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술과 자연, 희망을 노래하다 피아니스트 강효지의 ‘Growing-Seeds’

홀로그램과 피아노가 함께하는 최초의 공연

기존의 음악회와는 전혀 다른 ‘파격’이다. 어떤 연주회인지 타임머신을 타고 옛 공연장으로 흘러가 보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강효지가 펼치는 ‘마음 즉흥’(mind improvisation)이라는 공연이다. 우선 연주자가 뇌 영상 장치를 머리에 썼다. 혈액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화면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강효지는 즉흥 연주로 마음의 흐름을 표현한다. 그 음악은 다시 미디어아트로 변하고 청중은 음악가의 마음을 눈으로 확인한다. 신기할 노릇이다.

“제 두뇌의 흐름이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죠. 헤모글로빈이 생각 자체는 아니겠지만 생각의 흐름을 파악할 수는 있잖아요. 생각을 음악과 영상으로 트랜스포메이션한 것이죠.”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은 어떻게 전개될까? 강효지는 생각이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미디어아트로 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라고 토로한다. 그런데 오는 7월 8일 강효지는 이와는 또 다른 파격을 선보일 계획이다. 피아노와 홀로그램이 함께 하는 Piano VR Hologram Concert ‘Growing-Seeds’를 선보인다.

홀로그램이 음악과 연동, 인터렉션(interaction)을 통해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변형되기 때문에 음악과 이미지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주는 기획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다. 홀로그램 사용 허가가 만만치 않을 텐데 다행히 허락을 받아내 무대 위에 10개의 홀로그램 팬을 설치하기로 했다. 일종의 공중에 떠 있는 VR이다.

“입체적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연출되기 때문에 굉장히 환상적입니다. ‘Growing-Seeds’는 씨앗이 식물이 되고, 그것들이 세상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씨앗에서 이파리가 나오는 등의 모습을 구체적 이미지가 아니라 추상화된 이미지로 작업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울 거예요.”

창작품이란 창작자의 생각을 트랜스포메이션한 행위의 결과다. 링컨센터에서 강효지는 제주 4.3사건을 담은‘제주’를 즉흥연주로 선보였다. 히로시마의 원자탄이 떨어지는 신으로 시작해 자매가 겁탈당하는 스토리 등을 한 편의 영화처럼 피아노로 표현한 즉흥연주를 펼쳤다. 그러나 비록 즉흥연주라 해도 광의적으로 보면 생각이 이야기로 변환되고, 이야기가 다시 이미지로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트랜스포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맞습니다. 모든 연주는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도 자기 생각을 악보로 적었고, 그 악보를 통해서 연주자들이 연주했으니까요. 저는 이런 예술의 과정을 중요 테마로 잡아서 공연을 펼칠 뿐입니다.”

디스토피아가 아닌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

이번 공연은 프롤로그에 이어 ‘Seeds’ ‘VR Mind Improvisation- Flow’ ‘Improvisation XVI Leaves’ ‘Conceptual Transformation 20230708 That is Me’ ‘Improvisation XVII Growing’ ‘Improvisation XVIII The world’ 등을 펼친 뒤 에필로그로 끝마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그로잉 시즈’란 무엇일까? 강효지는 인간에게 진정 개인적인 생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환경과 역사에 영향을 받은 큰 집단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생각들은 AI, 전쟁, 지구 온난화 등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온통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위험하기만 할까요? 그래서 저는 ‘생명의 탄생’과 ‘씨앗의 성장’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자. 과연 숲과 강과 하늘만 자연일까? 강효지는 인간 자체도 하나의 자연으로 본다. 아니 인간이 만든 AI도 자연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즉 인간과 하이테크와 자연이 하나가 되어 서로 공생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분들이 AI의 출현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AI와 같이 갈 수 있습니다. 모두가 연결돼 있으니까요. 저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희망적인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하고 싶어 이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결국은 희망이다. 불과 100여 년 동안 성장한 인간의 기술이 지구의 역사 10만 년의 진화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기에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부작용도 많다. 자연환경 파괴, 오존층 파괴, 생태계의 변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AI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더 아름답게 보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희망을 노래하자는 것이다.

“사실은 이 공연에 참여한 분들은 소수입니다. 제 생각의 씨앗을 알아주는 분들이죠. 결국 제 하나의 생각이 관객들에게 전파되고, 그분들이 글이나 말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호의적으로 전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제 생각도 하나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공연이에요.”

독일 하노버 음대 최초의 복수 전공

강효지는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퍼포머, 작곡가, 기획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초 피아니스트로 출발한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분명 어릴 때부터 뭔가 남다른 게 있을 게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울 때부터 저 혼자 곡을 쓰고 치기도 했었죠, 피아노만 열심히 연주하면 되는데 자꾸 일탈하니까 꾸지람도 많이 들었죠. 그러다 독일 하노버음대에서 공부할 때 작곡과 교수님이 갑자기 작곡을 해야 한다며 작곡과를 권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다시 1년 후 작곡과에도 도전, 교수들의 특별회의를 거친 후 겨우 입학했습니다. 복수전공을 허용하지 않는 대학인데 특별히 받아주었거든요.”

12살 때부터 신수정 교수를 사사, 예원과 서울예고를 나와 서울대 음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능 넘치는 피아니스트였기에 독일 하노버 대학을 마친 후에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기대했을 것이지만, 유학지에서 전혀 뜻밖의 인생의 변화가 있었던 것.

“작곡과를 입학할 때에도 삼각형의 모양이 하늘에서 떠 있고, 거기서 빛이 쏟아지는 식의 상상을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작업을 실제 하고 있습니다. 공중에 떠 있는 영상들과 소리가 인터렉션이 돼서 같이 움직이는 그런 작업 말이에요.”

뉴욕 등 해외에서도 호평

귀국 후 강효지의 상상이 창작곡과 퍼포먼스로 펼쳐지면 어디서든 화제를 몰고 왔다. 미디어와 사물, 현상 등의 변형, 교환을 통해 새로운 예술 장르를 창조하는 작업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공연예술의 연극적 요소인 진행형의 작업(Work in Progress)과 장르의 변이를 통해 발전되고 있다. 2018년 링컨센터에서 선보인 개념적 변환 퍼포먼스(Conceptual Transformation Performance) ‘평양’과 제주 4.3 헌정 즉흥곡 ‘제주’ 등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2019년에는 뉴욕과 타이베이에서 ‘물속에 날다’(Fly in Water)를 발표했다. 강효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라져 가는 생명체와 우주의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의 인식 밖 시공간에 대해 표현했다. 작곡가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생각과 인식의 차원을 훌쩍 넘은 사건이랄 수 있다.

막스 리히터의 리컴포즈 연주로부터 국내에도 일반화되기 시작한 리컴포즈 작업도 강효지는 진작부터 왕성하게 해왔다. 특히 리게티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을 리컴포즈해 작곡가, 퍼포머, 즉흥연주자, 피아니스트로서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의 국내 행보에서 맨 처음 인상적이었던 공연은 2013년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가(MAP 아티스트)로 선정돼 음악적 모놀로그를 개최했을 때였다. 이 공연에서 피아노 독주회라는 포맷이 일방적인 피아노 연주의 전달이 아닌 다각적이고, 즉흥적이나, 동시에 구체적이고, 철학적 메시지를 관객과 끊임없이 주고받는 총체적 예술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외에도 미디어 아티스트, 전자음악가들과 함께 즉흥, 작곡, 재작곡 등의 작업을 해왔으며, 2017년에는 리게티-강효지 ‘Lux Aeterna’(영원한 빛)를 개최, 패션 디자이너, 국악 성악, 한국 무용, 미디어 아트와 협업하기도 했다.

‘Yut-nori’(윷놀이)라는 퍼포먼스도 화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실제 윷놀이를 무대에서 진행하는 작품으로 두 대의 피아노와 윷놀이 퍼포머가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 중 윷판 이미지를 표현한 미술품은 뉴욕의 Conception Arts 전시회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활동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제 작품만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은 스트라빈스키 패트류스카나 모차르트 바리에이션 등을 연주한 후 ‘제주’ ‘평양’ 등 제 작품을 연주하곤 했습니다. 롯데콘서트에서도 바흐의 푸가를 연주한 후 제 작품을 소개했고요. 이번에는 오로지 제 작품만 연주합니다.”

리컴포즈에 집중하던 시절은 나의 청색시대이기도

강효지는 편곡과 리컴포즈는 다른 차원의 작업임을 분명히 했다. 편곡은 기법일지 모르지만 리컴포즈는 새로운 나만의 테마를 입힌, 완전한 변형작업이기 때문이다. 강효지의 작품 중 ‘게임’이 있다. 창작품이라기보다 리게티의 악보를 바탕으로 해로운 룰을 만들어 체스를 두는 작품이다. 굉장히 심하게 변형했기 때문에 그것이 리게티 악보를 변형한 것인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다.

그 곡을 나중에 전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해체되는 수준으로 변형을 한 것을 다시 변형하는 등 아주 센 변형이다. ‘리게티’를 붙인 작품도 있지만, 어떤 작품은 리게티를 아예 붙이지 않을 정도로, 악보를 도구화했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 ‘게임’ 많은 분들이 사랑한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공연되는가 하면 서울대 국악과에서 국악 버전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또 TIMF앙상블과 앙상블판 등 수많은 현대음악단체에서 두루 연주되어 왔다.

“어떤 작품이든 그 작품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카멜레온과 같은 변이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렌스’라는 말은 어떤 방법과 형태로든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음악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음악을 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이게 제 예술은 물론 모든 문학과 예술의 핵심입니다. ‘토지’라는 대하소설도 시대가 책 안으로 변형된 것이고요. 제가 이토록 트랜스포메이션에 천착한 것은 피카소의 청색시대와 같은 것입니다. 그 시기를 거쳐서 비로소 피카소다운 작품이 완성된 것처럼 저 역시 ‘변형’의 시대를 넘어 저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더라도 작곡은 포기할 수 없어

예술가는 흐르는 시간 속에 내 몸을 맡기는 게 아니라, 흐르는 시간을 잡아서 분석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사소한 거라도 놓치지 않고 매의 눈으로 포착해 예술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수리가 물건을 잡듯이 아이디어를 탁 잡아채는 일상이 어쩌면 고달프지 않을까? 또는 집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오직 악보에 충실하게 피아노만, 독일 하노버에서도 피아노만 연주하라고, 그렇게 강효지에게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융합시대잖아요. 물론 예전에는 그렇게 요구했어요. 독일 하노버대학에서 제가 작곡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예술가 과정 총괄과장님이 저를 불러서 작곡과 피아노, 둘 중 하나는 그만두라고 부탁했어요. 저는 그만둘 수 없다고 화를 냈습니다. 당시 과장님은 바이올린 교수였는데 선생님에게 바이올린을 그만두라고 하면 어떤 심정이겠느냐고 따졌죠. 나에게는 작곡도 피아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효지에게 창작 활동은 자신을 통해서 세상을 담아내고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날도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라 창작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뿐이라고 답했다. 설령 이 학교에서 작곡을 포기한다 해도 죽을 때까지 곡을 쓰겠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보이지 않는 차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파

강효지가 다루는 작곡의 주제 중 과학과 우주 등이 눈에 띈다. 어떻게 물리학 등의 우주적인 내용을 음악적 소재로 삼을 수 있었을까?

몇 년 전에 읽은 책 중에 미셀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이 있다. 그중 ‘생각 도구의 유추’챕터에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막스 플레밍이 원자의 움직임을 바이브레이션 등 음악적 진동의 개념으로 설명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우주의 원리는 음악적이라는 것이 미셀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이다. 강효지는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원자보다 더 작은 초미립자인 초끈이론도 작곡에 응용했다.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초끈이론’이 성립되려면 불확정된 초미립자들이 끊임없는 파동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파동은 곧 진동이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우주의 모든 존재는 모두 음악적이라는 가설이 성립된다. 두뇌 역시 그 기저에는 이런 초미립자들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가 ‘생각’이 특정한 방향을 정하면 미립자들이 일제히 그 생각대로 정렬된다는 이론! 그게 초끈이론의 하나다. 이런 원리를 알기 때문에 뇌파의 움직임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다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강효지는 그 점을 간파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곡가이다.

“마인드 인플로비제이션, 즉 마음즉흥 같은 작품은 기술적으로는 뇌파를 표현한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평행우주 다중우주를 다룬 것입니다. 저는 아이를 낳았을 때, 자궁도 하나의 우주라고 느꼈거든요. 최근에 발표된 초끈 이론에 따르면 우주도 여러 개 존재하고 차원도 우리가 인식하는 4차원까지만 있는 게 아니라 11차원까지 존재한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빅뱅에 의해 굴러가는 이 우주 이외에 종교의 세계 등은 눈에 보지 않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차원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되고, 그 생각과 행동이 모여 다시 우주가 되는 과정을 저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번 연주회에는 그 매개체로 홀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작곡을 하면서 클래식 고전작품 더욱 충실히 연주

강효지는 제주 출신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은 우주를 담으면서도 따뜻함이 있다. 그가 이번 연주회 제목을 ‘Growing-Seeds’로 한 데는 어쩌면 제주의 자연에서 받았던 어린 시절의 동경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생성된 주제가 아닐까 싶다.

“제주시 그린벨트에 인접한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제 DNA에는 자연이 담겨 있을 거예요. 제주에서의 삶은 정말 자연과 함께했답니다. 여름이면 매미와 싸워야 했고 뻐꾸기 소리와 함께 늦은 밤 피아노를 연습해야 했죠.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소 울음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정겹기 그지없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한라산 장관도 선연하고요. 이런 자연 속에서 있다 보니 악보에만 충실해야 하는 클래식은 왠지 답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즉흥연주와 창작에 관심이 많았었던 건 아닐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유롭게 작곡하면서 오히려 고전 곡은 악보대로 더 충실히 치려고 노력해요. 창의력은 작곡에서 발휘하면 되니까요.”

강효지는 전 국민이 작곡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매일 똑같은 악보를 치는 것은 숙제를 열심히 하는 것과 같다며 내 마음의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하는 작곡이야말로 음악교육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홀로그램에 담긴 메시지 서둘러 감상하고 싶어

강효지는 피아니스트로 연주하고 작곡도 병행하다 보니 한국에서 작곡가들을 대하는 시각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강효지는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체험한다. 최근에 즉흥 연주와 재연 연주를 비교하는 뇌파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다. ‘흥’이란 일종의 순간적 작곡행위라는 점이다. 그래서 다른 장르에서는 이 ‘흥’을 인정하고 예컨대 무용에서는 무용가와 안무가가 같이 연구하고 협업한다. 연극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음악에는 그런 그 교육이 없고 작곡가와 연주자가 딱 나뉘어 있다.

“보통 잘하는 무용수가 안무가가 되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연출자가 되거든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아노를 잘 치는 분들이 작곡가가 돼야 좋은 음악이 탄생하죠. 그런데 작곡을 전공했다면 마치 피아노를 치지 못해서 작곡을 전공한 것으로 오해하곤 했잖아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요. 음악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작곡을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작곡이 음악교육의 리더가 돼야 해요. 제가 독일에서 작곡을 전공하라고 선발된 것은 피아노 연주를 잘했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에서도 탁월한 친구들이 결국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정말 그랬다. 독일 하노버 음대 재학 중 독일 고슬라의 Mönchhaus Museum der modernen Kunst에서 연주한 윤이상의 ‘Shao Yang Yin’(소양음) 연주를 듣고, 세계적인 교수인 Arie Vardi가 “\‘나는 그녀의 특별한 개성과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자 즉흥연주가, 그리고 창작가로서 탁월한 음악성에 깊이 감동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 강효지. 2005년 잘츠부르크 여름음악축제에서 Mozart prize(모차르트 상) 현대음악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뉴욕의 Young Concert Artists Audtition에서 2위로 입상하였으며, 2008년 이탈리아의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했을 정도로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다. 귀국 후 한국에서 클래식 모놀로그 ‘박정자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에서 브람스의 다양한 곡들을 연극무대에서 직접 선보이는 역할을 하며, 20일간의 장기 공연을 했고 한국실험예술제에서 ‘한젬마의 PerforMC’로 출연, 음악으로 MC를 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던 강효지의 이번 연주가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홀로그램에 담긴 그의 메시지를 얼른 읽고 싶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