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서혜경,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과 카네기홀 리사이틀 개최

9월 19일(토) 서울시향 협연, 10월 3일 카네기홀 리사이틀
얍 판 츠베덴 지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최초의 한국인 음악가 가운데 한 명인 서혜경은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1980년 부조니 국제콩쿠르 동양인 최초로 최고상 - 1등 없는 2등 수상)와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고 수준의 입상을 거두며 일찍이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킨 로맨틱 피아니스트이다.

이후 도이치 그라모폰과 데카에서 다수의 음반을 발표하며 국제적인 경력을 이어가던 중,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암의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건반 앞에 섰다.

지난 해 피아노 60년을 기념한 릴레이 연주에 이어 가까운 시일 내에 펼쳐질 일정으로는 오는 10월 3일 미국의 카네기홀 잔켈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담은 스튜디오 녹음, 그리고 오는 9월 19일(토) 오후 7시 서울시 주최로 서울어린이대공원 숲속의무대에서 열리는 ‘2026 서울시향 파크콘서트’에서 얍 판 츠베덴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하게 되었다.

 

“숨이 멎을 듯한 비르투오시티… 그녀의 협주곡 연주는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으며 ‘브라보!’라는 환호를 이끌어냈고, 곧 열광적이고 거센 박수갈채로 이어졌다.” (Der Tagesspiegel)

 

“뛰어난 음악적 구성 감각이 뒷받침된, 힘과 열정으로 가득한 연주.” (The New York Times)

 

많은 이들이 뒤를 따를 때, 누군가는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아시아 출신 피아니스트들은 한국 피아노계의 ‘퍼스트레이디’ 서혜경이 앞서 열어놓은 길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올 시즌 서혜경은 음악과 함께 걸어온 60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이를 기념해 그녀의 두 음악적 세계를 하나로 잇는 특별한 무대들이 마련된다. 해외에서는 10월 3일 카네기홀 잔켈 오디토리움에서 특별 리사이틀을 선보이며, 이에 앞서 9월 19일 한국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지휘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 이 공연은 대규모 야외 콘서트로 펼쳐진다.

서혜경이 처음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곳은 유럽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여성이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만류와,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서구 무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수많은 회의적인 시선을 동시에 넘어야 했다.

 

그러나 서혜경은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페루초 부조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최고 수준의 입상을 거머쥐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당시 최연소 수훈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어 독일 뮌헨에서 열린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최고 수준의 입상을 차지하며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고, 이후에도 여러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그 뒤로 유럽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권위 있는 레이블 가운데 하나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데카에서 잇달아 음반을 발표했으며, 세계 각지의 무대에서도 성공적인 연주 활동을 이어갔다.

서혜경은 리카르도 무티, 이반 피셔, 정명훈, 프란츠 벨저-뫼스트, 샤를 뒤투아, 즈데네크 마찰, 잔루이지 겔메티, 롱 유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들과 협연했다.

협연 무대에 함께한 오케스트라 역시 화려하다. 런던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베를린방송교향악단,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 슈투트가르트 남서독일방송교향악단, 부다페스트 페스티벌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도쿄 심포니오케스트라, 나고야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오사카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하이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모스크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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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공연은 특별한 여정이었고, 그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다른 결단력과 의지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시련이 찾아왔다. 2006년, 국제무대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약하던 시기에 서혜경은 3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은 한쪽 손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서혜경의 비범한 의지였다.

5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친 집중적인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견뎌낸 그녀는 200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난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과 제3번을 연주해냈다. 이 공연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장에 있던 2,500명의 관객 가운데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그렇게 서혜경은 다시 음악적 여정을 이어갔고, 지금까지도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의 무대에서 정상급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혜경의 음반 목록 역시 그녀의 음악적 여정만큼이나 눈부시며,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2016년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네 곡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네빌 마리너 경이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녹음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도 녹음했다. 이 음반에 대해 Classical Source는 “드물게 강렬하고, 깊고 어두우면서도 내밀한 울림을 지닌 연주… 악보에 적힌 음악을 열정과 추진력으로 생생하게 끌어낸다”고 평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의 지휘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네 작품(2012)을 녹음했다. 서혜경은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 두 작곡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전곡을 녹음한 최초의 여성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표한 음반으로는 베토벤 소나타를 담은 앨범을 비롯해 무소륵스키·스크랴빈·스트라빈스키의 고난도 피아노 독주곡을 담은 음반, 그리고 로웰 리버만·드뷔시·무소륵스키의 작품을 한데 모은 《Sound Paintings》 등이 있다.

데카에서도 슈베르트, 슈만, 쇼팽, 리스트, 바흐, 베토벤,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한 작곡가들의 피아노 독주 레퍼토리를 다수 녹음했다. 이 레이블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의 앨범은 2024년 발매된 《The Fantasy of Schubert》다.

 

음악에 헌신해온 60년을 돌아보는 지금, 서혜경은 자신이 이룬 모든 것에 잠시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자신이 무너뜨린 장벽과 새롭게 열어젖힌 문들, 자신의 뒤를 이어 세계로 나아간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여성 음악가들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는 것은 서혜경의 본성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한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녀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이미 뛰어난 기교를 끊임없이 갈고닦으려는 강인한 의지다. 그녀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본보기를 따르고 싶다고 말한다.

“거의 아흔 살의 나이에도, 그리고 시력을 잃은 뒤에도 그는 여전히 완벽한 통제력을 지닌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이어 말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저도 그렇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카네기홀 리사이틀과 그 프로그램을 그대로 담아낼 스튜디오 녹음,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얍 판 츠베덴과의 새로운 만남, 그리고 유럽에서 이어질 새로운 프로젝트까지. 음악과 함께 걸어온 60년을 맞은 지금도 서혜경의 시선은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을 향하고 있다. 그녀에게 음악적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6년 9월 19일(토) 오후 7시 ‘2026서울시향파크콘서트’ 전석무료. 문의 리음아트&컴퍼니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