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걸어갈 길 비올리스트 박하양

첫 일본 독주회

지난해 여름, 제5회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금호영재 출신 박하양(98년생)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했다. 네 번의 계절이 바뀐 후 오는 6월에 일본 도쿄에서 다양한 연주가 예정된 비올리스트 박하양. 본인만의 음악 세계를 차곡차곡 구축하고 있는 박하양과 이번 일본연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Q. 도쿄 비올라 콩쿠르 우승 이후 1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분명 많은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끝난 이후에 느껴지는 성취감 같은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한 덕분에 스스로도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수상 이후로 많은 연주 기회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 것들이 아주 많았어요. 그렇기에 우승을 통한 성취감보다는 긴 여정을 무사히 잘 마쳤다는 데에서 온 성취감이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오는 2023년 6월 9일 도쿄 분카 카이칸에서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1년 만에 일본 무대를 다시 찾아서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지난달에는 통영 국제음악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첼리스트 한재민과 함께 연주하는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5월에는 제가 재학 중인 학교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Alumni Festival이 있어서 유럽 각지와 미국 등에서 활동 중인 학교 졸업생들과 여러 실내악 연주들이 있었어요. 기성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선배들을 만나고 함께 연주하며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곧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바이올린 교수 Antje Weithass(안티에 바이타스)와 실내악 연주가 있어서 준비 중입니다. 바쁜 와중에 일본 투어도 틈틈이 준비해야 해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고 행복해요.

Q. Tokyo Bunka Kaikan(도쿄 분카카이칸, 도쿄문화회관)은 어떤 홀인가요?

도쿄 분카카이칸은 오케스트라홀과 리사이틀홀 두 개의 홀이 있는데 2017년에 두 곳 모두에서 연주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두 홀 모두 어쿠스틱이 훌륭하지만, 특히 리사이틀홀에서 연주했을 때 너무나 훌륭한 어쿠스틱과 아름다운 홀의 디자인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저의 첫 일본 독주회를 이 리사이틀홀에서 하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그때의 어쿠스틱이 기억에 남아 꼭 비올라 독주곡을 프로그램에 넣고 싶었어요.

Q. 연주할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첫 곡은 제가 애정하는 Reger(레거)의 ‘suite for solo viola no.1’입니다. 후기 낭만 작곡가인 Reger는 이 곡을 작곡할 때 바흐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는 바흐의 작곡 형태를 개인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한 작곡가이죠. 그다음으로 들려드릴 곡은 Konstantia Gourzi(콘스탄티아 구르지)의 ‘Evening at the window’입니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현재 독일 뮌헨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Gourzi는 이 곡을 작곡할 때 샤갈의 그림 ‘Evening at the window’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6개의 짧은 악장으로 되어있는 이 곡은 각 악장의 그림의 세부적인 부분을 묘사해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요. 이 곡의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연주할 때 오른쪽 발목에 방울을 차서 발목을 흔들어 방울소리를 내며 연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곡에 어울리는 방울소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듣자마자 반해 연주하기로 결심했고 작곡가에게 연락해 연주 전 직접 만나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받은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곡은 Clarke(클라크)의 비올라 소나타입니다. 마찬가지로 영국 태생의 여성 작곡가인 Clarke는 비올라 연주자였기에 비올라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은 작곡가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비올라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소나타입니다.

Q. 고전부터 낭만, 현대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꾸몄는데요. 작품을 공부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과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각기 다른 시대의 작곡가들의 작품이 다 똑같이 들리지 않도록 그 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스타일 등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어떻게 해야 음악에 저만의 이야기와 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가입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과 생각은 많아지지만, 연주에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연주는 결코 머리에서 오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리 지식이 많다고 해도 말이죠. 머리와 마음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훌륭하게 잘 다듬어진 연주도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스스로 해보고 난 후 시작하게 된 고민이에요. 요즘 연습할 때는 겉으로 들리는 소리에만 신경 쓰고 있지 않은지 주의하면서 저만의 무언가를 더 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일본 청중들과의 소통 계획이 있다면요?

다행히도 분카카이칸 측에서 한국어 통역을 준비해 줄 테니 연주 전이나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직접 음악을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 독주회 전에도 6월 5일 19시 도쿄 Kioi Hall(토호 가쿠엔 오케스트라와 협연)과 6월 6일 19시 도쿄 Kioi Hall(토호 가쿠엔 오케스트라와 협연), 6월 7일 센다이 Patona Hall(실내악 연주 - 노부코이마이&앙투앙타메스티 등) 연주 등 타이트한 스케줄이 모여있는데, 다가올 6월 일본 활동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6월 1일부터 작년에 우승한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가 속해있는 페스티벌 ‘Viola Space’에서 다양한 연주 및 튜터로서 마스터클래스를 합니다. 월튼 콘체르토와 바로크 악기인 비올라 다모레와의 듀오 콘체르토 등의 협연 무대와 제가 존경하는 두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와 앙투앙 타메스티와의 모차르트 스트링 퀸텟, 브람스 세레나데 등 실내악 연주가 총 세 번 도쿄와 센다이에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후 도쿄에서의 독주회가 있고 독주회가 끝난 후로는 ‘Kronberg Academy tour in Japan’이 곧바로 이어집니다. 오사카와 도쿄 산토리홀에서 연주하는 이 투어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교수 노부코 이마이, 미하엘라 마틴, 프란스 헬머슨과 학교 재학생들이 함께하는 실내악 연주 투어입니다. 이 투어는 네 번의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Q.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모든 연주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독주회나 협연은 보다 자유롭고 제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들려주고 싶은 뚜렷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실내악은 여러 사람과의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허설 전 제대로 악보를 공부해 가야 합니다. 특히 중간에서 다른 악기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이 중요한 비올라이기에 더욱 어느 부분에서 어떤 악기와 함께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더 소리를 내거나 줄여야 하는지, 지금 내고 있는 음이 화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음인지 등 곡을 확실히 파악해야 합니다. 컨디션 조절은 특별한 것은 없지만 영양제를 열심히 먹고 있어요. 오전에 스케줄이 없는 날은 30분씩 집 앞 공원을 뛰고 아무 스케줄 없이 쉬는 날은 밀린 잠을 최대한 많이 자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평소 비올라 연주 이외에 다른 취미나 특기가 있다면요? 하양양의 관심사가 궁금해요.

한국어로 캘리그래피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책과 시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 등이 있으면 캘리그래피로 엽서나 책갈피를 만들어요. 그냥 모아두었다 종종 꺼내서 읽어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소설과 한국 현대시를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끝으로 비올리스트 박하양은 자기만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전한다.

“비올라를 연주하면 할수록 비올라가 더 좋아져요. 앞으로의 소망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라이프 모토가 Andante con moto(안단테 콘모토)인데요. 이 음악 용어처럼 조금 느리더라도 비올라와 함께 생기있게 영원히 이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Andante’는 ‘느리게’를 표현하는 템포, ‘con moto’는 ‘with motion’, 즉 ‘움직임을 갖고’의 뜻을 의미한다. Andante con moto는 음악 용어 중 템포와 속도를 위한 용어이지만 비올리스트 박하양은 계속해서 걸어간다는 뜻을 마음에 새기고 모든 연주가 허락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청량한 여름 햇살처럼 부드러운 음악의 힘을 전하는 박하양의 에너지가 매우 기대된다.

글 김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