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민간공연장 제1호 MEG아트홀 대표 권지혜

목숨 걸고 운영! 관객 재관람률 99%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느 건물로 들어가야 할까?’ 내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데 건물들이 모두 엇비슷해 어느 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할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지하주차장 입구에 ‘MEG아트홀’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관객에 대한 주인장의 배려가 살짝 엿보였다.
‘이 건물의 몇 층이라고 했더라?’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승강기버튼을 훑어보고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4층 버튼에 ‘MEG아트홀’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위에 ‘가족사진연구소’라는 굴림체 스티커도 보였다. 아마도 MEG아트홀이 스티커를 붙이자 같은 층에 있던 사장도 따라 붙였을 것이고, 나도 질세라 마사지 업체도 글씨를 직접 써서 테이프로 붙였을 것이다. 어쨌든 MEG아트홀의 두 번째 배려에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오래전 존 바그 박사가 발표한 커피실험 다큐멘터리가 떠오른다. 커피를 일정 시간 동안 손에 들게 한 후, 상대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아보는 내용이다. 차가운 커피를 든 사람보다 따뜻한 커피를 든 사람이 상대방을 호의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바그 박사는 아이스패드와 핫패드와도 비교 실험했는데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핫패드를 든 사람은 양보적이고 이타적인 반면, 아이스패드 쪽은 이기적이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오산의 MEG아트홀을 찾아가는 동안 손에 따뜻한 커피나 핫패드를 집어들지 않았지만, 주차장 입구와 엘리베이터에서 그 이상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대체 이 아트홀의 주인장은 누구이기에 이 사소한 스티커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따뜻하게 할까?
“어서 오세요? 대표님, 새벽부터 오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커피 드릴까요?” 배려는 계속되었다. 주인장이 내놓은 커피는 따뜻했지만 호호거릴 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갑자기 마실 경우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이 데일 수 있다. MEG아트홀의 커피는 마시기에 아주 그만이었다.
“어떻게 이토록 적당하게 온도를 조절했어요? 감동입니다. 주차장과 엘리베이터에서도 이미 감동이었는데요……”
MEG아트홀 권지혜 대표는 고려 왕건과 이성계가 목이 말라 물을 달라 했을 때 서둘러 마시다 급체라도 할까 걱정되어 버들잎을 띄워준 장화왕후와 신덕왕후 같은 사장이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클래식 공연장에 찾아올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탐색하는 연구자다. 와인회사 직원으로 와인관련 매장 8개를 개발하고 최고 셀러로 인정받았던 영업의 달인이었던 권 대표. 그는 피아니스트를 신랑으로 맞이하면서 자기 돈을 쓰면서 공연하는 관행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에 천착했다. 그리고 결행하기로 했다. 피아니스트 신랑 김용진의 뛰어난 연주력과 해설, 조용한 리더십에 더해 권지혜 대표의 컨설팅과 마케팅에 대한 열정이 지금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오산시 클래식에 변화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권지혜 대표는 통큰 사장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당장의 효과가 아니라 미래 클래식 시장의 확대에 있다. 오산시민들의 평균연령은 약 39세. 지금 그들과 그들 자녀들에게 클래식의 이슬을 머금게 한다면 오산의 클래식 인구는 상상 이상이 되리라 믿는다. 아니 확신하건대 MEG아트홀의 이 모델은 곧 전국에 확산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10여 군데의 아트홀이 MEG아트홀의 위클리클래식페스티벌에 합류하기로 했다. 자,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해보자.

직접 운영하는 공연장을 만든 이유

“이제 2년도 안된 MEG아트홀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게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돼요. 내 상품을 내놓았을 때 나 같은 개인주의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합니다. 클래식공연사업도 이 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영업적인 마인드로 이 티켓값을 주고 공연을 봤을 때 돈이 아깝지 않다, 티켓값만큼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권 대표는 남편이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자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곡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자기주장의 공연을 펼칠 뿐이었다. 자꾸 감상하다 나중에는 개인주의적인 시각으로 주최측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을 치르려면 공연장 대관료와 부대시설비 대행료 등을 포함해 거의 600만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웬만큼 이름 있는 연주자가 아니면 유료 티켓을 구입해서 감상하는 애호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지인들이 수십만 원씩 구매해주죠.”
도대체 ‘이짓’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 권 대표는 클래식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내 돈 주고 그만한 가치를 누리려면 적어도 돈만큼의 값어치는 있어야 하고 공연장을 다시 찾게 하려면 그 이상의 값어치나 만족을 얻어야 하는데 권 대표가 보기에 클래식계는 그런 계산법이 통하지 않았다. 답 없는 무한 투자, 일방적인 자기자본 잠식이었다.
“마케팅 영업부에서 뛰었기 때문에 늘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칙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클래식 관행과 달리 제가 살아왔던 세계의 경험을 런칭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저희 MEG아트홀의 경영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권 대표는 피아니스트 김용진의 아내다. 결혼하기 이전에 만났을 때 김용진도 일방적인 공연무대에 서곤 했을 텐데 그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김용진 선생님도 그런 관행 속에서 계속 연주를 했죠. 다행히 다른 사람보다 일찍 깨달았습니다. 삶의 여유가 없으니 돈 벌기 바빴거든요.(유쾌한 웃음) 아마도 김용진 선생님은 무대에서 돈 버는 몇 안 되는 분들 중 한 사람일겁니다. 그렇다고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요. 사실 아직 MEG아트홀도 빚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에서 실제 돈을 좀 버는 분들은 레슨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에요. 연주해서 돈 버는 분들은 아주 드물죠. 그런데 김용진 선생님은 레슨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지 못하게 말려요. 레슨하는 걸 지켜보니까 시간도 뺏기고 레슨에 매여서 출장도 못가고 연습도 못하는 일이 많고요. 또 공연사업을 하려면 사람도 자주 만나야 하는데 레슨을 하면 코끼리를 말뚝에 묶어놓은 듯이 꼼짝을 못하더라고요. 본인 사생활도 거의 없고... 그래서 김용진 선생님은 레슨 때려치우고 공연과 클래식 강의를 열심히 해서 그 분야로 진출한 겁니다. 저는 뭐 땡큐죠.”

오산시는 평균연령 40세 미만의 청년도시, 아이들 많아

'TRIO MEG' 피아노 김용진, 바이올린 김정수, 첼로 윤여훈

“그러면 전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와 연주활동을 해야 할 텐데 굳이 오산에 MEG아트홀을 오픈한 특별한 이유가 또 있어요?”
그게 궁금했다. 서울에서도 김용진 선생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산에는 민간 공연장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걸 안 거예요. 오산에서는 MEG가 민간 공연장 1호입니다. 오산은 지리적으로 화성, 동탄, 평택, 수원 중간에 끼어있고 기흥과 용인시도 10킬로미터 이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산 인구가 26만 명인데 민간공연장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이거 아세요? 오산 시민들의 평균 연령이 40세가 안됩니다. 굉장히 젊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오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원래는 서울 목동에서 나고 자라 김용진 선생님과 결혼 후에는 서울예고 부근에서 살았습니다. 신랑이 지방 출장이 굉장히 많은데 오산이 교통의 중심이기도 했고요.”
오산이 그렇게 젊은 도시라는 걸 처음 알았다. 오산 시민들의 평균연령이 권 대표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맞아요. 당연히 아이들이 겁나 많아요.(웃음) 저희들은 이 아이들에게 클래식에 물들게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으로 쭉쭉 키울 수 있는 표본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작년 1월 2일에 개관했는데 현재 84회의 기획 공연(11월 중순 기준)을 펼쳤습니다. 공모사업을 받아서 자체 공연을 하고 있지만 대관이 아니기 때문에 90% 이상 연주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해서 공연하고 있어요. 물론 티켓 판매수익에 따라 개런티를 모두 지급하지요.”
그래도 손해일 텐데. 공연장 운영 경상비에 홍보비 등을 계산하면 수익 보장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럴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손해죠. 황금 시간대에 대관을 포기하고 개런티 지급에 홍보물도 만들고, 가끔 뒷풀이로 술도 사고 하잖아요. 그래도 저는 오산에서 클래식으로 성공하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용진 선생님을 비롯해 MEG 소속 트리오MEG(TRIO MEG) 등이 다른 지역의 초청공연이나 대관공연을 펼치면 아무리 노력해도 티가 나지 않는데 우리가 우리 컨텐츠로 우리 공간에서 직접 진행하는 공연은 저희가 100% 결정권을 갖고 100% 성공시킬 수 있는 거잖아요. 경제적인 면에서도 홀을 운영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인테리어비와 월세 등 홀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예술의전당에서 몇 번 공연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몇 년 하는 게 훨씬 나을 수 있거든요. 물론 저희도 예술의전당을 대관해서 합니다만.
저희는 페스티벌도 직접 운영합니다. ‘오산 위클리클래식페스티벌’이 올해로 2회째였는데요, 공연을 시리즈로 엮으려고 상반기 공연을 묶어 ‘위클리클래식페스티벌’이라고 했거든요. 일종의 하우스 콘서트 시리즈인 거죠. 내년 위클리클래식페스티벌은 제주도를 포함해 타 지역 공연장 10여 곳과 함께 개최하기로 했어요. 제가 직접 선정해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10개 소극장이 함께 하는 티켓 공동 구매 사이트 파인스테이지’(FINE STAGE) 개발

“권 대표님, 열 군데를 선정했다면 어떤 기준이 있을 텐데요?”
“네 있지요. 메뉴가 아무리 맛있어도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시설이나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파인 다이닝’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저는 대중의 입장으로 공연장을 관찰해요. 주차는 잘 되는지, 피아노는 상태가 어떤지, 대표자는 어떤 마인드로 운영하는지, 평소 어떤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는지, 인테리어와 심지어 의자는 어떤지 등을 고려해서 선정합니다. 까다롭죠?(웃음)”
권 대표는 선정 후 공연정보를 주고받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꽤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이다. 바로 클래식 공연 티켓 큐레이션 시스템이다.
“파인스테이지(FINE STAGE)는 제가 개발한 큐레이션 된 클래식 공연 예매사이트 입니다. 저희가 엄선한 공연장과 공연만을 판매하고, 관객은 쉽게 취향에 맞는 공연을 찾아 예매하는 것이예요. 말하자면 인터파크와 같은 거대한 예매처가 이마트나 코스트코라고 하면 저희 파인스테이지(FINE STAGE)는 무신사와 같은 편집샵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 저희 사이트는 클래식계의 ‘무신사’가 되고 싶거든요.”
편집샵하면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샵이라는 점에서 파인 스테이지가 널리 알려지기만 하면 다른 기획사들도 티켓 판매를 등록하지 않을까?

“저희 사이트가 어떤 톤과 분위기로 어떤 공연물들이 판매되고 있는지 알기만 하면 그다음부터 저희 예매사이트로 유입할 가능성이 크죠. 어차피 티켓 가격은 똑같은데 우리 사이트는 장당 몇 천 원씩 하는 예매 수수료도 안 받을 예정이거든요. 그동안 저희들도 공연을 참 많이 했지만 왜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희는 또 발권수수료도 떼지 않습니다. 파인 스테이지는 결국 파인 아츠(Arts)로 갈 것입니다. 저희 사이트에 들어오면 순수예술에 대한 모든 갈증이 해소될 거예요.”
권 대표는 우선 10개의 소극장들을 1차로 입점시키고 2024년 상반기가 지나면 적극적으로 홍보해 큰 공연물도 판매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투자도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투자 한 푼 없이 권 대표의 자본으로 일궈냈다.

MEG아트홀 재관람률 99%의 비밀

그런데 지금까지 기획공연을 84회나 했다면 지역주민의 반응도 슬슬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반응이 굉장했다.
“한 번 감상한 분들이 계속 방문하고 있습니다. 재관람률이 99%! 84회 중 40여 회 이상 감상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분들은 ‘찐팬’인데, MEG아트홀을 끊임없이 방문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연만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보러오는 거예요. 그게 바로 우리 회사의 가치이고 브랜드입니다. 콘텐츠가 좋으면 천 원짜리를 공연을 하든 50만 원짜리 패키지 상품이든 구매합니다. ‘오산 위클리클래식페스티벌’ 전 회차를 감상할 수 있는 패키지를 50만 원에 내놓았는데 상당히 많이 판매되었습니다. 20만 원짜리도 많이 팔렸고요.”
도대체 클래식 공연장에 찐팬은 어떻게 형성될까? 김용진 선생님과 권 대표의 클래식 프로그램 구성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오산시에 찐팬을 형성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음악으로 맺어진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일찌감치 로비에 나가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일반적으로 극장장들이 직접 나온다 해도 티켓팅할 때 기계적으로 인사하고 나가잖아요. 저는 손님이 오는 순간부터 식당에서 손님을 맞이하듯이 정성을 다합니다. 로비에서 놓친 분들이 있으면 객석에 찾아가 한주 동안 있었던 이야기로 잠시 수다를 떨면서 그날 작품 이야기도 해설해주곤 합니다. 그러면 그 옆에 분들도 대화에 끼어들고요. 어느 순간 저희들의 관계가 친구로 변하죠. 외국에 나갔다 오신 분들은 선물을 들고 오시기도 하고 때로는 편지를 남겨놓거나 스스로 방명록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공연장을 지나가다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술값을 대신 내주는 분도 있고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권 대표가 오산에 정착한지 2년째다. 권 대표와 대화하면 그런데 MEG아트홀만 운영하기에는 권 대표의 마케팅능력과 경영능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미친다. MEG아트홀의 기획연주로 시작된 소극장 클래식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파인 스테이지 운영도 정착된다면... 그 다음 행보가 궁금했다. 오산 시민들에게 클래식의 행복을 더 크고 넓게 전하려면 규모 있는 일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MEG아트홀의 행복한 운영도 만족스럽지만 바람이 있다면 중규모 이상의 클래식 공연장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입니다. 오산은 원래 교육 도시였거든요. 그래서 오산에 사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오산에 사는 아이들만이라도 MEG아트홀과 더 큰 공연장을 통해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기를 꿈꾸고 있는 거예요. 이런 목적으로 저희 공연장은 언제다 6세 이하도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클래식은 아주 어릴 때부터 들어야 습관이 됩니다. 전 세계 어디를 여행해도 클래식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청년들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죠.”
지난 11월 10일 한국공연예술포럼의 좌장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토론자 세 명 중 강동문화재단 본부장의 발표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강동문화재단은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좋은 무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이 클래식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갖게 하기 위해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았다. 강동구에 젊은 층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동문화재단이야 공적기관으로서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원조성과 실행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MEG아트홀이 어린이들을 위한 꿈을 실현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왜 없겠는가. 당장 재원조성이 걸림돌이다.
“역시 재원이죠. 현재까지 모든 프로그램은 100% 자부담이거든요. MEG트리오 운영부터 회사, 공연장까지 모두 자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공연과 강연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원 조달이 고민이죠. 그 외에 큰 불편은 없습니다. 예전에 내 돈 내고 적자만 끌어안는 공연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던 것에 비하면 삶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인생을 건 클래식 사업

직장에 다녔을 때 권대표의 꿈은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급 사장일 것이고 설령 수입회사를 운영하든 와인샵을 운영하든 꿈의 영역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말한다. 클래식 공연사업을 하고부터는 무엇보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창의적인 콘텐츠가 멋질수록 수익이 뒷받침해주는 경험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처음부터 클래식 분야에서 일하지 않고 타 업종에서 일한 경험이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고착화된 방식이 아니라 제가 경험했던 시각으로 클래식 사업을 볼 수 있으니까요. MEG아트홀도 멋지게 운영할 수 있는 비결에는 8개의 와인샵을 개발하고 운영했던 과거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일반 식당, 레스토랑, 와인샵, 호텔 내 와인샵, 갤러리 와인샵 등 각각의 매장 수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늘 고민했었거든요. 그때 소비자의 심리를 공부하고 연구했던 게 클래식 계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 가지 더! 와인계의 인맥들이 클래식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클래식 사업에 큰 자산입니다.”
“놀랍네요. 한번 살 인생인데 권 대표님처럼 다양하게 경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진정 부러워서 물었는데 살아오면서 인생이 세 번은 바뀐 것 같다고 시원하게 답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권 대표답다.
“원래 체육교육 전공으로 체육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갑자기 와인에 꽂힌 거예요. 와인회사에 거의 12년을 다닌 후 피아노에 미친 남자를 만나 저도 클래식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돈이 안 되는 연주를 왜 그렇게 주구장창 연주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뛰어든 거예요. 신랑 구하려고요.(웃음) 성인이 되고 23년 만에 세 번째 인생을 살고 있으니 두 번의 경험을 토대로 꼭 성공해야죠. 이만하면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 맞죠?”
그렇구나. 체육을 통해서 외향적인 활동력을 키우고, 주류회사 12년의 영업, 마케팅 노하우를 몸에 익힌 다양한 경험이 소비자 지향의 클래식 공연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지금이 인생의 완성 단계로 가는 느낌입니다. 인생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은 클래식공연회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와인 회사 다닐 때도 잘했었거든요. 누구보다 빨리 승진했고요. 지금은 클래식 사업에서 하루 20시간씩 일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걸었다고 할까요? 운동을 안 했으면 아마도 금세 지쳐 넘어졌을 것인데 체육전공 덕분에 체력도 왕성한 편이라 20시간씩 일해도 너끈합니다. 마케팅을 해본 덕분에 무엇이든 튀어야 한다는 신념을 배웠죠. 포스터 등 홍보물도 직접 제작합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전단지 가져가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저희 것을 참 많이 가져갑니다. 왜냐고요? 튀니까요.(웃음) 자, 이제 오늘 연주회를 또 준비해야 합니다.”
“권대표님! MEG아트홀 파이팅입니다.”
권 대표도 동시에 파이팅을 외친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