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원필오케스트라 한문희 대표

도전, 패기, 클래식 고집으로 똘똘 뭉친 젊은 오케스트라
3년전 창단, 방향성과 힘을 가진 젊은 악단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늠할 때 그 악단이 몇 년도에 창단해 몇십 년 운영해 왔는지를 바로미터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고만고만한 오케스트라들도 많다는 점에서 악단의 역사만으로 그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좋은 관점이 아니다. 그래서 니체는 크로노스의 시간개념을 바탕으로 한 평가보다 창조할 때부터 방향성과 힘을 동사에 갖춘 ‘벡터’를 더욱 중요시했다.

2020년에 창단했지만 연주회 때마다 선명한 주제와 젊은 패기로 무장한 코원필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볼라치면 베토벤의 교향곡 7번 4악장 ‘Allegro con brio’처럼 활달한 연부역강(年富力强)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지난 5월 2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최현이 지휘로 펼쳐진 코원필 기획연주회 ‘자연’ 시리즈 ‘The Nature’가 그랬다. 창단하자마자 시운전을 생략하고 곧바로 정기연주회에서 세계여행을 테마로 하더니 이번에는 ‘자연’을 주제로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과 ‘화성’,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등을 연주한 것이다. 이지 리스닝 계열의 단물 음악을 우선 선보여 대중을 끌어들이려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오직 정통클래식 음악만을 선보이고 있는 코원필!

정통클래식은 절대 마르지 않는 음악의 샘물임을 확신하고 이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청년이었다. 청년 한문희 단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코원필은 당의정(糖衣精)식 음악을 피하고 작곡가 의도 존중

그가 코원필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한문희 단장은 ‘좋은 척’하지 않고도 저절로 감동이 되는 자연스러운 음악,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는 소재를 음악 속에서 찾고 연결시켜 많은 이들이 들으면서 저절로 귀가 열리는 그런 음악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물론 순수클래식음악이 그 기반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이 클래식의 본거지는 아니지만 우리 국민이 자연스럽게 클래식과 친해져 모두의 삶 속에 이 녹아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코원필을 창단했습니다. 클래식을 대중의 수준으로 낮추는 게 아니라 클래식이 대중에게 파고들어가는 적극적인 동화(同和), 이것이 클래식의 대중화 또는 대중의 클래식화라고 보거든요.”

그러나 ‘대중의 클래식화’라는 게 그리 쉬운 법일까? 예단컨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단장은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젊음의 에너지를 가진 ‘열정’이 식지 않는, 언제나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음악’이 우선인 뜨거운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열정적이고 훌륭한 단체는 지금도 굉장히 많습니다. ‘열정’이라는 것도 그 색깔이 모두 다르고 다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 열정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저희는 그 점에서 자신감이 있습니다. 참신한 기획을 담은 코원필만의 색깔로 클래식의 대중화를 실현하고 싶거든요.”

참신한 기획이라고 해서 기존의 것을 비틀거나 더 아름답게 들리도록 포장한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원래의 순수성을 지키자는 게 기획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단체라면 ‘클래식=고전’ 원래의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자세가 어느 정도는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이어가려고 하고, 악보에 적힌 리듬과 셈여림을 최대한 지키는 것, 여기에 추가로 ‘간절함’이 있는 ‘음악에 진심인’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 그 어떠한 이유라 하여도 음악이 변질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지키고 실력을 지켜 클래식 고유의 성질을 유지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코원필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클래식의 본거지는 아니지만 우리 국민이 자연스럽게 클래식과 친해져 모두의 삶 속에 이 녹아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코원필을 창단했습니다. 클래식을 대중의 수준으로 낮추는 게 아니라 클래식이 대중에게 파고들어가는 적극적인 동화(同和), 이것이 클래식의 대중화 또는 대중의 클래식화라고 보거든요

오케스트라 탄생배경과 그간의 성장과정

코원필오케스트라(korean1 philharmonic orchestra)은 진정으로 클래식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2020년 창단했다. 단원들은 모두 20대와 30대들로 젊고 열정적인 음악가들이 모였다. 앞서 밝힌 목적에 덧붙이자면 ‘난해하고 추상적이라고 느껴지는 클래식’을 일상 언어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하고 참신한 공연을 기획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진행해왔다.

여행을 주제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을 담은 '음악여행 프로젝트'를 선보여 지친 일상에 휴식을 선물했고, 코원필의 새로운 기획연주 '자연 시리즈'를 통해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 숨 쉬고 있는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클래식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이트(https://litt.ly/ko1phil)에서 그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한문희 단장은 본인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이다. 다양한 오케스트라 수석과 연주자로 활동하면서도 코원필오케스트라를 당당하게 이끌고 있는 CEO이기도 하다.

“연주자와 기획자를 넘나드는 삶이 처음에는 혼란스럽다가 지금은 저도 모르게 이 삶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전보다는 기존에 하던 일들을 많이 정리했어요. 가장 중요한 순위에 ‘오케스트라 운영’을 두고 더 집중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뭐 하나를 하면 그 순간에 다른 것은 절대 못하는 일명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인데, 맡은 일의 종류가 너무 많다 보니 중요한 것을 놓치는 실수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놓기에는 모두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교 수업만 내려놓고 나머지는 계속 병행 중입니다.”

한문희 단장은 학교 수업은 내려놓았다지만 교육활동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교육이 곧 배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어떤 학문이든지 그것의 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뭐든지 얼마나 그 분야에 더 깊이 들어가냐의 문제 같은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만큼 그 분야에 지속적인 학습이 요구되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해온 일 중 성인 오케스트라 티칭 업무도 여전히 맡고 있는데, 얼마 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서 감동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늦게나마 악기를 통해 꿈을 이루려는 저희들에게 선생님들은 큰 희망이십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단원 일동’

한문희는 당시의 글을 읽어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늦게나마 악기를 통해 꿈을 이루려 한다’는 문구에서 코끝이 찡해졌다. 기획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하는 것만큼 교육에서도 큰 보람과 전율을 느꼈다.


창단 이후 신생단체로서 겪은 장애물과 극복

코원필은 분명 신생 악단이다. 그러나 ‘연주력’에 대해 검증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현재도 그 노력은 변함이 없다.

“장애물이 참 많죠. 공연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준비된 잔치에 함께해 줄 관객을 모으는 것도 또 하나의 일입니다. 제가 아는 대표님 중에 한 분은 ‘공연의 꽃은 홍보’라고 하셨는데 이제 그 말씀이 완전히 공감됩니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절대적인 요소는 클래식이라면 구미를 당기는 ‘클래식 매니아’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을 공연 현장에 모이게 하는 일은 가장 힘든 업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문희 단장은 공연을 한번 치를 때마다 어떻게 하면 관객을 끌어모으는지 그 노하우를 하나씩 체득해 나가고 있다.

카이스트의 배상문 교수가 말했듯이 ‘사람은 자기가 관심을 갖는 부분에 꽂히면 언젠가는 뇌리에서 해결점을 찾을 때가 올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있다.

“정말입니다. 공연 하나하나 마치면서 참 많이 배웁니다. 많이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 매 공연이 진행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거든요. 그 새로움에 또 다른 새로운 문제가 발생 되어 새삼 놀라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설렘과 희열도 느낍니다. 제가 이 업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순간, 그때는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순간을 원치 않습니다.”

신생단체로서 가장 안정적인 재정 확보는 아마 지원사업이나 상주단체에 등록하는 일일 것이다. 코원필 역시 그런 사업에 도전해왔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했다면 지금의 코원필은 존재하지 않았을 터.

“맞아요. 저희들도 지원 많이 했죠. 창단 1년차에 서울시 내의 공연장 상주단체 공모에 지원했었습니다. 1차 서류는 붙었는데, 2차 매칭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동안의 짧은 경력과 준비도 부족했기에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입니다. 물론 공모사업에는 많이 선정되었습니다. 또 가까운 기업 대표님들께서 개인 후원으로 도와주시기도 하고요. 상주단체나 기업과의 지속적인 연계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에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실력도 향상해야겠지만 이점을 간과할 수 없어 단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월간리뷰의 많은 도움도 기대하겠습니다.(웃음)”


비전 10년, 앞으로의 계획은?

재정확보에 늘 힘들어하면서도 한문희 단장의 포부는 당차다. 들으면 바로 알 만한, 국민의 대표 간식 떡볶이 같은 민간 오케스트라의 독보적 존재로 우뚝 서고 싶어 한다. 나아가 언제 발생할지 모를 단체를 위협하는 문제점들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우르며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아, 시류의 변화에도 구부러지지 않고 유연함을 갖춘 강인한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저희가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클래식의 대중화’입니다. 대한민국이 클래식의 옷을 입는 그날까지, 코원필이 클래식계의 떡볶이가 되는 그날까지, 피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족성 중 ‘흥’을 뺄 수 없는데요, 그 흥을 클래식에도 마음껏 부릴 줄 아는 대한민국 대중의 클래식화를 원합니다.”

한문희는 상상한다. ‘나 코원필 때문에 교향곡에 빠졌어’ ‘나 코원필 연주 가서 들은 그 클래식 요즘 매일 들어’ ‘코원필 공연 갔다가 그 악기 소리에 완전 빠졌어’ ‘원래도 좋은 소리를 가진 악기였는데 그 곡에서 그 멜로디 할 때 정말 최고더라 잊지 못해’ ‘코원필에서 들었던 악기 너무 배워보고 싶다’ 등... 공연이 끝난 후 클래식 블로그마다 금쪽같은 후기가 넘치는 세상을 꿈꾼다.

글 김종섭

한문희 프로필

- Italy Roma Academy 최고연주자과정 Diploma
- 서울교육대학교 음악영재교육원 연구원 역임
- 협성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졸업
-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푸쉬킨극장 초청연주
- 미국 링컨센터 브루노 윌터 오디토리움 연주
현) 코원필오케스트라 대표, ㈜툴뮤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