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오늘의 뮤지션'으로, ㈜오뮤 대표 홍아람

‘전화위복(轉禍爲福)’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봉쇄된 가운데, 닫혀버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 나선 사람이 있다.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공연예술기획사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오뮤 홍아람 대표다.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드는 성악계와 무대가 간절한 청년뮤지션들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경험 증대 및 수익 처우를 도모하는 단체가 무엇보다 절실한 가운데 오뮤는 한 줄기 빛과도 같다. ‘크고 작은 무대든 어디서나 감사해할 줄 아는 예술인이 행복한 관객을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홍 대표는 본인 역시 연주자로서 갇힌 것만 같았던 그 순간을 새로운 시작으로 바꿨다.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전 세계의 모든 극장을 비롯해 예술공연계가 가장 먼저 폐쇄되었다. 이탈리아 유학생이었던 홍아람 대표는 어떻게든 그곳에 머물고 싶었지만, 점점 심각해져만 가는 상황에 부모님마저 극구 한국으로 들어올 것을 권유했다. 결국 졸업과 동시에 아쉬운 귀국길에 올랐다.
막상 들어오긴 했지만, 작은 공연들 외에는 이렇다 할 기회가 도통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계속 노래를 한다면 이 수준의 벌이를 벗어나지는 못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숨이 턱 막혔다. 그렇게 한계의 벽과 마주하고 있었을 그 순간, 인생의 새로운 2막을 열게 될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다. 때마침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창 ‘청년예술가 공모사업’이 많았는데 그가 거주하고 있던 고양시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에 별 기대 없이 내봤던 제안서가 덜컥 선정되었다. 당시 입찰을 따냈던 공연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60분 분량의 한국어 대사로 각색한 ‘마두동 사랑 이야기’였다.

창단연주

“아직 공연이 많이 없었을 때라 관객들께서 정말 많이 와주셨어요. 친구의 공연 후기에 의하면, 매번 오페라를 볼 때마다 졸기 바빴는데 그 공연 때는 졸 틈도 없이 끝까지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성악을 전공하고 오페라를 공부하긴 했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연출로 된 오페라를 보는 것은 성악가인 그의 입장에서도 뻔하고 영 지루했다. 그래서 그는 조금 시선을 틀어 대중들이 좋아하며 동시에 그들만의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오페라를 기획해 보리라 마음먹었고 그렇게 서서히 공연기획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2021년 고양오페라단을 먼저 창단했을 당시, 지금의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와 같은 ‘오페라 아카데미’라는 것을 이벤트성으로 잠깐 운영했었다. 코로나 시기였던 만큼 무대를 진심으로 갈망하는 학생들이 20명가량 모였다. 아카데미 1기로 뽑힌 친구들은 약 4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후, 고양어울림누리 극장에서 ‘청년오페라페스티벌’이라는 주제로 3번의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

아카데미 교육(1)아카데미 교육(2)

“그 공연이 그 친구들의 데뷔 무대인 셈이었어요. 물론 부모님도 다 오셨었죠. 어떤 친구의 부모님은 해당 공연을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당신의 딸 혹은 아들이 그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기도 하면서 감격스러우셨던 거예요. 제가 그날 공연 후 로비에서 사진을 다 찍어줬어요. 가족분들이 이거 한 번만 더 하면 안되겠냐고 하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카데미 전원 극장데뷔

아쉽게도 바쁜 스케쥴과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본인이 하고있는 일이 청년예술가 한 명 한 명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홍 대표는 어떠한 결심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오뮤를 한 줄로 설명하자면 ‘청년뮤지션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공연예술기획사’ 입니다. 고양오페라단 같은 경우는 창작오페라를 비롯해 오페라라는 것을 다양하게 기획해서 선보이고 싶어 창단했다면, ㈜오뮤는 오롯이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회사로 만들었어요.”
이후 하나씩 하나씩 지원사업들이 연달아 선정되며 작년에는 약 14회 정도의 공연을 올리게 되었고, 회사가 설립된 기간 대비 활동을 많이 하게 된 단체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모든 피나는 노력들이 한데 모여 작년에는 ㈜오뮤가 전국의 단 50개의 단체만 선정하는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받는 쾌거를 이뤘다.

찾고자 하는 자에게만 보이는 마법

밀당대학순정대학오페라 속 연애의 기술

아무리 공모지원사업에 열심히 입찰한다 해도 최종 선정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쌓여있는 몇천 장의 제안서 중에서 심사위원들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공모사업에 곧잘 선정되는 단체의 대표가 말했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그의 답은 심플했다.
“저는 대부분 방송 매체를 보고 아이디어를 자주 얻어요. 요즘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유행이잖아요? 유튜브 숏츠 영상만 봐도 사람들의 설렘 포인트, 자극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죠. 수시로 찾아보며 이거는 공연으로 올려봐도 괜찮겠다 싶으면 바로 기획안을 구상해 보는 편이에요. 지인 중 한 명이 요즘 MZ세대들의 트렌드를 알고 싶으면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보라고 하더군요. 그 안에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의상이며 소품이며 다 나온다고요.(웃음)”
사람은 무언가 찾고자 하면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돌연 아이디어 밭으로 변한다. 우리가 매번 같은 방식으로만 밀고 나가기에는 세상을 너무나 빠르게 변화한다. 평소에도 그는 오페라 공연보다는 뮤지컬 공연을 주로 많이 보러 다닌다. 뮤지컬적으로 사용되는 기법들을 오페라에 적용하면 꽤 좋은 효과를 봤던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오페라와 뮤지컬을 하는 가수들의 창법에 있어서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음악과 극이 합해졌다는 형태로만 보면 맥락은 같다. 그는 왜 사람들이 뮤지컬에는 20만원 이상의 티켓값을 과감히 지출하면서 오페라에는 유독 망설이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뮤지컬은 볼거리가 화려하다는 장점이 크지만, 음악은 그 이상으로 매우 좋아요. 창작뮤지컬만 봐도 ‘현대 사람들이 작곡했는데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니까요.”
최근엔 대학로에 새로 오픈한 한 뮤지컬펍에 다녀왔는데,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했다.
“서빙하는 사람들이 현직 뮤지컬 배우로 한 시간 내내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는데, 저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열광하는지 몰랐어요.”
새삼 ‘관객참여형 공연’에 인기가 많은 이유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우리끼리만 머리 맞대고 구상할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보거나 주변 환경을 둘러봐야 한다. 요즘엔 유튜브를 포함한 매체들이 굉장히 다양해진 만큼, 이것 역시 적극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홍 대표는 본인이 하던 일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접목해 성공으로 이끈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간의 모든 노력이 한데 모여 작년에 ㈜오뮤가 전국의 단 50개의 단체만 선정하는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받았다.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들어가 1년간 교육을 받은 후, 법인설립, 매출과 인력 고용 그리고 사회가치공헌에 대한 모든 점수가 합쳤을 때 상위 랭킹에 들어있는 단체들로 최종 선정하게 된다.

사회공헌음악회찾아가는 학교 음악회한국사가 흐르는 콘서트

비록 나에게는 남는 돈이 없을지언정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공연예술민간단체로만 활동하게 되면 가수들에게 ‘지원사업의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 지원금이 삭감됐다’라고 하면서 계속 출연료를 깎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단순 민간단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자본금이 있는 공연예술기업으로 당당히 자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홍 대표.
“뮤지션들에게 4대 보험이 지원되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주고 싶어요. 아무래도 예술인들은 4대 보험과는 관련이 없다 보니 대출부터 여러 가지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월급이 100만원 이상만 되어도 보험 적용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월급치고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늘 프리랜서의 개념으로 살아가야 하는 예술인들에게 같은 프리랜서여도 조금씩 일을 꾸준히 하며 무엇보다 하나의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준다는 면에서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날이 갈수록 연주자들의 입지가 더 좁아져만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극장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그 극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예술 전공자가 아닌 행정 출신이 대다수다. 다시 말해서 예술가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다.
“저는 우리가 우리의 자리를 지키려면, 우리 역시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극장에서도 우리가 일을 해야 한다고 보고요. 하지만 성악가를 포함한 모든 음악가를 보면 모든 문제를 너무 ‘아티스트 적’으로만 다가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은 일을 할 줄 모른다’라는 마인드가 박혀있어 더욱 폐쇄적인 입장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의 소리를 내려면 우리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변하는 것 또한 없어요. 저희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의견을 내야 뭔가 달라질텐데, 모두가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면 아마 극장의 주인은 예술가가 아닌 행정가로 계속 머물러 있게 될 겁니다.”
‘순수한 예술가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다 해줘야 한다’라는 말은 옛말이다. 시대가 달라졌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면 변화해야 한다. 모르면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문체부를 비롯해 예술행정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예술인은 없다. 지난달에 이뤄졌던 월간리뷰 신년 좌담회에서도 같은 주제가 언급됐었다. 모두 행정 업무만 해왔던 사람인지라 예술가들의 생리나 환경 및 특성에 대해서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지극히 공적인 업무 그 이상 그 이하로 생각하지 않아 딱히 자세히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럴수록 예술인들도 무엇이 당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알고 가능한 미리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악가들도 너무 노래만 하는 것 말고도, 기획자라던지 뭐든 계속 꾸준히 일을 해볼 수 있는 혹은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을 만났을 때도 항상 말합니다. ‘성악가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기획도 해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라고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지식과 능력은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강한 무기로 발휘한다. 예술가라는 명목 아래 시야가 편협해지는 것이 아닌 다양하게 보기를 바라는 선배의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지금은 비록 연주자의 입장보다는 공연예술기획사의 대표로서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홍 대표 역시 연주자였기에 청년예술가들의 입장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해하고 있었다. 때로는 한 발자국 뒤에서 그들의 행보를 지켜봐 주는 조력자로서, 때로는 그들과 함께 서서 우리의 자리를 지키자고 외치는 리더로서 힘차게 걸어 나가는 홍아람 대표의 앞날이 더욱 찬란하기를.

글 민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