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통해 비평의 주파수 대중음악으로 확대
팬덤, 플랫폼, 기술 아우르며 세계문화로 나아가야
십수 년 동안 클래식 음악을 비평하고 현대음악을 작곡해 온 성용원이 자신의 비평적 시선을 K-팝으로 확장한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탐구 대상은 2025년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다. 8월 말 출간된 이번 책은 단순히 한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활동을 소개하는 팬북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의 구조와 미학을 연구해 온 전문가가 K-팝이라는 동시대의 거대한 문화 현상을 분석하며, 한국 대중음악이 앞으로 어떤 예술적·문화적 언어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질문하는 비평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작업이 성용원의 비평적 활동 반경을 넓히는 첫 시도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영역에서 작품과 공연을 분석해 온 그가 이제 비평의 주파수를 대중음악까지 넓혔다. 이는 클래식 전문가가 대중음악을 평가한다는 단순한 장르 이동이 아니다. 오히려 장르별로 분리돼 있던 한국 음악비평의 울타리를 넘어 음악과 퍼포먼스, 영상과 플랫폼, 팬덤과 산업을 하나의 문화 생태계 안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대중음악을 ‘노래’가 아닌 ‘문화 시스템’으로 해석
대중음악 전문가가 바라보는 K-팝은 대체로 음원과 차트, 산업 구조, 스타 시스템과 팬덤의 움직임에 집중돼 왔다. 반면 성용원은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을 통해 축적한 작곡, 연주, 비평의 경험을 바탕으로 K-팝을 보다 넓은 미학적 좌표 위에 올려놓는다. 곡의 구조와 음향, 무대 위의 몸짓과 이미지, 디지털 미디어의 작동 방식, 팬들의 참여와 재창작까지 모두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 읽어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르티스는 단순한 인기 보이그룹이 아니다. 음악과 안무, 영상과 패션, 서사와 팬덤이 결합해 끊임없이 의미를 생산하는 ‘복합예술적 플랫폼’이다. 한 곡이 발표되는 순간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해석과 반응, 공연장에서의 경험,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이미지와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세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성용원이 코르티스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르티스는 고정된 정체성을 반복하는 완성형 그룹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창작 현상으로 읽힌다. 성용원은 팬들이 제작하는 아트워크와 응원법, 공연 후기와 온라인 콘텐츠가 다시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그 영감이 새로운 음악과 무대로 돌아오는 순환 과정에 주목한다.
이는 음악을 작곡가가 만들고 청중이 받아들이는 일방향적 예술로 이해해 온 전통적 관점과 다르다. 오늘날의 음악은 창작자와 수용자, 무대와 플랫폼, 현실과 가상공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다시 쓰이는 유동적인 경험이다. 성용원은 “코르티스와 팬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며 자신 역시 외부의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그 창작적 순환에 참여하려 한다.
클래식의 잣대가 아닌, 클래식이 길러낸 질문으로
성용원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는 클래식 음악의 기준으로 K-팝의 우열을 재단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가 K-팝으로 가져오는 것은 권위적인 장르의 잣대가 아니라, 음악을 깊이 듣고 구조적으로 분석해 온 비평의 방법론이다.
성용원 작곡가에게 클래식과 K-팝은 서로 대립하는 음악이 아니다. 두 장르는 창작 방식과 유통 구조가 다르지만, 결국 당대의 감각을 소리와 형식으로 조직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이번 책은 바로 그 접점에서 출발한다.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구분이 여전히 유효한지, 한 곡의 예술적 가치를 음향과 악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팬의 참여를 소비행위가 아닌 창작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연이어 묻는다.
성용원의 비평적 ‘광대역’ 확장은 K-팝에 대한 해석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클래식과 현대음악, 뉴미디어를 두루 경험한 시선이 더해질 때 K-팝은 특정 세대가 소비하는 유행이나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넘어, 21세기 음악과 예술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코르티스 넘어 한류의 다음 방향에 대한 질문
책의 시선은 한 그룹의 현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코르티스를 하나의 사례로 삼아 K-팝과 한류 문화가 세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지금까지 K-팝의 세계적 성공이 음원 성적과 조회 수, 투어 규모와 팬덤의 확장으로 설명돼 왔다면, 이제는 한국의 음악이 세계문화 속에서 어떤 미학과 가치, 새로운 창작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류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성공한 형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의 유행을 재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을 넘어, 한국의 창작자들이 세계의 청중에게 새로운 감각과 관계 맺기의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서사를 만들고, 음악과 영상·공연·디지털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K-팝의 구조는 그 자체로 미래 예술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코르티스는 이미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한류 음악의 가능성을 관찰하는 출발점이다. 성용원은 코르티스의 음악과 퍼포먼스, 글로벌 팬덤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어떤 문화적 언어를 만들어갈지 상상한다. 동시에 K-팝이 세계의 중심을 향해 달려가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음악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지금을 살라
책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문장은 “PUT YOUR PHONE DOWN”이다. 얼핏 보면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으라는 단순한 권유처럼 들리지만, 성용원은 이 문장을 오늘날의 음악 경험과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화면을 바라보고, 공연장에서도 기록과 공유에 몰두한다. 경험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일이 앞서고, 현재의 감각보다 온라인에 남겨질 이미지가 중요해진 시대다. “PUT YOUR PHONE DOWN”은 기술을 거부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기술이 지배하는 순간에서 잠시 벗어나 눈앞의 음악과 사람, 자신의 감각을 온전히 마주하자는 제안이다.
결국 성용원이 코르티스를 통해 묻는 것은 한 아이돌 그룹의 성공 가능성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는가”,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의 음악은 세계에 어떤 새로운 경험을 건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책은 클래식 음악인이 낯선 장르로 외출한 기록이 아니다. 십수 년 동안 클래식 비평과 현대음악 창작의 현장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가 자신이 익숙하게 사용해 온 비평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 음악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들어간 결과물이다. 코르티스에서 시작된 성용원의 질문은 K-팝을 지나 한류 문화의 미래로, 나아가 21세기 예술과 인간의 관계로 뻗어나간다.
클래식의 귀로 K-팝을 듣고, 현대음악의 감각으로 팬덤과 플랫폼을 해석하는 이 책은 한국 음악비평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코르티스는 그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다.
80쪽, 12,000원, 도서출판 현대, 문의: 02-2266-1307
글 김종섭
‘코르티스’ 통해 비평의 주파수 대중음악으로 확대
팬덤, 플랫폼, 기술 아우르며 세계문화로 나아가야
십수 년 동안 클래식 음악을 비평하고 현대음악을 작곡해 온 성용원이 자신의 비평적 시선을 K-팝으로 확장한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탐구 대상은 2025년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다. 8월 말 출간된 이번 책은 단순히 한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활동을 소개하는 팬북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의 구조와 미학을 연구해 온 전문가가 K-팝이라는 동시대의 거대한 문화 현상을 분석하며, 한국 대중음악이 앞으로 어떤 예술적·문화적 언어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질문하는 비평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작업이 성용원의 비평적 활동 반경을 넓히는 첫 시도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영역에서 작품과 공연을 분석해 온 그가 이제 비평의 주파수를 대중음악까지 넓혔다. 이는 클래식 전문가가 대중음악을 평가한다는 단순한 장르 이동이 아니다. 오히려 장르별로 분리돼 있던 한국 음악비평의 울타리를 넘어 음악과 퍼포먼스, 영상과 플랫폼, 팬덤과 산업을 하나의 문화 생태계 안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대중음악을 ‘노래’가 아닌 ‘문화 시스템’으로 해석
대중음악 전문가가 바라보는 K-팝은 대체로 음원과 차트, 산업 구조, 스타 시스템과 팬덤의 움직임에 집중돼 왔다. 반면 성용원은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을 통해 축적한 작곡, 연주, 비평의 경험을 바탕으로 K-팝을 보다 넓은 미학적 좌표 위에 올려놓는다. 곡의 구조와 음향, 무대 위의 몸짓과 이미지, 디지털 미디어의 작동 방식, 팬들의 참여와 재창작까지 모두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 읽어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르티스는 단순한 인기 보이그룹이 아니다. 음악과 안무, 영상과 패션, 서사와 팬덤이 결합해 끊임없이 의미를 생산하는 ‘복합예술적 플랫폼’이다. 한 곡이 발표되는 순간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해석과 반응, 공연장에서의 경험,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이미지와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하나의 세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성용원이 코르티스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르티스는 고정된 정체성을 반복하는 완성형 그룹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창작 현상으로 읽힌다. 성용원은 팬들이 제작하는 아트워크와 응원법, 공연 후기와 온라인 콘텐츠가 다시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그 영감이 새로운 음악과 무대로 돌아오는 순환 과정에 주목한다.
이는 음악을 작곡가가 만들고 청중이 받아들이는 일방향적 예술로 이해해 온 전통적 관점과 다르다. 오늘날의 음악은 창작자와 수용자, 무대와 플랫폼, 현실과 가상공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다시 쓰이는 유동적인 경험이다. 성용원은 “코르티스와 팬이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며 자신 역시 외부의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그 창작적 순환에 참여하려 한다.
클래식의 잣대가 아닌, 클래식이 길러낸 질문으로
성용원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는 클래식 음악의 기준으로 K-팝의 우열을 재단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가 K-팝으로 가져오는 것은 권위적인 장르의 잣대가 아니라, 음악을 깊이 듣고 구조적으로 분석해 온 비평의 방법론이다.
성용원 작곡가에게 클래식과 K-팝은 서로 대립하는 음악이 아니다. 두 장르는 창작 방식과 유통 구조가 다르지만, 결국 당대의 감각을 소리와 형식으로 조직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이번 책은 바로 그 접점에서 출발한다.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구분이 여전히 유효한지, 한 곡의 예술적 가치를 음향과 악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팬의 참여를 소비행위가 아닌 창작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연이어 묻는다.
성용원의 비평적 ‘광대역’ 확장은 K-팝에 대한 해석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클래식과 현대음악, 뉴미디어를 두루 경험한 시선이 더해질 때 K-팝은 특정 세대가 소비하는 유행이나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넘어, 21세기 음악과 예술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코르티스 넘어 한류의 다음 방향에 대한 질문
책의 시선은 한 그룹의 현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코르티스를 하나의 사례로 삼아 K-팝과 한류 문화가 세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지금까지 K-팝의 세계적 성공이 음원 성적과 조회 수, 투어 규모와 팬덤의 확장으로 설명돼 왔다면, 이제는 한국의 음악이 세계문화 속에서 어떤 미학과 가치, 새로운 창작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류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성공한 형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의 유행을 재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을 넘어, 한국의 창작자들이 세계의 청중에게 새로운 감각과 관계 맺기의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서사를 만들고, 음악과 영상·공연·디지털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K-팝의 구조는 그 자체로 미래 예술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코르티스는 이미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한류 음악의 가능성을 관찰하는 출발점이다. 성용원은 코르티스의 음악과 퍼포먼스, 글로벌 팬덤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어떤 문화적 언어를 만들어갈지 상상한다. 동시에 K-팝이 세계의 중심을 향해 달려가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음악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지금을 살라
책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문장은 “PUT YOUR PHONE DOWN”이다. 얼핏 보면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으라는 단순한 권유처럼 들리지만, 성용원은 이 문장을 오늘날의 음악 경험과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화면을 바라보고, 공연장에서도 기록과 공유에 몰두한다. 경험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일이 앞서고, 현재의 감각보다 온라인에 남겨질 이미지가 중요해진 시대다. “PUT YOUR PHONE DOWN”은 기술을 거부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기술이 지배하는 순간에서 잠시 벗어나 눈앞의 음악과 사람, 자신의 감각을 온전히 마주하자는 제안이다.
결국 성용원이 코르티스를 통해 묻는 것은 한 아이돌 그룹의 성공 가능성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는가”,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의 음악은 세계에 어떤 새로운 경험을 건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책은 클래식 음악인이 낯선 장르로 외출한 기록이 아니다. 십수 년 동안 클래식 비평과 현대음악 창작의 현장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가 자신이 익숙하게 사용해 온 비평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 음악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들어간 결과물이다. 코르티스에서 시작된 성용원의 질문은 K-팝을 지나 한류 문화의 미래로, 나아가 21세기 예술과 인간의 관계로 뻗어나간다.
클래식의 귀로 K-팝을 듣고, 현대음악의 감각으로 팬덤과 플랫폼을 해석하는 이 책은 한국 음악비평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코르티스는 그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다.
80쪽, 12,000원, 도서출판 현대, 문의: 02-2266-1307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