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차웅 × 〈발칙한 클래식〉
2026년 6월 16일, 롯데콘서트홀.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의 독보적인 선율로 시작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밤의 음악’과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지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로 닫히는 공연 ‘발칙한 클래식’이 막을 올린다. 해설을 통해 음악에 생동감을 더한 ‘발칙한 클래식’은 다채로운 장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입체적인 몰입의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본 공연을 앞두고, 지휘자 차웅을 만났다.
모든 고전은 처음에 발칙했다
공연의 출발 명제는 ‘모든 고전은 처음부터 고전이 아니었다’이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 부르는 곡들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너무 낯설고 과감하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드뷔시가 그랬고, 거슈윈이 그랬으며, 번스타인도 마찬가지였다. ‘발칙한 클래식’은 그 사실을 지금 이 무대 위에서 다시 꺼낸다.
“프로그램 전체가 발칙합니다.” 그는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중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입니다. 말러나 브람스처럼 구조적 긴장이 선명한 음악이 익숙한 귀에는 매혹적이면서도 당혹스러울 만큼 낯설게 다가오는 곡이죠. 그래서 저 역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곡은 플루트가 반음계적인 선율을 독주하며 시작되는데, 이때 지휘자는 지휘봉을 들지 않습니다. 이후 다른 악기들이 하나씩 진입하면서 지휘자의 역할이 서서히 개입되는 구조입니다. 악기의 배치와 전개 방식까지 지극히 이색적입니다. 시작이 어디이고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 어려운, 물결과도 같은 음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어요. 제게도 생소했던 해당 작품이 클래식 음악이 생소한 분들에게 어떻게 감상 될지 가늠되지 않는데요. 바로 그 지점이 이 곡이 발칙한 이유입니다.”
해설은 음악을 설명하지 않는다, 열어줄 뿐
이번 공연에는 해설자로 조은아가 함께한다. 음악을 ‘감상’이 아닌 ‘경험’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회의 서곡, 협주곡, 교향곡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이야기와 음악이 교차하는 포맷. 지휘자 차웅은 이 구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되, 그 역할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관객들은 클래식 공연장에 오면서도 ‘이 음악이 왜 이렇게 배치되었는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청중이 놓치지 않고 짚어줬으면 하는 포인트를 해설이 짚어준다면, 연주도 관객에게 더 깊이 꽂힐 수 있어요. 서로 티키타카가 되는 거죠.”
그는 클래식 대중화를 음식에 비유했다. “젊은 세대가 클래식을 모르는 건 싫어서가 아니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먹어본 적 없으니 아직 그 맛을 모르는 거죠. 한 번 경험하면 그 세계의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분명 존재합니다. 발칙한 클래식이 누군가에게 그 첫 경험의 문을 여는 공연이 된다면 큰 영광일 것입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방향은 하나다
이번 무대에는 소리꾼 고영열, 뮤지컬 배우 정승원, 바리톤 김진추,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소프라노 김형순, 피아니스트 정지원 그리고 지휘자 차웅과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서로 다른 음악 문법을 가진 이들이 한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과제. 차웅은 이 문제를 ‘색깔’의 문제로 접근했다.
“브람스나 말러 같은 고전 레퍼토리 안에도 이미 록 음악과 팝 음악의 요소 등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내재해 있습니다. 음악이 가진 색깔을 찾아내는 노력은 단 한 번도 게을리한 적이 없어요. 아직도 저는 지휘를 맡은 곡은 피아노로 일일이 연주하며 연구한답니다. 발칙한 클래식을 위해서는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의 텍스트부터 다시 살펴보았고 거슈윈의 재즈 리듬과 흑인 음악의 그루브를 분석했으며 고영열 씨의 판소리를 위해서는 제게도 내재하여 있는 한국인 특유의 민속적 한(恨)과 리듬을 오케스트라에 어떻게 녹여낼지를 함께 연구했습니다.”
여러 장르의 혼합 속에서도 타협하지 말아야 할 본질에 대해 묻자, 그의 답은 단호했다.
“각 장르를 혼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씩 고유의 맛을 보여주되 클래식 악기로도 이런 음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결국,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선보이는 것. 그게 이 공연을 준비하는 제 마음입니다.”
그 원칙은 리허설 현장에서도 그대로 관철되었다.
“장르가 다를 뿐이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음악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 그 자체가 이 공연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아요.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했고, 그것이 리허설의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타임캡슐 속의 꿈, 그리고 소통으로 완성하는 오케스트라
어린 시절 타임캡슐에 묻어둔 ‘지휘자’라는 꿈은 숱한 우회로를 거쳐 마침내 포항시립교향악단을 이끌고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자타공인 초심을 잃지 않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지휘자로 자부심을 품고 무대에 서는 그는, 지휘자란 단원들의 예술적 행복을 책임지는 자리이자 철저한 자기관리와 쉼 없는 탐구가 동반되어야 하는 숙명의 직업이라 말한다. 그라츠 유학 시절 일상에 깊이 체화된 유럽의 음악 문화를 목격한 경험은, 연주자 스스로 먼저 미학적 본질을 깨달아야 청중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기준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연주가 끝난 후 로비에서 만나는 어린 청중과의 첫 기억을 소중히 여기며, 단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유연한 리더십과 행정적 헌신을 통해 음악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무대를 지향하고 있다.
“다소 불편한 이야기까지 귀를 기울이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 내 것만 맞다고 우기는 건 맞지 않아요. 공연장을 찾아주는 초등학생과 인사를 나누며 아이의 첫 경험을 공유하고 나서부터는 공연이 끝나면 제일 먼저 로비에 나가서 관객들을 배웅해요. 더불어 작고 큰 민원의 목소리까지 세심하게 반응합니다. 예술감독과 지휘자를 겸하며 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만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행정과 청중까지 신경 써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항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취임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악단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최근 ‘2026 교향악축제’에서 거둔 성공적인 결실은 그의 남다른 오케스트라 운영 철학을 증명한다. “단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휘자는 2년마다 업데이트되는 내비게이션이고, 운전대를 잡은 건 오케스트라이며, 보조석 뒤 가장 좋은 좌석에 앉은 건 청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너무 자주 개입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죠. 서로 약속된 사인을 통해 유기적으로 화합하며 제 역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율주행의 단계까지 가는 겁니다. 우리가 안정적으로 협치를 이루기 위해 집중할수록 청중은 만족감을 느끼고 오케스트라를 다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지휘자 차웅은 롤모델인 아바도처럼 일방적 소통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솔직한 상호 소통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본연의 색을 끌어내기 위해 애쓴다. 서로의 소리를 경청할 것을 가장 강조하며 결국, 오케스트라 스스로 구현해 내는 ‘좋은 소리’를 확장해 청중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현재 차웅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는 지휘자의 예술적 지향점이다.
하나만 건져 가셔도 됩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에게 무엇이 남았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의 답은 작고 구체적이었다.
“피가로의 결혼이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고, 거슈윈을 계기로 그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 보며 번스타인이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작곡가로서 펼친 세계를 깊이 탐구해 가는 것. 무엇이든 하나의 호기심이 깊은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입니다.”
인터뷰 말미, 유연하면서도 진중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그에게 다소 발칙한 질문을 던졌다. 그가 꼽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평소 애호하는 와인에 비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피노 누아(Pinot Noir)’처럼 첫인상과 디캔팅 후의 풍미가 완전히 다른 와인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본연의 섬세함이 발현되며 어떻게 변할지 기대하게 하고 결국엔 묵직한 울림을 안겨 준다는 점이 닮아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악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유럽에서 유학하며 밤이 깊고 외로울 때, 유재하 음악을 촛불 정도의 밝기에서 들으며 밤하늘을 봤어요. 드뷔시의 ‘달빛’, 슈만의 첼로 협주곡 2악장,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 장르는 상관없어요. 그냥 그 순간, 그 감정이 음악과 만나는 것을 즐기곤 했습니다.”
이것이 차웅이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이다. 특권층의 문화가 아닌, 삶의 어느 한 부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앞으로의 무대들
서울과 포항을 종횡무진하는 지휘자 차웅의 여정은 올가을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포항시향과의 정기연주회는 물론, 7월 국립오페라단과의 협연, 8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서 선보일 ‘쓰리 테너’ 기획 무대까지 다채로운 음악적 시너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곧 무대에 올릴 〈발칙한 클래식〉을 찾아올 관객들을 향해 다정한 초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부담 없이 오셨으면 합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탐구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지만, 문턱을 낮추기 위해 애썼습니다. 해설이 구성된 음악의 매력을 잘 풀어드릴 거예요. 정성껏 마련한 음악 중 단 하나라도 여러분의 마음에 닿아 깊은 관심으로 피어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발칙한 클래식’ 공연 정보
일시: 2026년 6월 16일(화) 오후 8시
장소: 롯데콘서트홀
주최: 머니투데이
지휘: 차웅
해설: 조은아
연주: 코리아쿱오케스트라
글 이지원
지휘자 차웅 × 〈발칙한 클래식〉
2026년 6월 16일, 롯데콘서트홀.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의 독보적인 선율로 시작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밤의 음악’과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지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로 닫히는 공연 ‘발칙한 클래식’이 막을 올린다. 해설을 통해 음악에 생동감을 더한 ‘발칙한 클래식’은 다채로운 장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입체적인 몰입의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본 공연을 앞두고, 지휘자 차웅을 만났다.
모든 고전은 처음에 발칙했다
공연의 출발 명제는 ‘모든 고전은 처음부터 고전이 아니었다’이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 부르는 곡들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너무 낯설고 과감하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드뷔시가 그랬고, 거슈윈이 그랬으며, 번스타인도 마찬가지였다. ‘발칙한 클래식’은 그 사실을 지금 이 무대 위에서 다시 꺼낸다.
“프로그램 전체가 발칙합니다.” 그는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중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입니다. 말러나 브람스처럼 구조적 긴장이 선명한 음악이 익숙한 귀에는 매혹적이면서도 당혹스러울 만큼 낯설게 다가오는 곡이죠. 그래서 저 역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곡은 플루트가 반음계적인 선율을 독주하며 시작되는데, 이때 지휘자는 지휘봉을 들지 않습니다. 이후 다른 악기들이 하나씩 진입하면서 지휘자의 역할이 서서히 개입되는 구조입니다. 악기의 배치와 전개 방식까지 지극히 이색적입니다. 시작이 어디이고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 어려운, 물결과도 같은 음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어요. 제게도 생소했던 해당 작품이 클래식 음악이 생소한 분들에게 어떻게 감상 될지 가늠되지 않는데요. 바로 그 지점이 이 곡이 발칙한 이유입니다.”
해설은 음악을 설명하지 않는다, 열어줄 뿐
이번 공연에는 해설자로 조은아가 함께한다. 음악을 ‘감상’이 아닌 ‘경험’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회의 서곡, 협주곡, 교향곡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이야기와 음악이 교차하는 포맷. 지휘자 차웅은 이 구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되, 그 역할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관객들은 클래식 공연장에 오면서도 ‘이 음악이 왜 이렇게 배치되었는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청중이 놓치지 않고 짚어줬으면 하는 포인트를 해설이 짚어준다면, 연주도 관객에게 더 깊이 꽂힐 수 있어요. 서로 티키타카가 되는 거죠.”
그는 클래식 대중화를 음식에 비유했다. “젊은 세대가 클래식을 모르는 건 싫어서가 아니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먹어본 적 없으니 아직 그 맛을 모르는 거죠. 한 번 경험하면 그 세계의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분명 존재합니다. 발칙한 클래식이 누군가에게 그 첫 경험의 문을 여는 공연이 된다면 큰 영광일 것입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방향은 하나다
이번 무대에는 소리꾼 고영열, 뮤지컬 배우 정승원, 바리톤 김진추,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소프라노 김형순, 피아니스트 정지원 그리고 지휘자 차웅과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서로 다른 음악 문법을 가진 이들이 한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과제. 차웅은 이 문제를 ‘색깔’의 문제로 접근했다.
“브람스나 말러 같은 고전 레퍼토리 안에도 이미 록 음악과 팝 음악의 요소 등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내재해 있습니다. 음악이 가진 색깔을 찾아내는 노력은 단 한 번도 게을리한 적이 없어요. 아직도 저는 지휘를 맡은 곡은 피아노로 일일이 연주하며 연구한답니다. 발칙한 클래식을 위해서는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의 텍스트부터 다시 살펴보았고 거슈윈의 재즈 리듬과 흑인 음악의 그루브를 분석했으며 고영열 씨의 판소리를 위해서는 제게도 내재하여 있는 한국인 특유의 민속적 한(恨)과 리듬을 오케스트라에 어떻게 녹여낼지를 함께 연구했습니다.”
여러 장르의 혼합 속에서도 타협하지 말아야 할 본질에 대해 묻자, 그의 답은 단호했다.
“각 장르를 혼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씩 고유의 맛을 보여주되 클래식 악기로도 이런 음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결국,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선보이는 것. 그게 이 공연을 준비하는 제 마음입니다.”
그 원칙은 리허설 현장에서도 그대로 관철되었다.
“장르가 다를 뿐이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음악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 그 자체가 이 공연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아요.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했고, 그것이 리허설의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타임캡슐 속의 꿈, 그리고 소통으로 완성하는 오케스트라
어린 시절 타임캡슐에 묻어둔 ‘지휘자’라는 꿈은 숱한 우회로를 거쳐 마침내 포항시립교향악단을 이끌고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자타공인 초심을 잃지 않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지휘자로 자부심을 품고 무대에 서는 그는, 지휘자란 단원들의 예술적 행복을 책임지는 자리이자 철저한 자기관리와 쉼 없는 탐구가 동반되어야 하는 숙명의 직업이라 말한다. 그라츠 유학 시절 일상에 깊이 체화된 유럽의 음악 문화를 목격한 경험은, 연주자 스스로 먼저 미학적 본질을 깨달아야 청중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기준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연주가 끝난 후 로비에서 만나는 어린 청중과의 첫 기억을 소중히 여기며, 단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유연한 리더십과 행정적 헌신을 통해 음악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무대를 지향하고 있다.
“다소 불편한 이야기까지 귀를 기울이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 내 것만 맞다고 우기는 건 맞지 않아요. 공연장을 찾아주는 초등학생과 인사를 나누며 아이의 첫 경험을 공유하고 나서부터는 공연이 끝나면 제일 먼저 로비에 나가서 관객들을 배웅해요. 더불어 작고 큰 민원의 목소리까지 세심하게 반응합니다. 예술감독과 지휘자를 겸하며 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만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행정과 청중까지 신경 써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항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취임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악단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최근 ‘2026 교향악축제’에서 거둔 성공적인 결실은 그의 남다른 오케스트라 운영 철학을 증명한다. “단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휘자는 2년마다 업데이트되는 내비게이션이고, 운전대를 잡은 건 오케스트라이며, 보조석 뒤 가장 좋은 좌석에 앉은 건 청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너무 자주 개입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죠. 서로 약속된 사인을 통해 유기적으로 화합하며 제 역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율주행의 단계까지 가는 겁니다. 우리가 안정적으로 협치를 이루기 위해 집중할수록 청중은 만족감을 느끼고 오케스트라를 다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지휘자 차웅은 롤모델인 아바도처럼 일방적 소통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솔직한 상호 소통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본연의 색을 끌어내기 위해 애쓴다. 서로의 소리를 경청할 것을 가장 강조하며 결국, 오케스트라 스스로 구현해 내는 ‘좋은 소리’를 확장해 청중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현재 차웅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는 지휘자의 예술적 지향점이다.
하나만 건져 가셔도 됩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에게 무엇이 남았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의 답은 작고 구체적이었다.
“피가로의 결혼이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고, 거슈윈을 계기로 그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 보며 번스타인이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작곡가로서 펼친 세계를 깊이 탐구해 가는 것. 무엇이든 하나의 호기심이 깊은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입니다.”
인터뷰 말미, 유연하면서도 진중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그에게 다소 발칙한 질문을 던졌다. 그가 꼽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평소 애호하는 와인에 비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피노 누아(Pinot Noir)’처럼 첫인상과 디캔팅 후의 풍미가 완전히 다른 와인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본연의 섬세함이 발현되며 어떻게 변할지 기대하게 하고 결국엔 묵직한 울림을 안겨 준다는 점이 닮아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악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유럽에서 유학하며 밤이 깊고 외로울 때, 유재하 음악을 촛불 정도의 밝기에서 들으며 밤하늘을 봤어요. 드뷔시의 ‘달빛’, 슈만의 첼로 협주곡 2악장,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 장르는 상관없어요. 그냥 그 순간, 그 감정이 음악과 만나는 것을 즐기곤 했습니다.”
이것이 차웅이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이다. 특권층의 문화가 아닌, 삶의 어느 한 부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앞으로의 무대들
서울과 포항을 종횡무진하는 지휘자 차웅의 여정은 올가을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포항시향과의 정기연주회는 물론, 7월 국립오페라단과의 협연, 8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서 선보일 ‘쓰리 테너’ 기획 무대까지 다채로운 음악적 시너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곧 무대에 올릴 〈발칙한 클래식〉을 찾아올 관객들을 향해 다정한 초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부담 없이 오셨으면 합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탐구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지만, 문턱을 낮추기 위해 애썼습니다. 해설이 구성된 음악의 매력을 잘 풀어드릴 거예요. 정성껏 마련한 음악 중 단 하나라도 여러분의 마음에 닿아 깊은 관심으로 피어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발칙한 클래식’ 공연 정보
일시: 2026년 6월 16일(화) 오후 8시
장소: 롯데콘서트홀
주최: 머니투데이
지휘: 차웅
해설: 조은아
연주: 코리아쿱오케스트라
글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