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4~10일 경기아트센터 개최
김대진 지휘, 경기필 협연부터 독주와 실내악, 전공생과 아마추어 무대까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다섯 곡을 한 주 동안 모두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있다. 한 연주자가 전곡을 맡는 방식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경력과 음악적 개성을 지닌 다섯 피아니스트가 한 곡씩 연주하고, 그 사이의 날들은 독주와 피아노 트리오, 젊은 연주자와 시민의 무대로 채운다. 경기아트센터가 10월 4일(일)부터 10일(토)까지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여는 제9회 ‘2026 대한민국 피아노페스티벌’의 바로 그 주인공.
올해의 주제는 ‘베토벤 프리뷰(Beethoven Preview)’로 2027년 베토벤 서거 2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축제의 시작과 끝에 배치했다. 소나타와 실내악을 통해서는 베토벤이 피아노로 펼친 보다 내밀한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관객에게는 장르별로 공연을 고르는 즐거움이 있고, 두 차례의 협주곡 공연을 모두 관람하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다섯 작품을 완주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예술감독은 김대진 교수로 지난 2011년 축제가 처음 출범할 때부터 그 여정을 함께해 왔다. 당시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행사는 ‘경기 피아노 페스티벌’을 거쳐 2024년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꿨다. 15년의 세월 동안 아홉 차례 개최된 이 축제는 국내 최초의 피아노 단일 악기 페스티벌로 출발해, 한 악기가 만들 수 있는 공연의 범위와 참여의 폭을 꾸준히 넓혀 왔다.
그동안 한동일, 신수정, 이경숙 등 한국 피아노계의 원로와 임동혁, 손열음,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이 축제에 참여해왔다. 올해 무대에는 협주곡 협연자 다섯 명을 비롯해 독주자와 실내악 연주자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린다. 지난 축제가 한국 피아노계의 여러 세대를 한자리에 모으는 데 힘을 기울였다면, 올해는 베토벤이라는 뚜렷한 주제를 통해 그 만남을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엮는 것이다.
협주곡 전곡의 중심에 선 김대진과 경기필

축제의 개막과 폐막은 김대진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책임진다. 김대진은 1985년 미국 로베르 카사드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피아니스트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무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이력도 축제와 맞닿아 있다. 김대진의 가르침을 거친 연주자 가운데 이진상, 김선욱, 손열음, 문지영, 박재홍, 선율 등이 있다. 2011년부터 축제를 지켜온 예술감독이 올해 두 차례의 협주곡 공연을 직접 지휘한다는 점은 각기 다른 협연자의 해석을 하나의 축제로 잇는 역할을 한다.
오는 10월 4일(일) 오후 5시 대극장 개막 공연의 제목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Ⅰ’. 협주곡 제1번은 김규연, 제2번은 유성호, 제4번은 김세현이 각각 연주한다.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차례로 무대에 서는 만큼, 한 지휘자와 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공통의 틀 안에서 서로 다른 건반의 소리를 듣는 재미가 있다.
김규연은 더블린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준우승하고 최고 협연자상과 모차르트 연주상을 받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입상했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서울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다.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 협주곡 제1번은 고전주의 협주곡의 틀 위에서 베토벤 특유의 힘과 재치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협주자와 오케스트라와 주고받는 긴밀한 호흡이 개막 공연의 첫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2번을 연주하는 유성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이며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특별상을 받았다. KBS교향악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노바야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고, 평창대관령음악제와 서울국제음악제에도 초청됐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서 수학하고 있다. 번호상 제2번이지만 제1번보다 먼저 작곡에 착수한 작품으로 알려진 이 협주곡에서는 젊은 베토벤의 생기와 고전적 균형감을 들을 수 있다.
개막 공연에서 제4번을 맡는 김세현은 2025년 롱티보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과 청중상을 함께 받은 차세대 연주자. KBS교향악단과의 공연 등 협연 경험을 쌓아 왔으며, 하버드대학교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복수학위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제4번은 피아노가 홀로 조용히 음악을 시작한 뒤 오케스트라가 응답하는 이례적인 도입부로 유명하다. 젊은 연주자가 그 첫 소절에 어떤 색채를 부여할지 관심을 모은다.
‘피아노의 숲’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까지
10월 5일(월) 오후 5시 소극장에서는 피아니스트 최형록의 ‘피아노의 숲’ 리사이틀이 열린다. 동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요 클래식 레퍼토리를 길잡이로 삼아 베토벤과 쇼팽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미 이야기 속에서 음악을 만난 관객이라면 극 중 장면을 떠올리며 들을 수 있고,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작품마다 다른 피아노의 표정을 발견할 기회다.
최형록은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우승과 중앙음악콩쿠르 1위 경력이 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본선에 진출했으며, 재팬필, 센다이필, 경기필, 부천필 등과 협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와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국내외 오케스트라 무대와 일본의 리사이틀 무대를 오간 그가 이번에는 익숙한 서사를 통해 클래식 작품을 풀어낸다.
10월 6일(화) 오후 7시 30분 소극장에는 독일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Julius Asal)이 오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번, 24번, 32번과 베토벤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즉흥연주를 준비했다. 초기의 제1번에서 중기의 제24번을 거쳐 마지막 소나타인 제32번까지, 한 작곡가가 피아노 앞에서 걸어온 긴 시간을 하루의 공연으로 압축한다.
아살은 독일 뮌헨 ARD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 진출했고, 유럽의 주요 페스티벌과 리사이틀 무대에 초청받아 왔다.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음반을 발표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악보에 적힌 세 편의 소나타와 즉흥연주 사이의 관계다. 베토벤의 음악을 충실히 해석하는 자리에서 출발해, 그 음악을 오늘의 연주자가 어떻게 자기 언어로 이어받는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아노가 현악기와 대화하는 밤
10월 8일(목) 오후 7시 30분 소극장의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에는 피아니스트 김태형,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김두민이 출연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각자의 선율을 내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함께 완성하는 실내악 무대다. 축제 초반의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 마주했던 피아노가 이날은 두 현악기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한다.
김태형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트리에스테 국제 실내악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며, 정경화·노부코 이마이 등 여러 연주자와 실내악 무대를 펼쳤다. 피아노 트리오 ‘트리오 가온’의 멤버이자 경희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협연과 독주뿐 아니라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 반응해야 하는 실내악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연주자다.
이지혜는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3위와 모차르트 최고 연주자상을 받았고, 사라사테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에서 제2바이올린 악장을 역임했으며, 트리오 가온을 비롯한 실내악 활동을 이어 왔다. 현재 발트앙상블 음악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두민은 동아음악콩쿠르와 안익태 첼로 콩쿠르, 아스펜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파울로 국제 첼로 콩쿠르에 입상했다. 오슬로 필하모닉과 헬싱키 필하모닉 등과 협연했으며,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을 지냈다.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고 무터 비르투오지 앙상블 멤버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 연주자는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들과 그가 교향곡 제2번을 피아노 트리오를 위해 편곡한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관현악 작품의 악상이 세 악기의 대화로 바뀔 때 무엇이 두드러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첫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건반을
올해 축제의 또 다른 축은 참여 무대다. 10월 7일(수) 오후 7시 30분 소극장의 ‘영 아티스트 콘서트’는 공모로 선정하는 피아노 전공생 네 명을 위한 공연이다. 이 무대의 의미는 유명 연주자를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젊은 음악가가 정식 축제의 관객 앞에서 자신의 해석을 들려주고, 관객이 앞으로의 연주자를 먼저 만나는 데 있다.
10월 10일(토) 오후 2시 소극장의 ‘Stage for You’는 비전공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 열린다.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직업 연주자는 아닌 이들이 축제의 출연자가 된다. 같은 날 오후 5시 대극장에서 열리는 협주곡 전곡 연주의 피날레와 나란히 놓고 보면 올해 축제의 지향이 분명해진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시민이 직접 준비한 연주가 같은 축제의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10월 9일에는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린 영화 ‘샤인’ 상영도 마련된다.
10월 10일(토) 오후 5시 대극장,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Ⅱ’가 축제의 막을 내린다. 김대진이 다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김다솔이 협주곡 제3번, 올리버 케른(Oliver Kern)이 제5번 ‘황제’를 협연한다.
김다솔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ARD 국제음악콩쿠르,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등 주요 국제대회에 입상했다. 뉴욕 필하모닉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으며 정명훈·앨런 길버트 등의 지휘자와 무대를 함께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다. 그가 연주하는 제3번에서는 앞선 협주곡들과 구별되는 단호한 긴장감을 만날 수 있다.
독일 피아니스트 올리버 케른은 ARD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이자 베토벤 국제콩쿠르 입상자다.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리사이틀과 협연을 이어 왔으며, 베토벤 브람스 리스트를 비롯한 독일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해 왔다. 그가 맡은 제5번 ‘황제’는 장대한 규모와 화려한 독주부로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베토벤의 피아노 음악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마무리한다.
2011년 피아노 한 악기를 위한 축제로 출발한 이번 행사는 올해 베토벤의 협주곡 전곡을 중심에 놓고 독주와 실내악, 차세대와 시민의 무대까지 품는데 가장 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베토벤 프리뷰’는 내년 베토벤 서거 200주년과 축제 제10회를 앞둔 예고이기도 하다. 그 예고의 핵심은 거대한 기념 연주회 한 편에만 있지 않다. 저명한 음악가의 건반에서 출발한 소리가 다음 세대의 손으로, 다시 피아노를 사랑하는 시민의 손으로 이어지는 일주일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 김종섭

오는 10월 4~10일 경기아트센터 개최
김대진 지휘, 경기필 협연부터 독주와 실내악, 전공생과 아마추어 무대까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다섯 곡을 한 주 동안 모두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있다. 한 연주자가 전곡을 맡는 방식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경력과 음악적 개성을 지닌 다섯 피아니스트가 한 곡씩 연주하고, 그 사이의 날들은 독주와 피아노 트리오, 젊은 연주자와 시민의 무대로 채운다. 경기아트센터가 10월 4일(일)부터 10일(토)까지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여는 제9회 ‘2026 대한민국 피아노페스티벌’의 바로 그 주인공.
올해의 주제는 ‘베토벤 프리뷰(Beethoven Preview)’로 2027년 베토벤 서거 2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축제의 시작과 끝에 배치했다. 소나타와 실내악을 통해서는 베토벤이 피아노로 펼친 보다 내밀한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관객에게는 장르별로 공연을 고르는 즐거움이 있고, 두 차례의 협주곡 공연을 모두 관람하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다섯 작품을 완주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예술감독은 김대진 교수로 지난 2011년 축제가 처음 출범할 때부터 그 여정을 함께해 왔다. 당시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행사는 ‘경기 피아노 페스티벌’을 거쳐 2024년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꿨다. 15년의 세월 동안 아홉 차례 개최된 이 축제는 국내 최초의 피아노 단일 악기 페스티벌로 출발해, 한 악기가 만들 수 있는 공연의 범위와 참여의 폭을 꾸준히 넓혀 왔다.
그동안 한동일, 신수정, 이경숙 등 한국 피아노계의 원로와 임동혁, 손열음,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이 축제에 참여해왔다. 올해 무대에는 협주곡 협연자 다섯 명을 비롯해 독주자와 실내악 연주자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린다. 지난 축제가 한국 피아노계의 여러 세대를 한자리에 모으는 데 힘을 기울였다면, 올해는 베토벤이라는 뚜렷한 주제를 통해 그 만남을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엮는 것이다.
협주곡 전곡의 중심에 선 김대진과 경기필
축제의 개막과 폐막은 김대진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책임진다. 김대진은 1985년 미국 로베르 카사드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피아니스트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무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이력도 축제와 맞닿아 있다. 김대진의 가르침을 거친 연주자 가운데 이진상, 김선욱, 손열음, 문지영, 박재홍, 선율 등이 있다. 2011년부터 축제를 지켜온 예술감독이 올해 두 차례의 협주곡 공연을 직접 지휘한다는 점은 각기 다른 협연자의 해석을 하나의 축제로 잇는 역할을 한다.
오는 10월 4일(일) 오후 5시 대극장 개막 공연의 제목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Ⅰ’. 협주곡 제1번은 김규연, 제2번은 유성호, 제4번은 김세현이 각각 연주한다.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차례로 무대에 서는 만큼, 한 지휘자와 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공통의 틀 안에서 서로 다른 건반의 소리를 듣는 재미가 있다.
김규연은 더블린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준우승하고 최고 협연자상과 모차르트 연주상을 받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입상했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서울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다.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 협주곡 제1번은 고전주의 협주곡의 틀 위에서 베토벤 특유의 힘과 재치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협주자와 오케스트라와 주고받는 긴밀한 호흡이 개막 공연의 첫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2번을 연주하는 유성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이며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특별상을 받았다. KBS교향악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노바야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고, 평창대관령음악제와 서울국제음악제에도 초청됐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서 수학하고 있다. 번호상 제2번이지만 제1번보다 먼저 작곡에 착수한 작품으로 알려진 이 협주곡에서는 젊은 베토벤의 생기와 고전적 균형감을 들을 수 있다.
개막 공연에서 제4번을 맡는 김세현은 2025년 롱티보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과 청중상을 함께 받은 차세대 연주자. KBS교향악단과의 공연 등 협연 경험을 쌓아 왔으며, 하버드대학교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복수학위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제4번은 피아노가 홀로 조용히 음악을 시작한 뒤 오케스트라가 응답하는 이례적인 도입부로 유명하다. 젊은 연주자가 그 첫 소절에 어떤 색채를 부여할지 관심을 모은다.
‘피아노의 숲’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까지
10월 5일(월) 오후 5시 소극장에서는 피아니스트 최형록의 ‘피아노의 숲’ 리사이틀이 열린다. 동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요 클래식 레퍼토리를 길잡이로 삼아 베토벤과 쇼팽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미 이야기 속에서 음악을 만난 관객이라면 극 중 장면을 떠올리며 들을 수 있고,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작품마다 다른 피아노의 표정을 발견할 기회다.
최형록은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우승과 중앙음악콩쿠르 1위 경력이 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본선에 진출했으며, 재팬필, 센다이필, 경기필, 부천필 등과 협연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와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국내외 오케스트라 무대와 일본의 리사이틀 무대를 오간 그가 이번에는 익숙한 서사를 통해 클래식 작품을 풀어낸다.
10월 6일(화) 오후 7시 30분 소극장에는 독일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Julius Asal)이 오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번, 24번, 32번과 베토벤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즉흥연주를 준비했다. 초기의 제1번에서 중기의 제24번을 거쳐 마지막 소나타인 제32번까지, 한 작곡가가 피아노 앞에서 걸어온 긴 시간을 하루의 공연으로 압축한다.
아살은 독일 뮌헨 ARD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 진출했고, 유럽의 주요 페스티벌과 리사이틀 무대에 초청받아 왔다.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음반을 발표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악보에 적힌 세 편의 소나타와 즉흥연주 사이의 관계다. 베토벤의 음악을 충실히 해석하는 자리에서 출발해, 그 음악을 오늘의 연주자가 어떻게 자기 언어로 이어받는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아노가 현악기와 대화하는 밤
10월 8일(목) 오후 7시 30분 소극장의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에는 피아니스트 김태형,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김두민이 출연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각자의 선율을 내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함께 완성하는 실내악 무대다. 축제 초반의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 마주했던 피아노가 이날은 두 현악기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한다.
김태형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트리에스테 국제 실내악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며, 정경화·노부코 이마이 등 여러 연주자와 실내악 무대를 펼쳤다. 피아노 트리오 ‘트리오 가온’의 멤버이자 경희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협연과 독주뿐 아니라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 반응해야 하는 실내악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연주자다.
이지혜는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3위와 모차르트 최고 연주자상을 받았고, 사라사테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에서 제2바이올린 악장을 역임했으며, 트리오 가온을 비롯한 실내악 활동을 이어 왔다. 현재 발트앙상블 음악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두민은 동아음악콩쿠르와 안익태 첼로 콩쿠르, 아스펜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파울로 국제 첼로 콩쿠르에 입상했다. 오슬로 필하모닉과 헬싱키 필하모닉 등과 협연했으며,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을 지냈다.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고 무터 비르투오지 앙상블 멤버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 연주자는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들과 그가 교향곡 제2번을 피아노 트리오를 위해 편곡한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관현악 작품의 악상이 세 악기의 대화로 바뀔 때 무엇이 두드러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첫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건반을
올해 축제의 또 다른 축은 참여 무대다. 10월 7일(수) 오후 7시 30분 소극장의 ‘영 아티스트 콘서트’는 공모로 선정하는 피아노 전공생 네 명을 위한 공연이다. 이 무대의 의미는 유명 연주자를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젊은 음악가가 정식 축제의 관객 앞에서 자신의 해석을 들려주고, 관객이 앞으로의 연주자를 먼저 만나는 데 있다.
10월 10일(토) 오후 2시 소극장의 ‘Stage for You’는 비전공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에게 열린다.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직업 연주자는 아닌 이들이 축제의 출연자가 된다. 같은 날 오후 5시 대극장에서 열리는 협주곡 전곡 연주의 피날레와 나란히 놓고 보면 올해 축제의 지향이 분명해진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시민이 직접 준비한 연주가 같은 축제의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10월 9일에는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린 영화 ‘샤인’ 상영도 마련된다.
10월 10일(토) 오후 5시 대극장,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Ⅱ’가 축제의 막을 내린다. 김대진이 다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김다솔이 협주곡 제3번, 올리버 케른(Oliver Kern)이 제5번 ‘황제’를 협연한다.
김다솔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ARD 국제음악콩쿠르,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등 주요 국제대회에 입상했다. 뉴욕 필하모닉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으며 정명훈·앨런 길버트 등의 지휘자와 무대를 함께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다. 그가 연주하는 제3번에서는 앞선 협주곡들과 구별되는 단호한 긴장감을 만날 수 있다.
독일 피아니스트 올리버 케른은 ARD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이자 베토벤 국제콩쿠르 입상자다.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리사이틀과 협연을 이어 왔으며, 베토벤 브람스 리스트를 비롯한 독일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해 왔다. 그가 맡은 제5번 ‘황제’는 장대한 규모와 화려한 독주부로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베토벤의 피아노 음악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마무리한다.
2011년 피아노 한 악기를 위한 축제로 출발한 이번 행사는 올해 베토벤의 협주곡 전곡을 중심에 놓고 독주와 실내악, 차세대와 시민의 무대까지 품는데 가장 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베토벤 프리뷰’는 내년 베토벤 서거 200주년과 축제 제10회를 앞둔 예고이기도 하다. 그 예고의 핵심은 거대한 기념 연주회 한 편에만 있지 않다. 저명한 음악가의 건반에서 출발한 소리가 다음 세대의 손으로, 다시 피아노를 사랑하는 시민의 손으로 이어지는 일주일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