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原)소스의 시대, 오리지널 아이디어 능력자를 개발하는 교육

청주대 영화영상학과 학과장 어일선 교수

음악, 뮤지컬, 미디어아트 등 통합

멜더스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식량난 때문에 인류는 머지않아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식량 생산을 고정된 상태로 가정해서 내놓은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곧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혁신적인 종자 개량과 식량 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구 증가율로 인한 인류의 사면초가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 식량 생산이 늘어나면서 인구는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 결국 멜더스의 이론이 맞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기에 단연코 어떤 대학은 살아남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은 오히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청주대학교는 한강 이남의 숱한 대학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학이다. 지방대학이라는 점에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썰’에 비추어 보면 언제든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멜더스의 이론이 틀린 것처럼 벚꽃이론이 틀릴 수 있다. 미래지향적 커리큘럼으로 파격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희 대학도 음악과가 별도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전공자들이 줄어들면서, 예술대학 영화과가 음악과 등을 흡수해 ‘영화영상학과’로 통합했습니다. 영화, 영상, 연기, 음악, 미디어아트, 뮤지컬 등 무대예술에 필요한 세부전공을 두고 있습니다. 당초 음악과는 73년 개설한 이래 수많은 음악가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악기 등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영화영상 뮤지컬 등에 꼭 필요한 음악 전공을 영화음악 분야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성악 전공생들을 뮤지컬 전공으로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또 기악이든 작곡이든 악기를 전공하려면 기본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와 작곡 지망생들을 뽑고 있고요.”

청주대학 영화영상학과 학과장 어일선 교수에게 청주대는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묻자 우선 학과의 재편을 설명하고 나섰다.

모든 예술이 영상을 동경하는 시대, 청주대가 앞서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지만 쇼펜하우어가 이 시대에 탄생했다면 아마도 ‘모든 예술은 영상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청주대는 클래식 전공자들과 연기, 뮤지컬, 미디어아트 등 세부 전공을 영화영상학과에 통합한 점은 이 모든 예술이 바로 영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든 영상이든 타 음악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영화음악을 마음껏 사용하기 위해서는 작곡 전공을 함께 공부하는 게 좋다. 뮤지컬은 또 어떤가? 뮤지컬은 성악을 바탕으로 할 때 생명력을 갖고, 성악발성을 토대로 연기를 할 때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진출할 수 있다. 어일선 교수는 기존 방식대로 피아노와 작곡 전공을 별도로 모집했을 때, 지원자가 많지 않아 고민하던 끝에 융합교육을 과감하게 시작한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뮤지컬을 웹영상으로 제작하거나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등 뮤지컬 기반을 확대했습니다. 청주대의 영화 전공은 다른 대학에 비해 경쟁률 1위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영화에 필요한 전공들입니다. 음악과 관련된 전공은 뮤지컬, 작곡, 피아노 정도입니다.”

영화영상학과는 이외에도 미디어아트, 또는 미디어파사드 교육을 강화해 공연과 영상에 능통한 예술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영상과 사운드 분야를 특화해 미디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무대디자인과 장치가 예전처럼 하드웨어가 아닌, 미디어파사드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진출할 분야가 많습니다. 영상 자체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 공연을 보면 360도 회전 카메라가 활성화되고 있잖아요. 정해진 사이즈 안에서 영화를 찍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전체를 다 찍어서 마음대로 줄이기도 하고 넓히기도 하는 등 앞뒤를 바꿔 3차원 4차원 등 자유자재로 영상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연기도 기존 방식의 연극적 대사를 읊는 시대는 끝났으며 뮤지컬처럼 음률적이어야 한다는 게 어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음률적으로 공부한 배우들이 결국 영화로 진출하는 일이 많고 영화의 카메라 연기도 뮤지컬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할 때에도 음악적인 요소와 호흡, 발성 등을 배워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런 교육이 바로 성악교육이다.

“이런 영화영상의 트렌드에 맞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청주대학교는 교육의 틀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연기, 카메라 연기 등의 기본인 뮤지컬을 강화하되, 이를 위해 안정적인 성악적 발성과 호흡을 가르치자는 것입니다. 물론 작곡과 피아노도 음악적 베이스를 단단하게 하는 전공이겠죠. 이런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가르쳐 뮤지컬 무대와 영화 연기로 확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뮤지컬이 가장 중요한 베이스, 성악, 작곡 등 융합교육

영화영상학과가 배출하려는 인재는 음악적 능력 개발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전공 이외에도 영화 카메라 워크, 촬영, 조명, 사운드 등 다양한 영화영상 관련 ‘미디어아트’까지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미디어 파사드의 시각효과(VFX)까지 배울 수 있다.
“지금은 이 모든 작업을 컴퓨터 안에서 제작하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컴퓨터 안에서 언리얼 프로그램, 게임 엔진, 컴퓨터 그래픽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디자인 분야는 디자인 전공과에 맡겨 두었지만 지금은 영화영상학과 안에서 모두 배울 수 있습니다.”

어 교수는 이제는 영화를 논할 때 영화만 얘기하는 시대 역시 끝났다고 말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알아야 하고 AI의 작동원리와 사용법도 알아야 한다. 시나리오도 작가가 AI에 내용을 입력하기만 하면, AI가 척척 작성해 주는 시대이기에 기술을 몰라도 그 작동원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작가가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AI가 명령을 받아 스튜디오에 있는 카메라 로봇으로 전달합니다. 그러면 로봇은 입력된 콘티대로 다 찍어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누가 명령을 내리느냐는 것이죠. AI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짜내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지시를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간입니다.”

요즘은 챗GPT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뭐든지 물어보면 답이 다 나온다. 리포터도, 숙제도, 시나리오도 챗GPT한테 던져놓으면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줄줄 써낸다. 어쨌든 이렇게 만든 저작물은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다. 저작권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입력돼 있기 때문에 알아서 걸러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생각만 얹히면 시나리오도 뚝딱, 작곡도 뚝딱 해결된다. 작곡을 전공하지 않아도 얼마든 작곡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챗GPT가 원하는 것을 다 해결해 준다 해도, 인간 고유의 감정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따라올 수 없다는 게 어 교수의 생각이다. 그 생각을 AI에 입력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바로 그 ‘입력이 가능한’ 인간을 배출할 수 있는 융합적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이제 기술에 맡기면 됩니다. 또 음악적인 음성, 소리, 노래 등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고요. 그래서 음률적으로 자연스럽고, 누가 봐도 부담감이 없는 연기력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융합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든 일을 컴퓨터와 AI가 해결해 준다 해도 최초의 아이디어를 생성한 원소스! 즉 ‘원저작자’를 따라갈 수는 없다.

“지금은 원소스를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글에 대한 오리지널 아이디어,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오리지널 창작, 원저작, 원소스 등 작품을 최초로 머리에 떠올린 사람이 중요합니다. 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연기자만이 할 수 있는 연기 같은 것입니다. 기존의 영화 교육, 기존의 음악교육에서 이런 교육을 해낼 수 없어요. 미디어아트와 AI 등과 공존하면서도 최초의 원저작자가 되기 위해 교육을 창의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교수진 모두 자신의 강의시간, 융합시간으로 양보

이런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기존에 혼자 배우고 가르치던 교육시스템을 깨트려야 한다. 즉 자기 교육에만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교수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수진들이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 미디어아트는 미디어아트일 뿐이라며 영화와 융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융합적인 영화영상은 불가능하다.
“자기 것만 가르쳐야 한다는 고집을 버릴 때 비로소 융합교육이 시작됩니다. 내 것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의 것만 가져와 섞으려고 하면 거부감이 생기거든요. 학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강의 시간을 남에게 양보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양보하지 않으면 융합시간을 늘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강의부터 내놨습니다. 영화 제작 수업에 뮤지컬 가창 수업을 병행했거든요. 이처럼 교수님들이 양해하고 협력해야 가능해집니다. 사실 교수가 자기 것을 내려놓는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다행히 청주대 교수님들은 제 뜻을 이해하고 대부분이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안 그러면 살 수 있을까? 내년부터 대학 학령 인구는 급격하게 떨어져 서울 경기권 모집정원도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나만 생각하는 교육이 아니라 대학의 개성을 위해 다 함께 협력해야 한다. 청주대 영화영상학과 정교수, 전임교수, 강사들은 과감하게 하나로 융합하기로 했다. 그러기에 뮤지컬, 음악, 영화, 미디어아트, 연기, 공연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틀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유한한 인간은 사라져도 그 사람이 남긴 음악은 영원히 남습니다. 클래식이 그 대표적인 음악이잖아요. 그 음악을 감상하고 지금도 감동받듯이 음악의 속성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음악적 기본이 탄탄할 때 뮤지컬이 살고, 뮤지컬이 활성화되면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의 영화도 인정받게 됩니다. 그러면 영화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예술은 기술을 좇을 게 아니라 사람을 좇아가야 합니다.”

청주대학교의 재단인 청석학원은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을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가진 사학재단이기에 어 교수는 일반 지방 사립대 예술대학처럼 좌초돼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인 사명을 갖고 있다. 특히 예술대학은 12개 학과를 두고 한강 이남에서는 최초로 설립하지 않았는가. 취업률 등의 이유로 예술대학이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청주대학교는 여전히 건재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과가 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 어 교수는 영화과도 멀리 가려면 그동안 취업률 등의 평가로 어려움에 처한 타 전공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융합이 필요합니다. 그렇죠?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 음악 그리고 거기에 이제 뮤지컬적인 요소 이런 것들을 공연성과 연계해 영화 연기, 카메라 연기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오래전부터 고민했습니다. 4년 정도는 그렇게 학부를 운영해 왔는데 이제 결실을 맺을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사회에 진출시킬 계획

어 교수는 실제 학생들의 실력을 좌우하는 강사들인 정교수 3명과 전임교수 6명으로 구성된 패컬티는 모두 현직에서 그 일에 종사하는 교수진으로 구축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강의만 듣지 말고 그 교수님과 손잡고 현장으로 가라고 요구합니다. 뮤지컬을 배운다면 뮤지컬 현장에 찾아가야 하고, 영화 제작을 배운다면 영화감독과 함께 현장에 가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그런 강사들만 영입합니다. 탁상 교육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칠 수 있는 분들이죠.”

어 교수는 이런 실무진 강사들과 함께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서울의 센터 운영도 학교 측에 건의할 생각이다. 센터를 통해 학생들이 현장 실무와 연계해 인큐베이팅을 받은 후 사회에 진출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한편 어일선 교수야말로 현장에 밝은 현장 출신이다. 영화 ‘플라스틱 트리’로 국제영화제에 대상을 받은 예술영화감독으로 특히 해외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제 경험상 상업영화는 저보다 그쪽 분야에 탁월한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예술영화에 천착해 왔기 때문에 그 분야에 관한 한 실무경험이 많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교수진들이 실무에 대한 현장경험과 해박한 이론적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청주대 영화영상학과는 AI시대를 맞아 커리큘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작권과 AI시대에 실력있는 원소스, 원저작자를 원한다면 꼭 청주대 영화영상학과를 지원하기를 바랍니다.”

글 김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