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핸즈로 만드는 환상의 하모니 피아니스트 신박듀오

‘새롭고 놀랍다’라는 뜻의 신조어 신박하다. 이 단어에 꼭 맞는 연주자가 있다. 새롭고 놀라운 음악으로 우리를 설레게 만드는 연주자이다. 한 대의 피아노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며, 두 명이 연주하지만 한 명이 연주하는 듯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비엔나에서 시작한 인연으로 2015년 ARD 국제 콩쿠르 2위에서 시작해 이듬해 몬테카를로 콩쿠르 1위, 2017년 슈베르트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까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피아노 듀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들. 피아니스트 신미정과 박상욱으로 이루어진 신박듀오가 그 주인공이다.

운명같이 만난 듀오

인생을 살면서 3명의 진정한 친구를 사귄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들은 이미 성공했다. 그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오랜 우정은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2013년 결성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그들. 그들의 첫만남이 궁금했다. 피아니스트 신미정은 지금 생각해도 이어질 인연은 놀랍게도 만난다며, 웃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희는 비엔나에서 처음 연을 맺었습니다.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2005년 비엔나로 유학을 왔고, 저는 2009년 비엔나로 왔죠. 2009년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도 같이 다녔고요. 유학을 하며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친해졌어요. 그렇게 서로 남매처럼 친하게 지냈습니다. 음악적으로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에 비엔나한인여성합창단에서 정기연주회를 하는데, 피아노 독주를 해줄 수 있는지 부탁하셨습니다. 저희 둘 모두에게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합창단 정기연주회잖아요. 저희가 솔로로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저희가 주인공이 아니잖아요. 피아노 연주자는 다른 악기와 협주를 많이 합니다. 독주와 협주 모두 중요하지만, 역할이 달라요. 솔로보다 포핸즈로 연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피아노에서 네 손으로 치는 생상스 ‘죽음의 무도’를 이틀 연습하고 무대에 섰습니다.”

그 생각의 결실은 놀라웠다. 이틀 연습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관객들은 몇 년 함께한 팀인 줄 알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함께 연주한 둘도 연주에 완전히 몰입했다. 내가 느낀 음악을 연주하자 상대가 이를 받아 주는 티키타카가 너무 재밌었다. 소리 역시 독주보다 더 풍성했다. 4개의 손이 만나자, 오케스트라와 같은 웅장함으로 연결되었다.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신기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신기할 정도로 음악이 잘 맞았어요. 저희도 관객들도 모두 행복한 연주였습니다. 음악적 동반자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저희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니, 저희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 교수님들을 찾아가 연주를 보여드렸습니다.”

교수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얼마 안 된 팀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 ‘듀오팀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며 교수님은 한발 더 나아가 함께 피아노 듀오 팀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2015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입상자 단체 사진

국제 콩쿠르를 휩쓸다

피아노 듀오는 대부분 형제, 자매, 부부 등 가족이 많다. 친구가 만나서 듀오팀을 이루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연주회 특별 출연으로 시작된 피아노 듀오의 인연. 다른 듀오팀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일단 그들은 콩쿠르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준우승을 석권했다. 2015년 ARD 국제 콩쿠르 2위에서 시작해 이듬해 몬테카를로 콩쿠르 1위, 2017년 슈베르트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까지 이어지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콩쿠르로는 뮌헨에서 열리는 ARD 국제 콩쿠르를 뽑았다. ARD 국제 콩쿠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듀오 콩쿠르이다. 하지만 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신미정은 손을 다쳐서 연습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연주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한 단계 한단계 올라갈 때마다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콩쿠르의 심사위원들은 “작곡가의 의도에 가깝게 다가갔다” 또는 “둘의 호흡이 완전한 일치에 달했다”고 평했으며, 이들의 연주는 피아노 듀오계의 이슈가 되었다.

“듀오 세계가 크지 않거든요. 저희팀이 이슈가 되었어요. 결과도 좋았고요. 이렇게 좋은 결과들이 이어지니,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듀오 연주할 때 더 음악이 잘 나오고, 함께 연주하는 매력에 빠졌습니다.”

모나코 국제 콩쿠르 우승

무대 위 내편

이들은 솔로보다 듀오로 함께 연주할 때 음악의 새로움을 느끼고,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저희 둘 다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독주도 많이 했지만, 실내악을 좋아했습니다. 함께 호흡하며 음악하는 것이 좋았거든요.”

박상욱은 트리오팀에서, 신미정은 성악과 듀오로 활동했다. 여담이지만 피아니스트 신미정의 남편은 팬텀싱어4를 통해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한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이다.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박상욱이다.

“독주할 때는 무대가 외로워요. 듀오는 함께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듀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새로운 분야라서 걱정도 했지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듀오는 앙상블이지만, 솔리스트로서의 기교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피아노 독주는 오롯이 혼자 무대를 이끌어 가잖아요, 그것도 매력이 있지만, 한편으로 무대 위에 내편 한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듀오를 했더니 무대 위에서 제 편이 있잖아요. 진정으로 즐기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모차르트 곡은 연주할 때 변형이 가능해요. 자유롭게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죠.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어떤 부분을 바꿔서 치면 상욱이도 똑같이 받아서 쳐줍니다. 유연한 음악이 가능한 거죠. 듀오 팀을 만들기 위해 만난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서로 잘 알기 때문에 따로 맞출 필요 없이 잘 맞아요. 저희의 장점은 순발력과 유연함입니다. 물론 둘다 성격에 즉흥적인 요소가 있어서 가능한 거겠죠?(옷음)”

독일 뮌헨 ARD 국제 콩쿠르 수상 발표 후 기념사진슈베르트 국제 콩쿠르 시상식 기념사진

하나의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과정

이들은 듀오를 위한 정식 학과가 생긴 로스톡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세계 최초 피아노 듀오 교수로 임명된 한스페터 슈텐츨, 폴커 슈텐츨 형제를 비롯하여 듀오피아니스트의 거장 Paul-Badura Skoda(파울-바두라 스코다),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메나헴 프레슬러(Menahem Pressler), Anne Queffélec (안느 퀘펠렉) 등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많은 배움을 얻었다.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신미정은 “피아노 듀오를 공부하면서 피아노 솔로이든 듀오이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둘이 함께 연습을 하고,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요. 저희는 지금도 듀오로서 솔리스트처럼 매일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연습량이 정말 많습니다. 하나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즐겁게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욱은 “저는 큰 흐름 안에서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피아노를 듀오로 연주하는데, 각자 크게만 치면, 하나되기보다는 지저분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하나의 음악이 될지 고민합니다. 잘 못 연주하면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고, 본인 파트를 연습하면서 듣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때 교수님들께서 멘토로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테크닉적으로만 치중하다보면 음악에 진심을 담아내는 것을 간과할 수 있거든요. 진심을 담아 연주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고 전했다.

얼마 전 타계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와의 마스터클래스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마스터클래스


연주자뿐만 아니라 교육자로

신미정은 빈 국립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신박듀오는 꾸준히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현대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앙상블 마스터클래스와 단국대 음악대학에서 초청 마스터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어떤 교육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빈 국립음대에서 피아노뿐만 아니라 지휘과와 성악과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3자의 음악가가 보면 객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에요. 음악이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죠. 오히려 전공한 악기를 가르치다 보면 어떤 면에서는 관대해질 수 있어요. 제가 학생들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테크닉적인 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지, 음악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본인이 본인 스스로에게 녹아나야 합니다. 음악은 정답이 없잖아요? 신미정, 박상욱이 음악에 담겨야 해요. 음악에 정답을 찾는다는 건 음악에서 성품과 성격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실수에 집착하기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해야합니다.”

현대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앙상블 마스터클래스에 초대되어 학생들 레슨 이후 찍은 기념사진

지난 6월 2023 교향악 축제에서 공주시충남교향악단과의 협연을 비롯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펼친 ‘NET; WORK’ 등 국내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신박듀오는 앞으로도 평창대관령음악제를 비롯해 전국 투어,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연주, 앨범 발매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듀오가 사실 주류는 아니잖아요. 저희는 매년 한 계단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한 계단을 차근차근 오를 때마다 피아노 듀오를 알아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국내 유수 음악 페스티벌에서 피아노 듀오를 메인으로 세워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한국에서 듀오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듀오로 오랜 시간 한국 관객분들을 만나서 피아노 듀오를 알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는 피아노 듀오가 낯설지만, 사실 피아노 듀오는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초연할 때 매번 오케스트라를 부르기 어려우니 포핸즈로 초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장르이다. 오케스트라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듀오곡들이 정말 많다. 신박듀오는 듀오가 가진 아름다움을 전할 뿐만 아니라 숨겨진 명곡들을 계속 소개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들이 걸어나갈 앞으로의 걸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글 허소원
사진 (c)Siwoung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