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 연주
“오르간은 오케스트라적인 악기입니다. 악기의 왕이라고 하잖아요. 작은 플룻 소리부터 오케스트라의 뚜띠 같은 소리까지 낼 수 있는 악기죠. 오르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굉장히 넓고, 다른 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해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요. 그런데 관객들을 위해서 좀 더 쉬운 레퍼토리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관객들도 오르간을 성스러운 악기, 교회로만 보지 말고 일반 악기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지요. 피아노처럼 친숙하고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악기라는 걸 깨닫게 하고 싶답니다.”
오는 4월 23일(목)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독주회를 펼치는 박성현은 파이프오르간의 대중화를 위해 이번 무대에서도 다른 장르와 흥미로운 콜라보를 연출할 계획이다. 예컨대 피아니스트 전지훈, 서울브라스사운드, 메스콰이어합창단(지휘 김희철) 등과 함께 대중지향적 화려한 무대를 이끌겠다는 것. 박성현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 BWV 565로 문을 연 뒤, 금관 5중주와 피아노 솔로곡에 이어 카르멘 환타지로 바통을 받아 금관 5중주와의 협연으로 테오도르 뒤부아의 개선 행진곡(편곡: 카르스텐 클롬프)과 자크 니콜라 르멘의 ‘팡파레’(편곡: 에드워드 탬블링)를 연주한다. 이어 피아노와의 협연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오르간·피아노 듀오 편곡)과 베토벤의 ‘기뻐하라 경배하세’를, 또 합창과의 협연으로 이현철 편곡 작품인 ‘평화’와 ‘때 저물어 날이 어두니’를 연주한다.
피날레는 역시 오르간 독주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사단조 Op.23 No.5’(편곡: G.H. 페더라인), 샤를마리 비도르의 ‘교향곡 제5번 중 토카타’ 등으로 막을 내린다.
‘낯선 음악’을 ‘익숙한 감정’으로 번역하기
이 프로그램으로 박성현은 대체 어떤 메시지를 드러내려고 할까? 일반 청중들에게는 오르간이 접근성이 어려운 악기로 인식되어 있다. 성스러운 교회에서만 연주되는 악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주회는 일반 청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악기와의 협업을 꾀한 것이죠. 특히 앙상블에서 나오는 효과가 되게 좋잖아요. 다른 악기랑도 합쳐졌을 때 나오는 그 시너지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친숙한 곡을 선택한 것입니다. 오르간 솔로 곡 중에도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g단조를 편곡한 곡도 있고 드뷔시의 ‘달빛’도 있거든요.”
십수 년 전 살타첼로가 파이프오르간을 중심으로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것을 감상한 적이 있다. 그때 파이프오르간이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이루었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지 깨달았다. 박성현은 평소에도 파이프오르간이 먼 거리에 있는 천상의 음악이 아니라 얼마든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연주회는 김희철 선생님과 은사님이신 김지성 교수님, 그리고 기획자이신 한상돈 대표님과도 협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것인지 말이죠.”
박성현은 그동안 전통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해오면서 오르간 매니아들만 듣는 연주에서 벗어나, 오르간 음악에 낯설어하는 대중을 위해서도 꼭 연주하고 싶었다. 그 바람이 지난 부산 공연에 이어 이번 4월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공연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정통의 깊이를 지나, 오르간의 세계를 완성하다
박성현은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졸업한 후, 독일의 쾰른 국립음악대학교 석사(Master of Music)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 그리고 프랑스 파리시립음악원에서 석사(Cycle de concertiste), 다시 독일의 에센 폴크방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오르간 실내악 석사(Master of Music) 과정을 모두 심사위원 만장일치 만점으로 졸업한 오르간의 귀재다.
제14회 러시아 미카엘 타리베르디에프 오르간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한 그는 제8회 룩셈부르크 두들랑쥐 오르간국제콩쿠르에서는 3등, 제11회 독일 콜셴브로이히 오르간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 유학시절에는 독일음악위원회 장학금(Deutscher Musikrat Stipendium)을 수여받아 독일 및 세계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구음악협회 오르간콩쿠르 2등, 영산아트홀 국민일보 오르간콩쿠르에서는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런 국제적인 입지를 다진 그가 귀국 후에는 어떤 활동을 펼쳤을까? 유학시절 공부한게 모두 정통 프로그램이었으니 귀국후에도 정통 레퍼토리에 천착할 수밖에… 정통 레퍼토리를 시대별로 연주하거나 오르간이 교회작품이 많은 만큼 사순절 시기에 맞춰 ‘성화와 함께하는 콘서트’ 등 기획공연을 펼치곤 했다.
“파이프오르간은 다른 악기와 달리 나라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나라마다 음악적 특징이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 국가에서만 오르간을 공부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공부했던 것이죠. 그래서 정통 레퍼터리만 연주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귀국해서도 정통 프로그램을 주로 연주한 것이죠.”
스승과 계보, 그리고 음악적 정체성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박성현은 피아노와 브라스 5중주, 합창과 함께한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그중에서 김지성 교수는 박성현이 오르간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됐던 스승이다. 모든 음악가들이 똑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무대에서 한 순간을 위해 너무 긴 세월 동안 준비하는 게 안타깝다는 말에 박성현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웃음 짓는다.
“어릴 때 이제 광림교회에 다녔거든요. 그때 저의 스승님이 되었던 김지선 교수님의 연주가 너무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 감동이 계기가 되어 파이프오르간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바흐가 처음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듣고 천국의 음악이 이런 것인가 하고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아마도 박성현은 그 어린 시절,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듣고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처음 오르간을 시작한 게 김지선 서울신대 교수님 때문인데 지금까지도 신동일 교수님가 함께 오르간 연주에 대해 가장 논의를 많이 하는 분입니다. 김지성 교수님은 오르간의 전체적인 문헌이나 레퍼토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반면, 대중적인 음악도 연주하기를 원했습니다. 신동일 교수님은 전통적인 연주, 전통적인 레퍼토리, 정격 연주법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두 스승의 가르침을 토대로 한다면 그 위에 건축을 한 것은 프랑스 유학시절, 크리스토프 몽뚜 교수라고 할 수 있다. 몽뚜 교수는 ‘파이프오르간의 연주를 노래처럼’ 하기를 원했다. 기악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선율적으로 어떻게 노래하는지, 프레이징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 그런 것에 대해 상세하게 가르쳐주었다.
“저도 처음에는 악기로 접근하고 정확한 연주에만 집중했었는데 몽뚜 교수님으로부터 연주를 음악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이런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그는 마침내 러시아 미카이 타리베르디에프 등 수많은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특히 마카이 타리베르디에프는 오르간 콩쿠르가 지속되기 힘든 상황에서 미카이 타리베르디에프는 벌써 14회나 된 콩쿠르로 박성현은 여기서 1등을 치지한 것이다.
“당시 파이널 곡으로 막스 레거의 곡을 연주했는데 그 곡은 푸가가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전통적인 대위법에 화성이나 선율은 거의 현대곡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연주했을 때 심사위원들은 박성현의 연주가 선율적으로 명확하게 잘 들렸고 음악성이 뛰어나고 호평했다.
몰아의 순간과 실패의 기억
박성현에게 오르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정의를 확인하려면 우선 오르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중요하기에 잊지 못할 순간을 질문했다. 어던 연주든 100% 만족할리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만족할 만한 공연 말이다.
“신인 연주회 때였습니다. 김수근 건축가가 건축한 그 유명한 경동교회에서 리스트의 작품 ‘탄식 걱정 근심 슬픔’을 연주했을 때였죠. 그 곡을 연주하는데 완전히 물아일체, 몰아의 경지를 느꼈습니다. 저는 사라지고 음악만이 흐르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영주시 풍기면에 있는 영주사의 총무와 대화한 적이 있다. 차를 한잔 마시는 동안 그가 ‘도가 무엇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열반과 해탈의 경지까지 가기 위해서 노력하는게 도 아닌가요?”
그렇게 답하자, 총무는 ‘일상에서도 도를 느낄 수 있는데 그건 5초 동안 자신을 완전히 비울 수만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도를 체험하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자신을 온전히 비우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박성현은 오르간 연주를 통해서 무념무상의 경지를 체험한 셈이다. 얼마나 귀한 체험인가.
그렇다고 오르간을 공부하면서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왠만한 바쁜 기억은 곧잘 잊곤 하지만 콩쿠르에서의 실수는 지금도 생생하다.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은 적은 있죠. 유학시절 유럽에서는 꽤 널리 알려진, 규모가 큰 콩쿠르에 출전한 적이 있습니다. 7개월 가량 밥만 먹고 열심히 주구장창 연습해서 콩쿠르에 참여했죠. 그런데 연주 직전에 지정곡을 잘못 알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여러 곡이 있었는데 그중 한 곡을 잘못 알고 참여한 것이에요. 7개월 동안 준비한 게 모두 물거품이었죠. 씁쓸하게 발길을 돌렸던 그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웃음)”
소리를 설계하는 쾌감, 오르간의 내부 세계
오르간은 웅장한 대곡들이 많다. 화성을 위해 스톱들을 준비하고 소리들을 넣는 후 작업이 마무리될 때의 전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마 그래서 오르간을 계속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오르가즘‘이라는 말이 탄생한 것 아니야고 묻자 박성현은 크게 웃는다.
“스탑들을 미리 준비해 놓은 거잖아요. 일종의 조합음인데 이렇게 음을 만드는 일은 피아노나 다른 악기에서 느낄 수 없는 일입니다. 관객은 연주하는 것만 보는데 그게 오르간의 전부는 아닌거죠. 그 연주를 위해서 맞춰 나가는 과정, 마치 이게 수학 공식을 푸는 수식처리 과정과 같습니다.”
함수나 적분 같은 어려운 수학을 풀어나갈 때 긴 공식을 나열한 끝에 정답을 딱 맞추었을 때의 희열은 수학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수학은 그래서 매력이 있다. 음악도 그렇다. 슈바이처 박사 역시 유명한 오르가니스트였다는 사실은 이런 점을 뒷받침해준다.
“이런 쾌감을 주는 작품이 막스 레거의 오르간 작품입니다. 그래서 막스 레거의 곡을 좋아합니다. 솔직히 막스 레거의 곡은 듣기에 그리 재미있는 곡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주자로서 분석하고 곡을 완성시키는 재미가 굉장합니다. 또다른 작곡가 바흐 곡을 분석해보면 수사학적으로 작곡한 게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텍스트 페인팅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해석에서 공감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두 개의 길
텍스트 페인팅? 맞다. 오르간 연주도 그렇겠지만 문학에도 그 수사학적 표현이 손에 만져지면 입이 절로 벌어지곤 한다. 반짝반짝한 살아있는 글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맞습니다. 악보를 보고 즉시 분석하기도 있지만, 오랜 분석 끝에 발견하는 보석 같은 소리가 나오면 그 기쁨은 말만으로는 형언할 수 없습니다. 바흐의 정신과 일치하는 순간, 마치 전극이 통하는 것처럼 환희를 느끼는데 그래서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바흐가 원하는 표현을 했을 때의 기쁨 말이에요.”
박성현은 이 깨달음을 연주와 교육 두 방향으로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나는 연주, 또하나는 교육이다. 순수한 연주 방식은 관객들이 이해하든 못하든 일방적으로 펼치면 그만이지만 교육의 개념을 활용한 연주회는 관객을 배려하는 음악회다. 관객이 작품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는 점에서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오르간 연주에 필요하지 않을까?
“네 너무 중요하죠. 해설 있는 음악회를 저 역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런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습을 넘어 경험으로, 음악을 완성하는 교육 철학
그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데에는 제자들에 대한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주입식 교육이 갖고 있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덕업일치(德業一致)라는 말이 있죠. 외국은 본인이 덕질하고 좋아하던 것을 악기로 표현하고 싶어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입시 때문에 그것과 관계없이 지정곡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주입식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우선 많은 음악을 감상하라고 권유합니다. 특히 오르간 외 다양한 음악을 권하거든요. 특히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등을 강조합나다.”
그는 오르간보다 다른 악기를 많이 듣는 게 오르간 연주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녹음된 오르간 음악을 들으면 악기마다 특성이 너무 강해서 본인의 오르간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오르간 이외의 음악은 스톱을 만들 때 필요한 오케스트라 음향에 큰 도움이 된다.
“오케스트라 곡 외에 합창곡도 많이 들어볼 것을 권합니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연습도 중요하지만 연습보다도 더 중요한 게 경험입니다. 연습만 하루에 몇 시간씩 하지 말고 차라리 전시도 보고, 연애도 좀 해보고 다른 감정을 경험하라는 것이죠.”
일전에 김창옥이라고 명강사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을 때의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레슨을 하던 중 노래가 않자 스승은 ‘밖에 나가서 가을을 느끼고 오라’고 했다. 붉은 단풍, 떨어진 낙엽도 보고 가을을 느끼도 오라는 뜻이다. 감정은 메말라 있는데 연습만 한다면 실력이 늘질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기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권하는 것이죠.”
선입견을 넘어, 몸으로 체득하는 음악의 리듬
피아니스트들 중 일부는 이런 얘기를 한다. 오르간을 전공한 사람들은 원래 피아노를 시작했다가 입시 때 실력이 안되니까 전공을 바꿔서 입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진실일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죠. 역시 입시 제도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좋은 대학 입학이 일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전공을 바꿔서라도 입학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비단 음악과만이 아니고 대학의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모든 전공자가 그렇지는 않다는게 박성현의 생각이다. 본인 역시도 전공을 처음부터 오르간으로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오르간을 사랑했기에 그는 유일한 취미인 런닝을 할 때에도 템포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아예 모든 걸 잊고 오로지 런닝에 집중해야히 하면서도 연주나 콩쿠르가 다가오면 어느새 뜀박질이 템포로 변한다. 그러나 박성현은 그것마저도 긍정적으로 전환시킨다.
“제 경험상 낭독을 할 때 처음부터 끝가지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흥분하면 점점 속도가 빨라집니다. 음악도 그렇죠? 예전에 어느 이태리 지휘자가 악보대로 빠르기를 따르는가 싶더니 스스로 흥분하다가 점점 템포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이처럼 연주자나 지휘자가 흥분하면 템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런닝은 일정한 템포를 몸에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묻자 박성현은 ‘그렇다’며 맞장구를 친다.
악기의 왕, 일상의 악기로 다가서다
오르간은 그 세계를 알면 알수록 누구나 반할 만한 매혹적인 악기다. 오케스트라적인 악기이기에 오죽하면 ‘악기의 왕’이라 했을까. 작은 플룻 소리부터 오케스트라의 뚜띠까지 원하는 음역과 음색을 연출할 수 있는 악기가 오르간이다. 다른 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해도 풍성한 효과로 표현할 수 있기에 이번 공연이 기대된다.
“연주자들의 숙제인 것 같은데, 연주자들이 관객들을 위해 좀 더 쉬운 레퍼토리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관객들도 오르간을 성스러운 악기 교회로만 보지말고 일반 악기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고요. 이번 공연에서 다양한 레퍼터리로 오르간도 피아노처럼 친숙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악기라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을 당부합니다.”
오르가니스트 박성현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졸업한 후 도독, 쾰른국립음대에서 석사(Master of Music)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 프랑스 파리시립음악원에서 석사(Cycle de concertiste), 그리고 에센 폴크방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오르간 실내악 석사(Master of Music) 과정을 마쳤다. 제14회 러시아 미카엘 타리베르디에프 오르간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하였으며, 제8회 룩셈부르크 두들랑쥐 오르간 국제 콩쿠르 3등, 제11회 독일 콜셴브로이히 오르간 국제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독일 유학시절 독일음악위원회 장학금(Deutscher Musikrat Stipendium)을 수여받아 독일 및 세계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대구음악협회 오르간콩쿠르 2등, 영산아트홀 국민일보 오르간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연세대 실기우수자 신입생연주회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영산아트홀, 광림교회, 경동교회 신인연주 등 다수의 연주회 및 독주회를 가졌다. 연이은 국제콩쿠르 수상으로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독일과 프랑스의 St. Severin, St. Aposteln, St. Andreas, St. Ludgerus, St. Pantaleon, St. Foillan, Lorenzkirche, Konzerthaus Dortmund 등 다양한 역사적 교회와 연주홀에서 독주회를 열며 솔로이스트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연주 활동 이외에도 Viktor Lukas, André Isoir, Martin Sander, David Sanger, Naji Hakim, Wolfgang Zerer, Rie Hiroe, Theo Jellema, Daniel Roth 등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며 다양한 음악적 견해를 공부하고 그 음악적 깊이를 넓혀갔다. 또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천시립교향악단, 강릉시립교향악단, 광주시립교향악단, 심포니송 등과 협연 및 객원 연주를 진행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콘서바토리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글 김종섭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 연주
“오르간은 오케스트라적인 악기입니다. 악기의 왕이라고 하잖아요. 작은 플룻 소리부터 오케스트라의 뚜띠 같은 소리까지 낼 수 있는 악기죠. 오르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굉장히 넓고, 다른 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해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요. 그런데 관객들을 위해서 좀 더 쉬운 레퍼토리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관객들도 오르간을 성스러운 악기, 교회로만 보지 말고 일반 악기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지요. 피아노처럼 친숙하고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악기라는 걸 깨닫게 하고 싶답니다.”
오는 4월 23일(목)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독주회를 펼치는 박성현은 파이프오르간의 대중화를 위해 이번 무대에서도 다른 장르와 흥미로운 콜라보를 연출할 계획이다. 예컨대 피아니스트 전지훈, 서울브라스사운드, 메스콰이어합창단(지휘 김희철) 등과 함께 대중지향적 화려한 무대를 이끌겠다는 것. 박성현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 BWV 565로 문을 연 뒤, 금관 5중주와 피아노 솔로곡에 이어 카르멘 환타지로 바통을 받아 금관 5중주와의 협연으로 테오도르 뒤부아의 개선 행진곡(편곡: 카르스텐 클롬프)과 자크 니콜라 르멘의 ‘팡파레’(편곡: 에드워드 탬블링)를 연주한다. 이어 피아노와의 협연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오르간·피아노 듀오 편곡)과 베토벤의 ‘기뻐하라 경배하세’를, 또 합창과의 협연으로 이현철 편곡 작품인 ‘평화’와 ‘때 저물어 날이 어두니’를 연주한다.
피날레는 역시 오르간 독주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사단조 Op.23 No.5’(편곡: G.H. 페더라인), 샤를마리 비도르의 ‘교향곡 제5번 중 토카타’ 등으로 막을 내린다.
‘낯선 음악’을 ‘익숙한 감정’으로 번역하기
이 프로그램으로 박성현은 대체 어떤 메시지를 드러내려고 할까? 일반 청중들에게는 오르간이 접근성이 어려운 악기로 인식되어 있다. 성스러운 교회에서만 연주되는 악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주회는 일반 청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악기와의 협업을 꾀한 것이죠. 특히 앙상블에서 나오는 효과가 되게 좋잖아요. 다른 악기랑도 합쳐졌을 때 나오는 그 시너지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친숙한 곡을 선택한 것입니다. 오르간 솔로 곡 중에도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g단조를 편곡한 곡도 있고 드뷔시의 ‘달빛’도 있거든요.”
십수 년 전 살타첼로가 파이프오르간을 중심으로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것을 감상한 적이 있다. 그때 파이프오르간이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이루었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지 깨달았다. 박성현은 평소에도 파이프오르간이 먼 거리에 있는 천상의 음악이 아니라 얼마든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연주회는 김희철 선생님과 은사님이신 김지성 교수님, 그리고 기획자이신 한상돈 대표님과도 협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것인지 말이죠.”
박성현은 그동안 전통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해오면서 오르간 매니아들만 듣는 연주에서 벗어나, 오르간 음악에 낯설어하는 대중을 위해서도 꼭 연주하고 싶었다. 그 바람이 지난 부산 공연에 이어 이번 4월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공연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정통의 깊이를 지나, 오르간의 세계를 완성하다
박성현은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졸업한 후, 독일의 쾰른 국립음악대학교 석사(Master of Music)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 그리고 프랑스 파리시립음악원에서 석사(Cycle de concertiste), 다시 독일의 에센 폴크방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오르간 실내악 석사(Master of Music) 과정을 모두 심사위원 만장일치 만점으로 졸업한 오르간의 귀재다.
제14회 러시아 미카엘 타리베르디에프 오르간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한 그는 제8회 룩셈부르크 두들랑쥐 오르간국제콩쿠르에서는 3등, 제11회 독일 콜셴브로이히 오르간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 유학시절에는 독일음악위원회 장학금(Deutscher Musikrat Stipendium)을 수여받아 독일 및 세계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구음악협회 오르간콩쿠르 2등, 영산아트홀 국민일보 오르간콩쿠르에서는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런 국제적인 입지를 다진 그가 귀국 후에는 어떤 활동을 펼쳤을까? 유학시절 공부한게 모두 정통 프로그램이었으니 귀국후에도 정통 레퍼토리에 천착할 수밖에… 정통 레퍼토리를 시대별로 연주하거나 오르간이 교회작품이 많은 만큼 사순절 시기에 맞춰 ‘성화와 함께하는 콘서트’ 등 기획공연을 펼치곤 했다.
“파이프오르간은 다른 악기와 달리 나라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나라마다 음악적 특징이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 국가에서만 오르간을 공부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공부했던 것이죠. 그래서 정통 레퍼터리만 연주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귀국해서도 정통 프로그램을 주로 연주한 것이죠.”
스승과 계보, 그리고 음악적 정체성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박성현은 피아노와 브라스 5중주, 합창과 함께한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그중에서 김지성 교수는 박성현이 오르간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됐던 스승이다. 모든 음악가들이 똑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무대에서 한 순간을 위해 너무 긴 세월 동안 준비하는 게 안타깝다는 말에 박성현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웃음 짓는다.
“어릴 때 이제 광림교회에 다녔거든요. 그때 저의 스승님이 되었던 김지선 교수님의 연주가 너무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 감동이 계기가 되어 파이프오르간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바흐가 처음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듣고 천국의 음악이 이런 것인가 하고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아마도 박성현은 그 어린 시절,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듣고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처음 오르간을 시작한 게 김지선 서울신대 교수님 때문인데 지금까지도 신동일 교수님가 함께 오르간 연주에 대해 가장 논의를 많이 하는 분입니다. 김지성 교수님은 오르간의 전체적인 문헌이나 레퍼토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반면, 대중적인 음악도 연주하기를 원했습니다. 신동일 교수님은 전통적인 연주, 전통적인 레퍼토리, 정격 연주법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두 스승의 가르침을 토대로 한다면 그 위에 건축을 한 것은 프랑스 유학시절, 크리스토프 몽뚜 교수라고 할 수 있다. 몽뚜 교수는 ‘파이프오르간의 연주를 노래처럼’ 하기를 원했다. 기악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선율적으로 어떻게 노래하는지, 프레이징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 그런 것에 대해 상세하게 가르쳐주었다.
“저도 처음에는 악기로 접근하고 정확한 연주에만 집중했었는데 몽뚜 교수님으로부터 연주를 음악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이런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그는 마침내 러시아 미카이 타리베르디에프 등 수많은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특히 마카이 타리베르디에프는 오르간 콩쿠르가 지속되기 힘든 상황에서 미카이 타리베르디에프는 벌써 14회나 된 콩쿠르로 박성현은 여기서 1등을 치지한 것이다.
“당시 파이널 곡으로 막스 레거의 곡을 연주했는데 그 곡은 푸가가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전통적인 대위법에 화성이나 선율은 거의 현대곡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연주했을 때 심사위원들은 박성현의 연주가 선율적으로 명확하게 잘 들렸고 음악성이 뛰어나고 호평했다.
몰아의 순간과 실패의 기억
박성현에게 오르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정의를 확인하려면 우선 오르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중요하기에 잊지 못할 순간을 질문했다. 어던 연주든 100% 만족할리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만족할 만한 공연 말이다.
“신인 연주회 때였습니다. 김수근 건축가가 건축한 그 유명한 경동교회에서 리스트의 작품 ‘탄식 걱정 근심 슬픔’을 연주했을 때였죠. 그 곡을 연주하는데 완전히 물아일체, 몰아의 경지를 느꼈습니다. 저는 사라지고 음악만이 흐르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영주시 풍기면에 있는 영주사의 총무와 대화한 적이 있다. 차를 한잔 마시는 동안 그가 ‘도가 무엇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열반과 해탈의 경지까지 가기 위해서 노력하는게 도 아닌가요?”
그렇게 답하자, 총무는 ‘일상에서도 도를 느낄 수 있는데 그건 5초 동안 자신을 완전히 비울 수만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도를 체험하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자신을 온전히 비우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박성현은 오르간 연주를 통해서 무념무상의 경지를 체험한 셈이다. 얼마나 귀한 체험인가.
그렇다고 오르간을 공부하면서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왠만한 바쁜 기억은 곧잘 잊곤 하지만 콩쿠르에서의 실수는 지금도 생생하다.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은 적은 있죠. 유학시절 유럽에서는 꽤 널리 알려진, 규모가 큰 콩쿠르에 출전한 적이 있습니다. 7개월 가량 밥만 먹고 열심히 주구장창 연습해서 콩쿠르에 참여했죠. 그런데 연주 직전에 지정곡을 잘못 알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여러 곡이 있었는데 그중 한 곡을 잘못 알고 참여한 것이에요. 7개월 동안 준비한 게 모두 물거품이었죠. 씁쓸하게 발길을 돌렸던 그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웃음)”
소리를 설계하는 쾌감, 오르간의 내부 세계
오르간은 웅장한 대곡들이 많다. 화성을 위해 스톱들을 준비하고 소리들을 넣는 후 작업이 마무리될 때의 전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마 그래서 오르간을 계속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오르가즘‘이라는 말이 탄생한 것 아니야고 묻자 박성현은 크게 웃는다.
“스탑들을 미리 준비해 놓은 거잖아요. 일종의 조합음인데 이렇게 음을 만드는 일은 피아노나 다른 악기에서 느낄 수 없는 일입니다. 관객은 연주하는 것만 보는데 그게 오르간의 전부는 아닌거죠. 그 연주를 위해서 맞춰 나가는 과정, 마치 이게 수학 공식을 푸는 수식처리 과정과 같습니다.”
함수나 적분 같은 어려운 수학을 풀어나갈 때 긴 공식을 나열한 끝에 정답을 딱 맞추었을 때의 희열은 수학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수학은 그래서 매력이 있다. 음악도 그렇다. 슈바이처 박사 역시 유명한 오르가니스트였다는 사실은 이런 점을 뒷받침해준다.
“이런 쾌감을 주는 작품이 막스 레거의 오르간 작품입니다. 그래서 막스 레거의 곡을 좋아합니다. 솔직히 막스 레거의 곡은 듣기에 그리 재미있는 곡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주자로서 분석하고 곡을 완성시키는 재미가 굉장합니다. 또다른 작곡가 바흐 곡을 분석해보면 수사학적으로 작곡한 게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텍스트 페인팅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해석에서 공감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두 개의 길
텍스트 페인팅? 맞다. 오르간 연주도 그렇겠지만 문학에도 그 수사학적 표현이 손에 만져지면 입이 절로 벌어지곤 한다. 반짝반짝한 살아있는 글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맞습니다. 악보를 보고 즉시 분석하기도 있지만, 오랜 분석 끝에 발견하는 보석 같은 소리가 나오면 그 기쁨은 말만으로는 형언할 수 없습니다. 바흐의 정신과 일치하는 순간, 마치 전극이 통하는 것처럼 환희를 느끼는데 그래서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바흐가 원하는 표현을 했을 때의 기쁨 말이에요.”
박성현은 이 깨달음을 연주와 교육 두 방향으로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나는 연주, 또하나는 교육이다. 순수한 연주 방식은 관객들이 이해하든 못하든 일방적으로 펼치면 그만이지만 교육의 개념을 활용한 연주회는 관객을 배려하는 음악회다. 관객이 작품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는 점에서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오르간 연주에 필요하지 않을까?
“네 너무 중요하죠. 해설 있는 음악회를 저 역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런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습을 넘어 경험으로, 음악을 완성하는 교육 철학
그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데에는 제자들에 대한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주입식 교육이 갖고 있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덕업일치(德業一致)라는 말이 있죠. 외국은 본인이 덕질하고 좋아하던 것을 악기로 표현하고 싶어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입시 때문에 그것과 관계없이 지정곡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주입식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우선 많은 음악을 감상하라고 권유합니다. 특히 오르간 외 다양한 음악을 권하거든요. 특히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등을 강조합나다.”
그는 오르간보다 다른 악기를 많이 듣는 게 오르간 연주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녹음된 오르간 음악을 들으면 악기마다 특성이 너무 강해서 본인의 오르간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오르간 이외의 음악은 스톱을 만들 때 필요한 오케스트라 음향에 큰 도움이 된다.
“오케스트라 곡 외에 합창곡도 많이 들어볼 것을 권합니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연습도 중요하지만 연습보다도 더 중요한 게 경험입니다. 연습만 하루에 몇 시간씩 하지 말고 차라리 전시도 보고, 연애도 좀 해보고 다른 감정을 경험하라는 것이죠.”
일전에 김창옥이라고 명강사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을 때의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레슨을 하던 중 노래가 않자 스승은 ‘밖에 나가서 가을을 느끼고 오라’고 했다. 붉은 단풍, 떨어진 낙엽도 보고 가을을 느끼도 오라는 뜻이다. 감정은 메말라 있는데 연습만 한다면 실력이 늘질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기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권하는 것이죠.”
선입견을 넘어, 몸으로 체득하는 음악의 리듬
피아니스트들 중 일부는 이런 얘기를 한다. 오르간을 전공한 사람들은 원래 피아노를 시작했다가 입시 때 실력이 안되니까 전공을 바꿔서 입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진실일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죠. 역시 입시 제도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좋은 대학 입학이 일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전공을 바꿔서라도 입학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비단 음악과만이 아니고 대학의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모든 전공자가 그렇지는 않다는게 박성현의 생각이다. 본인 역시도 전공을 처음부터 오르간으로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오르간을 사랑했기에 그는 유일한 취미인 런닝을 할 때에도 템포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아예 모든 걸 잊고 오로지 런닝에 집중해야히 하면서도 연주나 콩쿠르가 다가오면 어느새 뜀박질이 템포로 변한다. 그러나 박성현은 그것마저도 긍정적으로 전환시킨다.
“제 경험상 낭독을 할 때 처음부터 끝가지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흥분하면 점점 속도가 빨라집니다. 음악도 그렇죠? 예전에 어느 이태리 지휘자가 악보대로 빠르기를 따르는가 싶더니 스스로 흥분하다가 점점 템포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거든요. 이처럼 연주자나 지휘자가 흥분하면 템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런닝은 일정한 템포를 몸에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묻자 박성현은 ‘그렇다’며 맞장구를 친다.
악기의 왕, 일상의 악기로 다가서다
오르간은 그 세계를 알면 알수록 누구나 반할 만한 매혹적인 악기다. 오케스트라적인 악기이기에 오죽하면 ‘악기의 왕’이라 했을까. 작은 플룻 소리부터 오케스트라의 뚜띠까지 원하는 음역과 음색을 연출할 수 있는 악기가 오르간이다. 다른 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해도 풍성한 효과로 표현할 수 있기에 이번 공연이 기대된다.
“연주자들의 숙제인 것 같은데, 연주자들이 관객들을 위해 좀 더 쉬운 레퍼토리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관객들도 오르간을 성스러운 악기 교회로만 보지말고 일반 악기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고요. 이번 공연에서 다양한 레퍼터리로 오르간도 피아노처럼 친숙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악기라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을 당부합니다.”
오르가니스트 박성현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졸업한 후 도독, 쾰른국립음대에서 석사(Master of Music)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 프랑스 파리시립음악원에서 석사(Cycle de concertiste), 그리고 에센 폴크방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오르간 실내악 석사(Master of Music) 과정을 마쳤다. 제14회 러시아 미카엘 타리베르디에프 오르간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하였으며, 제8회 룩셈부르크 두들랑쥐 오르간 국제 콩쿠르 3등, 제11회 독일 콜셴브로이히 오르간 국제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독일 유학시절 독일음악위원회 장학금(Deutscher Musikrat Stipendium)을 수여받아 독일 및 세계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대구음악협회 오르간콩쿠르 2등, 영산아트홀 국민일보 오르간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연세대 실기우수자 신입생연주회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영산아트홀, 광림교회, 경동교회 신인연주 등 다수의 연주회 및 독주회를 가졌다. 연이은 국제콩쿠르 수상으로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독일과 프랑스의 St. Severin, St. Aposteln, St. Andreas, St. Ludgerus, St. Pantaleon, St. Foillan, Lorenzkirche, Konzerthaus Dortmund 등 다양한 역사적 교회와 연주홀에서 독주회를 열며 솔로이스트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연주 활동 이외에도 Viktor Lukas, André Isoir, Martin Sander, David Sanger, Naji Hakim, Wolfgang Zerer, Rie Hiroe, Theo Jellema, Daniel Roth 등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며 다양한 음악적 견해를 공부하고 그 음악적 깊이를 넓혀갔다. 또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천시립교향악단, 강릉시립교향악단, 광주시립교향악단, 심포니송 등과 협연 및 객원 연주를 진행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콘서바토리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