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월 24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봄? 봄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꽃이 갑자기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변화들이 쌓이면서 계절은 서서히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음악도 봄이요 꽃과 같다. 한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리가 조심스럽게 만나고 숨결이 맞닿으며 조금씩 하나의 울림으로 피어난다. 오는 3월 24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니마 체임버 정기연주회는 바로 그러한 음악의 순간을 담은 무대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낭만이 피어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번 공연은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온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감성과 낭만을 체임버 음악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러나 이번 무대의 의미는 단순히 계절의 정서를 담은 프로그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연주회의 중심에는 한 음악가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아니마 체임버의 음악감독인 조영미다.
대화가 되는 음악, 체임버
조영미 교수는 체임버 음악을 이야기할 때 늘 ‘대화’라는 표현을 먼저 꺼낸다. 체임버 음악의 본질에 대해 설명할 때에도 대화를 강조한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중심이 되어 음악을 이끌어 가지만 체임버 음악은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저는 체임버 음악을 ‘대화의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임버 음악은 거대한 음향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음악이 아니다. 대신 아주 작은 음의 변화와 미묘한 호흡 속에서 감정이 전달되는 음악이다. 연주자 각자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조영미 교수는 체임버 음악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생각은 학생들에게도 늘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체임버 음악에서는 자기 소리만 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 음악이 어디로 흐르는지 느끼면서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먼저 들어라’라고 이야기하지요.” 이 말은 단순한 연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체임버 음악에서는 자신의 해석만을 주장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연주자들이 음악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점점 더 깊어지고 풍성해진다. 조 교수는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체임버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부연한다. “실내악을 해 보면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혼자 연주할 때는 자신의 해석에 집중하게 되지만 체임버 음악에서는 서로의 생각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음악은 훨씬 풍성해지게 됩니다.”
함께 만들어 온 시간, 아니마 체임버
조영미 교수가 이끄는 아니마 체임버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한 앙상블이다. ‘Anima’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영혼’ 혹은 ‘생명’을 의미한다. 이름이 의미하듯 이 앙상블은 단순한 연주 단체가 아니라 음악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감정과 생명력을 탐구하는 공동체에 가깝다. 아니마 체임버는 2010년 조영미 교수를 중심으로 창단된 이후 연세대 음대에서 수학한 제자들과 함께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며 체임버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해오고 있다. 매년 정기연주회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실내악과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를 넘나드는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영미 교수에게 아니마 체임버는 단순한 연주 단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처음부터 큰 계획을 세우고 만든 앙상블은 아니었죠.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이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서로 오래 함께 연주하는 동안 서로의 호흡을 이해하게 되고 음악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니마 체임버라는 앙상블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거창한 목표보다 ‘음악을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의 축적’이 체임버 활동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음악의 본질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찾는다. “음악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할 때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리허설 과정에서도 이러한 철학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조영미 교수는 연습 도중 종종 연주를 멈추고 연주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프레이즈는 어디로 가는 것 같니?”, “지금 이 음악의 감정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스스로 음악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질문이다. “연주자들이 스스로 음악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찾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제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조영미 교수와 오랜 시간 연주해 온 제자들 역시 스승과의 음악 작업을 이야기할 때 ‘듣는 음악’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리는 “선생님과 연주할 때는 단순히 악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정말 많이 듣게 된다”며 “연습 시간마다 연주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스스로 음악의 방향을 찾도록 이끈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다 보면 음악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연주 수업을 넘어 하나의 음악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이기도 하다.
슈베르트에서 그리그까지, 낭만의 울림
이번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체임버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의 시작은 슈베르트의 ‘Quartettsatz in C minor D.703’이다. 단 하나의 악장만 완성된 미완성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성과 긴장감이 응축되어 있다. 이어지는 곡은 슈베르트의 ‘Rondo in A major D.438’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윤도영이 협연자로 참여한다. 윤도영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연세대학교를 거쳐 독일 드레스덴 음악대학에서 수학하며 국제적인 음악 경험을 쌓아온 연주자로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하며 음악적 역량을 넓혀왔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그리그의 ‘String Quartet in G minor Op.27’이 체임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된다. 북유럽 특유의 서정성과 강렬한 리듬이 결합된 이 작품은 현악 앙상블의 풍부한 음색과 깊은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아니마 체임버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앙상블의 호흡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다.
서로의 숨결로 완성되는 음악
조영미 교수는 체임버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며 “체임버 음악은 혼자 잘해서 되는 음악이 아닙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할 때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완성됩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제자들과 함께 계속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인다. 그의 말처럼 체임버 음악은 단순한 연주 형식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음악 속에서 서로의 숨결을 듣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며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오는 3월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니마 체임버 정기연주회는 바로 그 음악의 순간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앙상블을 이끌어 온 한 음악가가 있다. 조영미. 그녀가 만들어 온 음악의 공동체 속에서 이번 봄에도 다시 한 번 낭만의 울림이 피어날 것이다.
글 김종섭
오는 3월 24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봄? 봄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꽃이 갑자기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변화들이 쌓이면서 계절은 서서히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음악도 봄이요 꽃과 같다. 한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리가 조심스럽게 만나고 숨결이 맞닿으며 조금씩 하나의 울림으로 피어난다. 오는 3월 24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니마 체임버 정기연주회는 바로 그러한 음악의 순간을 담은 무대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낭만이 피어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번 공연은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온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감성과 낭만을 체임버 음악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러나 이번 무대의 의미는 단순히 계절의 정서를 담은 프로그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연주회의 중심에는 한 음악가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아니마 체임버의 음악감독인 조영미다.
대화가 되는 음악, 체임버
조영미 교수는 체임버 음악을 이야기할 때 늘 ‘대화’라는 표현을 먼저 꺼낸다. 체임버 음악의 본질에 대해 설명할 때에도 대화를 강조한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중심이 되어 음악을 이끌어 가지만 체임버 음악은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저는 체임버 음악을 ‘대화의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임버 음악은 거대한 음향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음악이 아니다. 대신 아주 작은 음의 변화와 미묘한 호흡 속에서 감정이 전달되는 음악이다. 연주자 각자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조영미 교수는 체임버 음악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생각은 학생들에게도 늘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체임버 음악에서는 자기 소리만 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 음악이 어디로 흐르는지 느끼면서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먼저 들어라’라고 이야기하지요.” 이 말은 단순한 연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체임버 음악에서는 자신의 해석만을 주장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연주자들이 음악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점점 더 깊어지고 풍성해진다. 조 교수는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체임버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부연한다. “실내악을 해 보면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혼자 연주할 때는 자신의 해석에 집중하게 되지만 체임버 음악에서는 서로의 생각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음악은 훨씬 풍성해지게 됩니다.”
함께 만들어 온 시간, 아니마 체임버
조영미 교수가 이끄는 아니마 체임버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한 앙상블이다. ‘Anima’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영혼’ 혹은 ‘생명’을 의미한다. 이름이 의미하듯 이 앙상블은 단순한 연주 단체가 아니라 음악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감정과 생명력을 탐구하는 공동체에 가깝다. 아니마 체임버는 2010년 조영미 교수를 중심으로 창단된 이후 연세대 음대에서 수학한 제자들과 함께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며 체임버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해오고 있다. 매년 정기연주회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실내악과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를 넘나드는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영미 교수에게 아니마 체임버는 단순한 연주 단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처음부터 큰 계획을 세우고 만든 앙상블은 아니었죠.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이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서로 오래 함께 연주하는 동안 서로의 호흡을 이해하게 되고 음악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니마 체임버라는 앙상블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거창한 목표보다 ‘음악을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의 축적’이 체임버 활동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음악의 본질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찾는다. “음악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할 때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리허설 과정에서도 이러한 철학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조영미 교수는 연습 도중 종종 연주를 멈추고 연주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프레이즈는 어디로 가는 것 같니?”, “지금 이 음악의 감정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스스로 음악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질문이다. “연주자들이 스스로 음악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찾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제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조영미 교수와 오랜 시간 연주해 온 제자들 역시 스승과의 음악 작업을 이야기할 때 ‘듣는 음악’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리는 “선생님과 연주할 때는 단순히 악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정말 많이 듣게 된다”며 “연습 시간마다 연주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스스로 음악의 방향을 찾도록 이끈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다 보면 음악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연주 수업을 넘어 하나의 음악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이기도 하다.
슈베르트에서 그리그까지, 낭만의 울림
이번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체임버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의 시작은 슈베르트의 ‘Quartettsatz in C minor D.703’이다. 단 하나의 악장만 완성된 미완성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성과 긴장감이 응축되어 있다. 이어지는 곡은 슈베르트의 ‘Rondo in A major D.438’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윤도영이 협연자로 참여한다. 윤도영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연세대학교를 거쳐 독일 드레스덴 음악대학에서 수학하며 국제적인 음악 경험을 쌓아온 연주자로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하며 음악적 역량을 넓혀왔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그리그의 ‘String Quartet in G minor Op.27’이 체임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된다. 북유럽 특유의 서정성과 강렬한 리듬이 결합된 이 작품은 현악 앙상블의 풍부한 음색과 깊은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아니마 체임버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앙상블의 호흡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다.
서로의 숨결로 완성되는 음악
조영미 교수는 체임버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며 “체임버 음악은 혼자 잘해서 되는 음악이 아닙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할 때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완성됩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제자들과 함께 계속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인다. 그의 말처럼 체임버 음악은 단순한 연주 형식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음악 속에서 서로의 숨결을 듣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며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오는 3월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니마 체임버 정기연주회는 바로 그 음악의 순간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앙상블을 이끌어 온 한 음악가가 있다. 조영미. 그녀가 만들어 온 음악의 공동체 속에서 이번 봄에도 다시 한 번 낭만의 울림이 피어날 것이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