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비교는 좌절감 줄 수 있어, 방배스즈키음악학원 김미숙 원장

후회 없는 스즈키 교사로서의 삶

살다 보면 망설여지는 때가 있다. 결정해야 할 때....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는 가지 말아야 할 길, 하지 말아야 할 길의 뿌리를 잘라버리길 권했다. 일도결단근주(一刀決斷根柱)! 음악을 전공하고 학교 정문을 떠나기 전부터 많은 전공자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가 연주자로 나갈 것인가, 가르치는 사람으로 활동할 것인가, 그마저도 아니면 음악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이라 볼까 하고 말이다. 그럴 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거나 점집을 찾거나 각자가 믿는 신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거나 하겠다. 어쩌면 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방배동스즈키음악학원의 김미숙 원장도 그랬을지 것이라 상상할 수 있다.

“악기를 전공한 사람들은 거의 누구나 연주가의 삶이나 레스너의 삶 등 둘 중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이들 고민합니다. 그러나 저는 스즈키를 만나자마자 단 한 번의 고민이나 후회 없이 레스너의 삶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들어선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아쉽거나 속상한 적이 없거든요. 정말 스즈키를 사랑하고 만족합니다. 당연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기쁘기만 합니다.(웃음) 제가 경험한 그 어떤 교육도 스즈키메소드처럼 학생들 각각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있고 신나게 가르치는 교육은 없는 것 같습니다.”

김미숙 원장이 스즈키를 만나게 된 것은 하나의 운명이다. 우연히 유치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느낀 것은 성인보다, 아니 중고등학생들보다 어린 꼬마아이들을 잘 가르치는데 무척 어렵고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만난 한 동료 선생님이 스즈키 바이올린 메소드를 소개해주셨거든요. 학부모와 함께한다는 점이나, 어린이부터 가르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점을 확인하자마자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거야’ 그렇게 경탄했습니다.”

김미숙 원장은 이듬해인 1998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을 자원 입학해, 마침내 황경익 회장을 만나 스즈키 교육을 전수받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24년 전이다.

스즈키 메소드 리더십 발휘에 탁월한 영향

“처음부터 스즈키로 바이올린 배운 학생들만 접하면 스즈키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다른 교육기관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던 학생들을 가르칠 때입니다. 바이올린을 잡는 자세나 연습, 레슨에 임하는 태도가 단 몇 번의 레슨만으로 금세 변화하거든요.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깜짝 놀라죠. 그런 변화를 엄마와 함께 지켜보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어린이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 학생들은 제대로 아이 컨텍을 하지 못해 단 1분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두세 달 후 수업 내내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며 수업받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도 교사도 감사와 감탄이 흘러나온다. 김미숙 원장은 그렇게 바이올린을 배운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또래 아이들보다 확연하게 명민해질 때 교육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몇 년 전 초등 고학년 그룹 수업 8명 중 3명이나 각 초등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즈키 메소드로 배운 학생들이 리더십 발휘에도 뛰어난 것이죠.”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 좌절의 원인

위대한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생님으로 유명한 ‘마리아 쿠르치오 다이아몬드’(1919~2009)는 피아노 교육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모든 음악가의 고유 빛을 찾아내 그만의 특징을 잘 살리는 교육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생전에 남긴 어록 중에는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름답다고 모두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스즈키 메소드는 마리아 쿠르치오의 교육관이 같은 맥락으로 가르친다. 남과 결코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타인의 실력에 무관심하라는 말은 아니다. 정도가 있어야 한다.

“어머님들이 정도가 심하게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스트레스만 심해지죠. 실제 그런 부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배우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 약간의 경쟁은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어느 정도 연습을 열심히 하게 하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지만 심하게 비교하면 오히려 좌절해서 중도에 포기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보시길 권한답니다.”

방배스즈키음악학원은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나 교재 상권으로 승급할 수 있도록 어렵기 때문에 바이올린을 떠나는 원생들이 없다. 다만 어느 정도 바이올린을 배워도 너무 적성에 맞지 않는 원생을 발견할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다른 악기로 바꾸는 경우는 있습니다. 저희 학원은 4권부터 그룹레슨에서 모든 학생이 한 곡 끝날 때마다 독주로 무대에서 암보로 반주에 맞추어 연주합니다. 그 방법이 서로에게 듣는 힘을 키워주어 어려운 4, 5권을 무사히 잘 마치게 되지요. 그래서 저희는 높은 권수의 학생들이 많답니다.”

캠프를 통한 친밀감 형성과 악기 연주력 향상

김 원장은 아주 일찍부터 영상을 활용해 왔다. 딱히 학원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 내용을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였다. 2012년부터 네이버 카페를 운영해 모든 학생의 연주를 한 곡 끝낼 때마다 영상으로 촬영해 올린 것이다. 그런데 부가적으로 그 영상들이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방배스즈키는 지금 굳이 25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학원은 개인적으로 별다른 홍보는 하지 않고 대신 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업로드하곤 합니다. 김 원장은 특히 캠프에 주목한다.

“캠프를 통해 학생들과 며칠 같이 보내면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바뀌게 되거든요. 며칠 동안 집중된 악기연주와 연습을 통해 악기 연주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요. 또 캠프 때는 매일 열리는 다양한 음악회를 통해 다른 친구나 선생님들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주어지고, 또한 여러 다른 선생님들께 수업을 받게 되어 다양한 수업내용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른 지역의 친구들도 사귈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요.”

매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정기연주회 펼쳐

방배스즈키는 정기연주회를 프로연주자들처럼 대극장을 선호한다. 그래야 원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봄마다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는데 풀 편성의 오케스트라 연주와 바이올린 첼로 각 그룹 별로 연주를 펼친다.

“부모님과 학생들이 1년 동안 다음 연주회를 기다릴 정도로 학생들의 연주와 연습에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개인 독주회는 서초동 소극장에서 개최하고 있고요. 이 독주회를 경험하고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김 원장은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스즈키메소드는 선생님과 학생과 부모님이 삼각형 구조로 맺어질 때 스즈키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이런 교육의 결과가 전공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연습할 때 어려운 부분을 만날 때면 부모님들이 조력자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혼자 해결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슬럼프 역시 너끈하게 극복하는데 이 모든 훈련의 결과가 전공으로 맺어질 때 행복하기만 하다.

“보람을 느끼는 만큼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죠. 약 15년 전에 캠프에 너무 많은 학생을 데려가 혼자 케어하느라 잠도 못 자고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전공생들이 배출되고 우리 학원 출신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으로 속속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힘든 순간들이 모두 사라지거든요. 설령 악기를 전공하지 않아도 방배 스즈키에서 배출한 학생들이 대체로 아웃풋이 좋답니다. 십여 년 전 그만둔 학생의 어머님이 그런 인사말을 전할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쁜 순간은 이런 거예요.(웃음) 기저귀 찬 만 3년이 안 된 어린아이가 작은 별 변주곡을 완성해서 연주했을 때요. 얼마나 이쁘고 행복한지 상상할 수 있겠죠?”

황경익 회장님으로부터 긍정적 자극 받아

스즈키메소드를 접한 이후부터 하나의 미스터리가 있다. 대학원 시절부터 스즈키교사연수 등 자주 만나는 황경익 회장의 끝없는 지식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기에 저토록 지식이 화수분처럼 술술 나올까?

“처음 교사 연수 받을 때부터 이 부분이 참 신기했어요. 악기를 가르치시는 분임에도 여러 분야에 박학다식하신데 저도 본받고 싶었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부모님들은 참 다양한 분야에 계시잖아요. 지금은 연세가 많으신데도 그 열정과 노력은 제가 연수 시작할 때와 같은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습니다.”

더구나 황 회장은 학생이든 교사든 나이가 어리고 많고를 상관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한다. 김미숙 원장도 그런 점에서는 황 회장과 코드가 맞는다. 김 원장 역시 ‘한 마리라도 찾으려는 목자의 심정으로’ 학생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는 악기뿐 아니라 인성 면에서도 훌륭한 학생들로 자라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까닭이다.

“스즈키메소드는 저에게 ‘동안(童顏)의 비결’입니다.(웃음) 저는 ‘학생들을 사랑하며 만나는 기쁨이 있고 또한 학생들의 윤택한 미래의 삶’을 바라며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방배스즈키는 사랑입니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