같은 존재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위해 그가 노력하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이미 수많은 책과 다양한 악기, 앨범이 있었다. 그는 영화와 책을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많이 접했다. 그러면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쌓였다. 일본 드라마 <여자 성주 나오토라>의‘칸노 요코’의 테마 음악을 통해 오케스트레이션의 정수를 느끼고‘칸노 요코’만의 화성 조절 능력이라든지 선율 진행의 습관, 리듬 사용 등 편곡 방향을 분석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흡수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한다. 기타로 음악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인지, 기타를 주로 사용하긴 하지만 영상의 분위기나 장르에 맞게 톤메이킹에도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일반적인 기타의 음색과는 다른 개성을 갖추게 되었다.
Q.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평소 일상을 보내며 무심코 접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나 여러 여가 활동 속에서도 문득 영감을 받고 해요. 그렇게 무심코 들려오는 선율이나 아이디어가 작업 중이던 작품과 연결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때, 바로 메모하죠. 평균 8마디 정도는 메모해 두는 것 같네요. 8마디로 시작된 우연한 아이디어는 어느새 하나의 작품이 되곤 합니다."
새소리가 가득한 동네를 산책하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전세진 감독.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룬 예술가였다. 뇌가 쉬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음악 작업과 관련한 스위치가 100% 꺼지는 것은 어렵지만 괴로운 일은 아니라고 답했다.
Q. 차기 영상음악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오래 마음에 담아왔어요. 지금도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백지상태예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나고 보면 아쉬운 법이니, 묵묵히 해 나간다면 그게 다음 작업의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요. 다만, '버티면 된다'는 말이 능사는 아니죠.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개성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과 경험이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것들이 쌓여 나만의 개성을 남기는 것 같아요. 실질적인 팁을 드리자면,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단계에서부터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고 넓은 시야를 갖추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는 결단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작업에서도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에요. 때로는 감독을 설득하기도 해야 하고 함께 하는 동료를 설득하거나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기도 해야 하죠. 이때, 뛰어난 소통 능력은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Q. 지금, 한국 영화음악에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악감독이 열 명이면 열 명 다 작업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동일한 분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다르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인터뷰가 있으면 꼭 챙겨 읽으려고 해요. 하지만 영화음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관심이나 자료 자체가 너무 부족해요. 영상이 잘되면 덩달아 주목받을 뿐, 음악 자체가 조명받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런 기록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기획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저부터 구독할 예정입니다. 후속 기획들도 기대되고 많은 인터뷰 부탁드려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장면 앞에 홀로 앉아 인물을 상상하고, 감독과 마주 앉아 서로 다른 언어를 조율하고, 완성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 소리를 찾아가는 자리. 세 감독의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방식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고민의 무게는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음악이 치열하게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음악이 무관심 속에 사라지지 않도록, 영화와 드라마라는 이름 아래 나란히 기록되고 영상음악 그 자체로도 주목받기를 바란다. 세 명의 음악감독과 아직 우리가 만나지 못한 수많은 영상 음악가들을 위해「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계속될 것이다.
Ⅳ. Closing Note - 이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작품들을 위하여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생각이 쌓입니다. 음악도 그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장면을 바라보고, 인물과 이야기를 이해하고,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때로는 수없이 수정하고 선택하는 시간 끝에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이번 호에서 만난 세 음악감독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작업 방식과 경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영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며, 작품에 필요한 소리를 찾아가는 공통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영화음악을 기록한다는 것은 음악만을 기록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선택, 한 편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대의 창작 환경과 작업의 풍경을 함께 남기는 일일 것입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창작자들이 있고,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왔는지 하나씩 기록해간다면, 언젠가는 지금의 한국 영화음악을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지도가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그 지도를 천천히 그려 가려 합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작품들을 만나고, 그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며, 영화와 음악이 함께 만들어온 순간들을 오래 남기기 위해.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면 한 편의 이야기가 남고, 그 기록이 쌓이면 한국 영화음악의 시간이 남습니다.
기획 이수연
인터뷰 / 글 이수연, 이지원
Ⅰ. 기획의도
무엇을 기록하는가
영화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언어, 영화음악을 기록합니다
우리는 영화를 기억하지만, 그 영화의 기억을 완성한 음악까지 충분히 기록하고 있을까요? 영화는 오랫동안 감독과 배우의 작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터뷰와 평론, 연구를 통해 기록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과 장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언어인 영화음악, 그리고 그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음악감독의 생각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영화음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음악감독은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감독과 어떻게 협업하는지에 대한 기록은 더욱 필요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창작은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이러한 기록의 공백에서 출발합니다. 영화나 OST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감독의 창작 철학과 제작 과정, 작품 속 음악이 단순히 감정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서사의 흐름을 빚어내고 극의 결을 완성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는 영화를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영화음악을 꿈꾸는 학생과 신진 창작자에게는 실제 창작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연재는 한국 영화음악의 현재를 기록하고, 앞으로의 창작자에게 건넬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 그리고 현장에서 축적해온 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한국 영화음악의 소중한 창작 자산을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Ⅱ. Editor’s Note — 왜 지금, 한국 영화음악을 기록해야 하는가
월간리뷰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 코너 기획자 이수연 인터뷰
이수연(영화음악감독·음악교육자)
대표작: 겨울의 빛, 말할 수 없는 비밀, 믿을 수 있는 사람, 아워바디
한국 영화음악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음악감독이 어떤 부분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영상이 주는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음악이 단순히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절제하거나 서사의 이면에서 긴장감을 조율하기도 하죠."
이수연은 음악 자체보다 음악이 영화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음악감독이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해석해 가는지를 기록하고 싶다고 말한다. 클래식 음악을 중심 소재로 다뤄온 ‘월간리뷰’에서 영화음악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음악 역시 음악을 통해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작이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음악을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음악적 창작이자 영화의 또 다른 언어로 바라보고 싶어요."
영화에 대한 평론이나 인터뷰가 많은 한편, 영화음악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깊이를 가진 클래식 음악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를 통해 ‘이 장면에서 왜 이러한 음악적 선택이 이루어졌을까?’라는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충분히 영상 음악에 대한 확장된 감상을 이어갈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음악의 깊은 호흡을 즐겨온 ‘월간리뷰’ 독자층이라면, 영화 속 음악이 지닌 서사적 가치에 깊이 공감하며 흥미로운 음악적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기쁨을 표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음악감독과 작품들
9월호에서는 심현정, 전세진, 김지애 세 음악감독을 만나 서로 다른 창작의 시선과 현장의 경험을 기록한다. "세 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지금 한국 영화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오며 축적된 깊이 있는 철학과, 새로운 감각으로 서사에 접근하는 신선한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은 한국 영화음악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역동적인지 보여준다. 이토록 다채로운 세대와 개성을 지닌 창작자들의 만남을 시작으로,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영화감독, 프로듀서, 사운드 등으로 창작자의 기록의 범위를 넓혀가며 한국 영화음악의 입체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해 나갈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갈 한국 영화 음악 아카이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번 잘 만드는 것'보다 계속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면 영상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새로운 창작자가 그 기록을 보면서 자신의 작업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방향성을 잡는 데에도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수연은 ‘월간리뷰’ 독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영화를 보실 때 화면과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그 장면에서 들리는 음악에도 한 번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장면에서 왜 그 음악이 들렸는지 알고 나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펼쳐질 생생한 창작의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Ⅲ. Special Interview
서로 다른 세대와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영화 음악 – 세 명의 음악감독에게 묻다.
‘기록이 없으면 사라질 수 있다’
이번 Vol.1에서 심현정, 김지애, 전세진 세 음악감독을 함께 만난 이유는 명확하다. 오랜 현장의 노하우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짚어내는 시선부터,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 여백의 미를 빚어내는 감성, 그리고 장르의 경계를 두려움 없이 허물며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실험까지, 세대와 개성이 전혀 다른 세 창작자의 목소리를 통해 현재 한국 영화음악이 지닌 가장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조명하고자 함이다.
기술과 창작 사이, 영화 음악가의 자리: 기술의 진화 속에서 영화음악의 본질과 가치를 묻다
현대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청각적 요소를 넘어 서사의 숨결을 불어넣고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또 하나의 강력한 언어다. 시각적인 화면 뒤에서 묵직하게 감정을 이끌어내는 영화 음악은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해 왔을까.
컴퓨터 기술과 미디(MIDI)의 발전으로 작업 환경이 진화한 오늘날, 한국 영화음악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온 심현정 음악감독을 만났다. 아늑한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녀의 미소 속에는 음악을 향한 깊은 애정과 현장을 향한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그가 건네는 묵직한 이야기들은 K-콘텐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한국 영화음악의 내일을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영화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그의 일문일답을 통해 기록해본다.
Q. 미디(MIDI) 기술과 가상 악기의 도입 등, 과거와 비교해 영화 음악의 작업 환경과 소통 방식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2000년대 초반 컴퓨터 기술과 미디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컴퓨터 음악이 실제 연주를 대체하기보다 대략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당시에는 연출자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워 음악 감독의 권한과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가상 악기와 사운드 디자인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실제 연주 이상의 정교한 구현이 가능해졌고, 편집 기술과 라이브러리 사용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연출자가 직접 레퍼런스 음악을 찾아 구체적인 요구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소통의 형태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Q. 작업 환경이 진화한 만큼, 작곡가 입장에서 아쉽거나 한계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레퍼런스 주문과 트렌드 추구가 반복되면서, 영화 음악가가 창조적인 주체라기보다는 단순한 '기술자'처럼 소비되는 한계가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작품 속에서 독창적인 음악적 색깔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아쉬움이 큽니다.
트렌드 역시 멜로디 중심에서 기능적인 음악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에는 멜로디가 전면에 나서서 영화의 정서와 함축적 의미를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빠른 전개와 상황 중심의 연출 속에서 음악이 뒤에 숨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대중들이 감정을 강요받는 것을 기피하고 낭만적인 여운을 찾는 분위기가 줄어들면서, 귓가에 오래 남는 메인 멜로디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오늘날 영화 음악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Q. 급변하는 환경과 AI 시대 속에서 영화 음악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과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 컴퓨터 기술과 가상 악기에만 의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탄탄한 악기 편성과 화성학적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실제 오케스트라 녹음이나 깊이 있는 작업에서 기본기가 없으면 반드시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시키는 대로 음악을 찍어내는 기술자에 머물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과 문학을 공부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합니다. 인간과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출자와 대등하게 소통하며 독창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창작자라 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 음악계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작품이 끝난 후 큐시트(Q-sheet) 등의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정당한 저작권 분배 체계가 미흡한 '기록의 황무지'에 가깝습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 허무하게 사라지기에, 체계적인 아카이빙이 부족해 소중한 자산들이 쉽게 잊히고 있어, 제도적 시스템과 저작권 환경의 개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창작자들의 치열한 내공 다지기도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컴퓨터 기술과 가상악기에만 의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와 인문학적 소양을 깊이 있게 다져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트렌드와 레퍼런스를 좇는 단순한 ’기술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전과 문학을 공부하며 인간과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출자와 대등하게 소통하고 독창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도적인 기록의 토대 위에서 창작자의 깊은 예술적 철학이 빛을 발할 때, 비로소 한국 영화 음악이 일회성 소비재에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생명력을 지닌 독창적인 자산으로 깊이 있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터뷰 2 - 음악감독 김지애
인간을 향한 애정과 여백의 미학을 그리다
영화 '날 보러 와요'로 입봉해 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 영화 '계춘할망',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을 작업해 온 김지애 음악감독은 '시나리오에 담긴 의도를 내 음악으로 해석해서 내보낸다'를 신념으로 삼아왔다. 그는 음악과 영상의 조화에 있어,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여백을 남기는 방식을 통해 영상과 음악이 서로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는 작업 지향점을 지닌다.
그의 창작은 사람에 대한 유별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청소년 시절 영화 속 인물들에게 자신을 투영하던 것을 시작으로, 타인의 삶까지 궁금해하게 된 그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OST를 통해 영화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같은 음악에서 전혀 다른 층위의 감동을 느꼈던 경험은 그에게 음악이 곧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인간에 대한 애정은 창작 방식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인물의 외모와 말투뿐만 아니라, 글에 쓰이지 않은 지난 삶까지 상상하며 그 내면을 음악으로 옮긴다. 슬픔 하나에도 고독과 절망, 그리움 같은 저마다 다른 결이 있다고 보고, 그 결에 따라 화성과 여백을 세심하게 달리 쓰는 그의 방식에는 인간을 향한 이 오랜 관심이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발현되어 있다.
Q. 감독님에게 영상음악(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통칭하는 표현, 이하 영상음악)이란 결국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영상음악은 음악으로 작품을 연출하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연출해서 들려주는 과정은 저의 오랜 꿈이자 현재의 모든 것입니다. 대중분들이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그리고 노래만이 아닌 다른 OST들도 많이 들어봐 주시고, 그러면서 작품의 세계관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영화에서 드라마로 작업의 영역을 넓혀 오시면서 변화된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영화는 후작업을 통해 편곡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반면에(드라마는 최종 영상에 완성된 음악을 편집해 붙입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완성된 영상을 보고 편집에 들어갑니다. 이에 영화와 드라마는 작업 시작에 있어 음악 준비도에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에 더 영향을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상과 분위기에 따라 아이디어와 방법을 달리한다는 것이에요. 결국, 매체에 따라 차이나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매체나 장르로 작업의 영역을 구분하고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나쁜 음악은 없지만, 좋은 음악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다양한 시도를 도모하고 더 나은 음악을 위해 제 능력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지애 음악감독은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 가편집된 영상을 보다가 간혹, 어떤 장면에서 대사나 음악이 없어도 이미 가득 찬 감정이 전달되는 경우를 경험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눈빛이나 숨소리만으로도 높은 몰입도를 확인하는 경우인데,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여백과 공간감을 살려 과감하게 음악을 덜어낸다. 이런 시도는 관객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적당히 힘을 뺀 여백의 미학으로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그의 매력적인 성과를 완성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이제 막 영상음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면요?
"이미 나온 영상에 음악을 붙여보는 연습은 추천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영상의 힘에 이끌려서 음악이 결국 배경음악이 돼버려요. 악식도 무너지고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영상으로 만들어질 법한 소설이나 웹툰을 찾아서 그걸 처음 받은 시나리오라고 상상하며 곡을 써보는 게 좋아요. 그래야 내 개성이 나올 구멍이 생겨요. 열 개의 장면에 음악을 붙여보는 것보다 한 가지 음악을 완벽하게 만들어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한국 영화음악에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도 처음 영상음악을 꿈꿨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 음악감독님들이 대체 어디에 계신지,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알 길이 없었죠. 지금은 예전보다 정보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을 느끼는 후배들이 여전히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 후배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꺼내개 되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함께 호흡을 맞춰서 갔던 그 과정들이 저한테는 다 남아 있어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남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 프로젝트는 그런 과정을 담는 기획이란 점에서 공감했습니다. 이어질 연재도 응원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그는 감독과의 첫 만남부터 완성도 있는 레퍼런스 음악을 준비할 만큼 열정과 진심을 다하는 음악감독이었다. 시나리오 해석을 일치시키고 음악으로 감독을 설득하고 나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자신의 의도를 주장하기도 하며 진정한 감동의 발현을 위해 오늘도 작업실에 앉았다.
인터뷰 3 - 음악감독 전세진 | 정형화를 넘어 나만의 개성을 구축하는 실험
드라마 '돼지의 왕',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더불어 영화음악으로도 영역을 넓혀 온 전세진 음악감독은 "자기 개성을 찾는 것"을 창작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학교에서 배운 음악 문법과 하나의 영역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은 그가 꼽는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가 이 일에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감각도 결국 그 '자유로움'이다. 정해진 화성 문법을 벗어나도 신(scene)과 어울리기만 하면 되는 영상음악의 특성은, 그에게 기타든 전통악기든 현대음악적 불협화음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스릴러 작품에서는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현대음악의 불규칙성을 끌어왔고, 최근에는 정반대의 결인 '예쁜 음악(서정적이거나 낭만적인 느낌의 음악을 전세진 음악감독의 표현으로)'에 관심과 도전을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이질적인 장르들을 두려움 없이 넘나들며 쌓아가는 경험은 그의 음악을 듣는 청자로 하여금 카멜레온과 같은 매력을 느끼게 했고 그 스스로는 이를 자기만의 음악적 개성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여긴다. 여러 장르의 음악과 연출을 오가며 끝내 자신만의 언어를 도출해내려는 이 의지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 창작자들에게도 깊은 공감과 좋은 영향을 주는 지점이다.
Q. '카멜레온'과도 같은 매력으로 드라마와 영화 음악계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십니다. 감독님에게 영상음악이란 결국 무엇인가요?
"음악은 영상 속에 있는 여러 감정 가운데 어떤 것을 끄집어내고, 어떤 말을 건넬지 선택해 주는 언어 같은 존재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위해 그가 노력하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이미 수많은 책과 다양한 악기, 앨범이 있었다. 그는 영화와 책을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많이 접했다. 그러면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쌓였다. 일본 드라마 <여자 성주 나오토라>의‘칸노 요코’의 테마 음악을 통해 오케스트레이션의 정수를 느끼고‘칸노 요코’만의 화성 조절 능력이라든지 선율 진행의 습관, 리듬 사용 등 편곡 방향을 분석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흡수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한다. 기타로 음악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인지, 기타를 주로 사용하긴 하지만 영상의 분위기나 장르에 맞게 톤메이킹에도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일반적인 기타의 음색과는 다른 개성을 갖추게 되었다.
Q.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평소 일상을 보내며 무심코 접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나 여러 여가 활동 속에서도 문득 영감을 받고 해요. 그렇게 무심코 들려오는 선율이나 아이디어가 작업 중이던 작품과 연결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때, 바로 메모하죠. 평균 8마디 정도는 메모해 두는 것 같네요. 8마디로 시작된 우연한 아이디어는 어느새 하나의 작품이 되곤 합니다."
새소리가 가득한 동네를 산책하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전세진 감독.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룬 예술가였다. 뇌가 쉬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음악 작업과 관련한 스위치가 100% 꺼지는 것은 어렵지만 괴로운 일은 아니라고 답했다.
Q. 차기 영상음악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오래 마음에 담아왔어요. 지금도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백지상태예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나고 보면 아쉬운 법이니, 묵묵히 해 나간다면 그게 다음 작업의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요. 다만, '버티면 된다'는 말이 능사는 아니죠.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개성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과 경험이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것들이 쌓여 나만의 개성을 남기는 것 같아요. 실질적인 팁을 드리자면,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단계에서부터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고 넓은 시야를 갖추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는 결단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작업에서도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에요. 때로는 감독을 설득하기도 해야 하고 함께 하는 동료를 설득하거나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기도 해야 하죠. 이때, 뛰어난 소통 능력은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Q. 지금, 한국 영화음악에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악감독이 열 명이면 열 명 다 작업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동일한 분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다르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인터뷰가 있으면 꼭 챙겨 읽으려고 해요. 하지만 영화음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관심이나 자료 자체가 너무 부족해요. 영상이 잘되면 덩달아 주목받을 뿐, 음악 자체가 조명받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런 기록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기획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저부터 구독할 예정입니다. 후속 기획들도 기대되고 많은 인터뷰 부탁드려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장면 앞에 홀로 앉아 인물을 상상하고, 감독과 마주 앉아 서로 다른 언어를 조율하고, 완성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 소리를 찾아가는 자리. 세 감독의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방식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고민의 무게는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음악이 치열하게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음악이 무관심 속에 사라지지 않도록, 영화와 드라마라는 이름 아래 나란히 기록되고 영상음악 그 자체로도 주목받기를 바란다. 세 명의 음악감독과 아직 우리가 만나지 못한 수많은 영상 음악가들을 위해「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계속될 것이다.
Ⅳ. Closing Note - 이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작품들을 위하여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생각이 쌓입니다. 음악도 그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장면을 바라보고, 인물과 이야기를 이해하고,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때로는 수없이 수정하고 선택하는 시간 끝에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이번 호에서 만난 세 음악감독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작업 방식과 경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영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며, 작품에 필요한 소리를 찾아가는 공통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영화음악을 기록한다는 것은 음악만을 기록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선택, 한 편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대의 창작 환경과 작업의 풍경을 함께 남기는 일일 것입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창작자들이 있고,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왔는지 하나씩 기록해간다면, 언젠가는 지금의 한국 영화음악을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지도가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음악을 만나다’는 그 지도를 천천히 그려 가려 합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작품들을 만나고, 그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며, 영화와 음악이 함께 만들어온 순간들을 오래 남기기 위해.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면 한 편의 이야기가 남고, 그 기록이 쌓이면 한국 영화음악의 시간이 남습니다.
기획 이수연
인터뷰 / 글 이수연,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