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고정관념을 깨는 특별한 무대, ‘발칙한 클래식’의 조은아

83d667ed16f7c.png


조신한 해설가 조은아 교수의 발칙한 해설 기대
2026년 6월 16일(화)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머니투데이가 주최하는 특별 공연 ‘발칙한 클래식’이 오는 6월 16일(화)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을 단순히 ‘고전음악’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오늘날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이 탄생 당시에는 얼마나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시도였는지를 조명하는 새로운 개념의 큐레이션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발칙한 클래식’이라는 제목은 오늘날의 고전 역시 처음에는 낯설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당시 음악의 전통적 형식을 흔들었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도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는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공연은 이처럼 시대를 앞서간 작품들의 ‘발칙했던 순간’을 재조명하며 클래식이 본래 지녔던 혁신과 도전의 정신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이런 당시 클래식에 대한 탄생 배경과 사회에 던진 파장을 흥미롭게 해석해줄 전문가는 바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이자 음악평론가인 조은아 해설가. 그는 음악 속에 담긴 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바리톤 김진추, 소프라노 김형순,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피아니스트 정지원, 뮤지컬배우 정승원, 소리꾼 고영열이 함께 출연해 클래식과 뮤지컬, 국악, 크로스오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프로그램 역시 장르와 시대를 초월한다.
1부에서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만일 당신이 춤추기를 원하신다면’,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연주된다. 이어 2부에서는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밤의 음악’,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민요 ‘신뱃노래’,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가 펼쳐진다. 클래식과 국악, 뮤지컬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구성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감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음악을 단순히 듣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과 서사를 통해 작품이 탄생한 시대와 작곡가의 문제의식까지 함께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클래식의 품격은 유지하면서도 보다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발칙한 클래식’을 해설로 이끄는 조은아 교수를 만났다.


발칙한 클래식을 묻다


제목이 상당히 인상이다. 클래식 공연에는 ‘우아한’, ‘품격 있는’ 표현이 익숙해있는 청중들로서는 그야말로 발칙한 제목이 아닌가. 왜 하필 ‘발칙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기존의 클래식 콘서트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이런 제목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발칙한 클래식’은 클래식의 가벼운 희화화가 아니라, 오랜 고정관념을 한번쯤 흔들어보자는 제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클래식 공연은 흔히 우아하고 품격 있고 경건한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물론 중요한 일면이긴 하지만 클래식은 본디 생생하고, 역사적으로 볼 때 때로는 관능적이고, 익살스럽고, 도발적이며, 심지어 소란스러운 음악이기도 하거든요.”
조은아 교수는 ‘이번 공연은 그 살아 있는 얼굴들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고 말한다. 박물관 속 아름다운 유물로만 남지 않으려면, 지금 여기의 감각과 만나야 한다. 청중이 익히 알고 있는 고전의 품격은 지키되, 그 안에 웃음과 흥, 몸의 리듬, 극장의 열기, 한국적 소리까지 끌어안는 것. 그 의미가 바로 ‘발칙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에 담겨있다고 말한다.


모든 고전은 처음부터 고전이 아니었다


조 교수는 이번 공연에 대해 “모든 고전은 처음부터 고전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음악은 당시 어떤 존재였다는 말일까. 과연 클래식은 보급 당시 가장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음악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오늘날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시간의 풍화와 대중의 호불호를 견뎌낸, 생명력이 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박제된 권위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당대의 감각을 흔들고 새로운 귀를 열어젖힌 음악이 오랜 시간 살아남은 결과인 거죠. 예를 들어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는 전통적인 화성 진행이나 명확한 형식감에 익숙했던 귀에는 매우 모호하고 감각적인 음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흐릿함, 경계가 녹아내리는 듯한 음색이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조 교수는 또 하나의 예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꼽는다. 이 작품 역시 클래식 콘서트홀에 재즈의 리듬을 끌어들인 파격적인 시도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사랑받는 명곡이지만, 초연 당시에는 “이것이 과연 클래식인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조 교수는 클래식의 본질이 단순히 보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도전에 있다고 설명한다.
“클래식 본연의 가치는 안온하게 보존되기보다 당대의 공기와 충돌하며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뷔시에서 춘향가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소리의 여행


이번 공연이 더욱 발칙한 이유는 그동안 부수적인 요소로 여겨졌던 클래식 해설이 매우 중요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공연을 ‘이야기와 감각, 시간이 어우러진 경험’이라고 소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기존의 클래식 해설 공연과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 무대를 선보일까.
“기존의 해설 공연이 작품의 배경, 작곡가의 생애, 음악 형식 등을 설명하는 데 중심을 둔다면, 이번 공연은 관객이 음악을 하나의 ‘경험’으로 마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음악은 결국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몸과 감정, 기억으로 받아들이는 예술이니까요.”
예컨대 드뷔시에서는 꿈과 몽상의 감각을, 비제와 모차르트에서는 욕망과 재치가 만들어내는 극장성을, 거슈윈과 번스타인에서는 도시의 속도와 에너지를, 판소리와 신뱃노래에서는 우리 몸에 오래 새겨진 리듬과 소리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해설은 음악 앞에 붙는 주석이 아니라, 관객이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열어주는 문에 가깝습니다. 설명을 많이 해서 음악을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품고 있는 장면과 감각을 더 크게 느끼도록 돕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서양음악만을 연주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드뷔시, 모차르트, 거슈윈 같은 정통 클래식은 물론 판소리 ‘춘향가’, 민요, 뮤지컬 음악까지 함께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곡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 묶은 서사에 대해 조은아는 “서양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음색에서 출발해 오페라의 극장성, 재즈의 도시성, 뮤지컬의 감정, 판소리와 민요의 서사, 그리고 발레 음악의 환상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소리의 여행”이라고 풀이한다.
단순히 여러 장르를 한 무대에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케스트라라는 큰 그릇 안에서 여러 시대와 문화의 소리가 서로 말을 건네도록 구성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음악 언어가 충돌하고 어우러지는 과정 속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그리고 판소리 같은 작품들은 제목만 보아도 상당히 ‘발칙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서 가장 발칙한 순간은 언제일까.
“우아한 콘서트홀 한복판에서 고양이가 울고(로시니), 도시의 재즈(거쉰)가 출렁이고, 판소리의 절절한 육성이 오케스트라와 협응하는 순간입니다. 낯선 파격인 동시에 음악이 얼마나 넓은 세계인지를 증명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울림


조 교수는 해설자로서 음악적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청중 스스로 자기만의 감각으로 음악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물론 작품의 배경이나 음악적 특징을 설명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주입식 공부처럼 전달된다면 음악이 지닌 생생함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음악을 지식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관객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것, 그것이 조은아가 생각하는 해설자의 역할이다.
사실 조 교수는 클래식을 ‘인문학적으로 읽어내는 해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서 이번 공연에 특별히 녹여내고 싶은 인문학적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다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케스트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를 닮아 있습니다. 현악기, 목관, 금관, 타악기들은 음색과 물성이 제각각 다릅니다. 그 차이가 지워질 때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을 때 더 풍부한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대학에서 예술과 인간, 사회에 대해 강연한 경험도 이 공연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충돌하지 않고, 그렇다고 모두 똑같지도 않으면서 더 조화로운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번 공연이 그런 음악적 해답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차웅 지휘자다. 젊고 감각적인 해석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방향성과 그의 음악적 스타일이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는 점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맞습니다. 차웅 지휘자는 서울시향의 ‘퇴근길 토크콘서트’에서 협업하며 세 편의 공연을 함께 무대에 올린 경험이 있지요. 차웅 지휘자는 고전을 존중하되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지 않고, 음악이 지닌 생동감과 현재성을 끌어낼 수 있는 지휘자입니다. 오케스트라가 단순한 반주나 배경이 아니라 모든 장르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은아 교수가 이야기하는 ‘발칙함’ 역시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이 만나고, 서로 다른 장르의 언어가 대화하며,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연주자들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품어내는 것.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클래식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시대의 음악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발칙한 클래식’은 오히려 클래식의 문턱을 허물고 새로운 관객과 만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조은아는 이번 공연을 감상하고 나올 때 “클래식이 생각보다 훨씬 살아 있는 음악이구나”라고 느끼길 기대한다.
“클래식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음악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 엄숙한 방식으로만 만나왔기 때문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함께 감상하고, ‘우리의 삶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더 풍성한 조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서로에게 건넬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