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9월 세 번의 무대로 깊어지는 음악의 시간 - 조진주, 한수진, 김태형

조진주의 실내악부터 한수진의 바흐, 김태형의 베토벤까지
9월 3, 10, 17일 금호아트홀 연세

 

금호문화재단이 선보이는 2026 금호아트홀 기획공연 ‘아름다운 목요일’이 오는 9월, 서로 다른 음악적 색채와 깊이를 지닌 세 차례의 무대로 관객을 만난다. 9월 3일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고요, 그 너머에’를 시작으로, 9월 10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9월 17일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세 공연 모두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다.

9월 프로그램은 후기 낭만주의의 풍부한 실내악에서 바흐의 절대적인 무반주 바이올린 세계, 다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로 이어진다. 조진주·한수진·김태형이라는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세 음악가를 통해 ‘연주자의 해석이 어떻게 작품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한 달이다.

 

9월 3일, 조진주 ‘고요, 그 너머에’
슈트라우스와 코른골트, 다섯 연주자가 빚어내는 후기 낭만주의

 

첫 무대는 9월 3일 오후 7시 30분 열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고요, 그 너머에’다. 조진주가 2026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는 큐레이션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무대로, 지난 1월 트리오 서울의 피아노 삼중주에 이어 이번에는 이중주와 오중주라는 보다 확장된 실내악의 세계를 보여준다.

조진주는 과감한 프로그래밍과 강렬한 카리스마,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바이올리니스트다. 인디애나폴리스, 몬트리올, 쇤펠트,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최근에는 파가니니·인디애나폴리스·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등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비영리단체 앙코르 체임버 뮤직 인스티튜트를 설립했고, 현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비에넨 음악대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김규연과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flat장조 Op.18’을 연주한다. 젊은 슈트라우스의 패기와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풍성한 선율이 만나는 작품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등하게 주고받는 유기적인 대화와 극적인 표현력이 돋보인다.

2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맥스 가이슬러,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합류해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오중주 E장조 Op.15’를 들려준다. 오페라와 영화음악으로도 이름을 남긴 코른골트의 화려하고 짙은 낭만성이 실내악에 응축된 작품이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지혜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와 사라사테 국제 콩쿠르 우승을 거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비올리스트 이한나는 라비니아·베르비에·말보로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에서 활약해왔으며 현재 톈진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이자 금호솔로이스츠 멤버다.

미국 출신 첼리스트 맥스 가이슬러는 세계 여러 실내악 축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버틀러대학교 첼로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아니스트 김규연은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우승, 퀸 엘리자베스 및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 등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려왔고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공연은 독주자로서 강렬한 개성을 지닌 조진주가 다른 음악가들과 어떤 호흡과 균형을 만들어내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큰 무대다.

 

9월 10일, 한수진의 ‘첫 바흐 여정’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성경과 같은 바흐의 무반주 작품

 

두 번째 공연은 9월 10일 오후 7시 30분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로 마련되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바흐 무대다.

‘위대한 작곡가’는 연주자가 한 작곡가의 내면과 깊숙이 마주하는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금호아트홀의 기획 시리즈다. 9월 10일에는 한수진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의 바흐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프로그램은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단조 BWV 1001’, ‘소나타 제2번 a단조 BWV 1003’, 그리고 유명한 ‘샤콘느’가 포함된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BWV 1004’다. 피아노나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단 한 대의 바이올린만으로 화성과 선율, 리듬과 구조를 모두 구축해야 하는 바흐 무반주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음악적 깊이와 기술, 정신세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레퍼토리로 꼽힌다.

한수진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각별하다. 그는 20대부터 여러 차례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를 제안받았지만 작품과 충분히 마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서둘러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삶의 경험이 쌓인 지금에 이르러 비로소 바흐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고, 자신의 한국 활동의 출발점이었던 금호아트홀에서 그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수진은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성경’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한다. 고독과 희망, 따뜻함과 안식, 아픔과 탄식, 고민과 근심, 그리고 구원까지 인간 삶의 수많은 순간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수진은 2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8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며, 불과 8개월 만에 예후디 메뉴힌 학교에 입학했다. 15세에는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당시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수상자로 준우승하고 7개의 특별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런던 심포니, 포즈난 필하모닉, 도쿄 필하모닉,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과 협연했으며 2023년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음악 부문을 수상했다.

화려한 기교보다 한 연주자가 오랜 시간 작품을 기다리고 숙성시킨 끝에 내놓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한수진의 음악 인생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월 17일, 김태형의 ‘베토벤 프로젝트’
‘뻐꾸기’에서 ‘전원’, 그리고 ‘달빛’까지

 

9월의 마지막 ‘아름다운 목요일’은 9월 17일 오후 7시 30분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장식한다. 김태형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하는 ‘베토벤 프로젝트’의 두 번째 무대다.

이번 프로젝트는 베토벤의 방대한 피아노 작품을 단기간에 나열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곡가의 변화를 추적한다. 올해 공연에서는 특히 표제적 성격이 돋보이는 중기 피아노 소나타 네 작품을 한 무대에 배치한다.

첫 곡은 피아노 소나타 제25번 G장조 Op.79 ‘뻐꾸기’다. 이어 소나타 제15번 D장조 Op.28 ‘전원’, 소나타 제16번 G장조 Op.31 No.1을 연주하고, 마지막은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c-sharp단조 Op.27 No.2 ‘달빛’으로 장식한다.

‘뻐꾸기’와 ‘전원’, ‘달빛’이라는 명칭은 베토벤 자신이 직접 붙인 표제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작품의 인상과 특징을 설명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밝고 생동감 있는 음악에서 목가적 서정성, 유머와 실험성, 다시 깊은 내면의 고요와 격정으로 이어지는 네 작품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김태형은 특히 ‘달빛’ 소나타 1악장에서 베토벤이 의도했던 신비로운 음향을 현대 피아노에서 최대한 구현해 기존에 익숙하게 들어온 ‘달빛’과는 조금 다른 해석을 들려주겠다는 구상이다.

김태형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포르투 국제 피아노 콩쿠르, 트리에스테 국제 실내악 콩쿠르, 멜버른 국제 실내악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며 영국 로열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정경화, 노부코 이마이, 크리스토프 포펜, 바딤 레핀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도 호흡을 맞춰왔다.

현재 트리오 가온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8년 소니 클래시컬에서 ‘The Portrait’를 발표했으며, 2026년 3월에는 ‘Echoes in the Mists’를 통해 8년 만의 솔로 앨범을 선보였다.

 

세 명의 음악가, 세 가지 방식으로 만나는 ‘고전’

 

금호아트홀의 9월은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조진주는 슈트라우스와 코른골트를 통해 음악가들이 서로 부딪치고 교감하는 실내악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한수진은 오직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바흐라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다. 김태형은 네 편의 소나타를 통해 베토벤이 피아노라는 악기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표정과 실험을 펼쳤는지를 추적한다.

결국 세 공연을 관통하는 것은 ‘해석’이다. 이미 수없이 연주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누가, 어떤 삶의 시점에서, 어떤 음악적 관점으로 다시 읽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26년 9월 ‘아름다운 목요일’은 유명 레퍼토리를 다시 듣는 자리를 넘어 세 음악가의 현재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공연 정보

 

9월 3일(목) 오후 7시 30분

‘고요, 그 너머에’ 조진주 Violin with 이지혜 Violin, 이한나 Viola, 맥스 가이슬러 Cello, 김규연 Piano

프로그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flat장조 Op.18’, 코른골트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오중주 E장조 Op.15’

 

9월 10일(목) 오후 7시 30분

‘위대한 작곡가’ 한수진 Violin

프로그램: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단조 BWV 1001’, ‘소나타 제2번 a단조 BWV 1003’,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BWV 1004’

 

9월 17일(목) 오후 7시 30분

‘위대한 작곡가’ 김태형 Piano

프로그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5번 ‘뻐꾸기’ Op.79, 제15번 ‘전원’ Op.28, 제16번 Op.31 No.1, 제14번 ‘달빛’ Op.27 No.2

 

장소 금호아트홀 연세

티켓 각 공연 전석 5만원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