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초연 100주년 기념 오페라갈라 ‘Viva Puccini’

푸치니의 사랑과 오페라, 100년 넘어 다시 무대로
10월 2일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한국푸치니협회 창립공연

자코모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초연 100년. 세계 오페라사의 한 세기를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오는 2026년 10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초연 100주년 기념 오페라갈라 ‘Viva Puccini’를 공연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주최하고 (사)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가 후원하며 서울어텀페스타가 협력하는 이번 공연은 약 120분간 진행된다.

이번 무대는 단순히 푸치니의 유명 아리아를 모아 들려주는 갈라 콘서트가 아니다. 2024년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Viva Puccini!!’를 선보였던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이번에는 ‘라 보엠’ ‘나비부인’ ‘토스카’의 주요 장면과 함께 초연 100주년을 맞은 ‘투란도트’를 집중 조명한다. 동시에 한국에서 제작되는 푸치니 오페라를 세계 오페라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출범하는 ‘한국푸치니협회’의 창립기념 공연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푸치니의 사랑은 여전히

 

베르디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해 이탈리아 오페라의 황금기를 이어간 푸치니의 힘은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을 단숨에 사로잡는 선율과 극적인 음악에 있다. 사랑과 질투, 기다림과 배신, 희생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음악과 극 속에 밀도 높게 결합한 그의 작품은 21세기에도 세계 오페라극장의 핵심 레퍼토리로 살아 있다.

‘Viva Puccini’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푸치니의 삶 속 여인들과 오페라 속 여인들’을 하나의 무대에서 비교해 보는 것이다. 바리톤 장철이 ‘푸치니’ 역이자 해설자로 등장해 작곡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연결한다. “나에게는 언제나 두 여인이 있었네”라는 설정 아래 ‘라 보엠’의 미미와 무젯타, ‘나비부인’의 초초상과 스즈키, ‘투란도트’의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지고지순한 류 등 서로 다른 여성상을 조명한다. 푸치니의 실제 삶과 작품 속 인물들을 교차시키면서 갈라 콘서트에 하나의 드라마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푸치니의 명장면 한 무대에

 

공연 1부 ‘Puccini in Love’는 ‘라 보엠’으로 시작한다. 미미 김문진과 로돌포 석승권이 사랑의 이중창 ‘O soave fanciulla(오 사랑스런 그대)’를 노래하고, 김기령이 무젯타의 매력을 집약한 ‘Quando me'n vo(무젯타의 왈츠)’를 들려준다. 이어 미미·로돌포·무젯타·마르첼로가 함께하는 장면을 통해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펼쳐낸다.

‘나비부인’에서는 초초상 정시영과 핑커톤 김중일이 ‘Vogliatemi bene, un bene piccolino’를 통해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초초상의 마음을 노래한다. 핑커톤의 ‘Addio, fiorito asil’, 그리고 푸치니 오페라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아리아 가운데 하나인 ‘Un bel dì vedremo(어느 개인 날)’가 이어지며 기다림이 비극으로 변해가는 초초상의 운명을 압축한다.

‘토스카’에서는 소프라노 조현애와 테너 유현욱이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로 호흡을 맞춘다. 최병혁이 스카르피아로 가세하며 극적 긴장을 높이고, 토스카의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와 카바라도시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등 푸치니 특유의 비극적 서정이 응축된 명곡들이 펼쳐진다.

2부는 공연의 중심인 ‘투란도트’다. 류 역 정꽃님의 ‘Signore, ascolta!’, 투란도트 역 강효진의 ‘In questa Reggia’, 투란도트와 칼라프가 맞서는 ‘세 가지 수수께끼’ 장면에 이어 테너 김윤규가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아리아 중 하나인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노래한다. 이어 류의 ‘Tu che di gel sei cinta’, 티무르 역 베이스 김상민의 비탄, 그리고 칼라프와 투란도트의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지며 사랑과 희생이 얼어붙은 공주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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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부 성악가들의 사랑의 무대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특징은 실제 부부 성악가들이 푸치니의 연인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소프라노 정시영과 테너 김중일 부부가 ‘나비부인’의 초초상과 핑커톤을, 소프라노 조현애와 테너 유현욱 부부가 ‘토스카’의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를, 소프라노 강효진과 테너 김윤규 부부가 ‘투란도트’의 투란도트와 칼라프로 무대에 선다. 현실에서 삶을 함께하는 성악가들이 무대에서는 푸치니가 그려낸 서로 다른 사랑의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밖에도 소프라노 정꽃님·김기령·김문진, 테너 석승권, 바리톤 최병혁, 베이스 김상민 등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해온 성악가들이 출연하며, 바리톤 장철이 푸치니 역과 해설을 맡는다. 음악코치는 김보미가 담당한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이미 100여 편을 연출한 베테랑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단순한 명곡의 나열을 넘어 푸치니라는 한 인간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하나의 드라마로 엮는다.

‘우리의 얼굴을 한 한국오페라의 세계화’를 주창하고 있는 장수동 감독이 이번 공연을 통해 던지는 화두 역시 여기에 맞닿아 있다. 세계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왜 푸치니에 열광하는가, 그리고 푸치니 오페라를 유난히 사랑해온 한국은 이제 어떻게 그 성과를 세계 무대와 공유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번 한국푸치니협회의 출범과 ‘Viva Puccini’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푸치니는 자신의 오페라가 ‘관객보다 한 걸음 앞서지 않고 다만 한 발짝 앞설 뿐’이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역시 이번 무대를 통해 어렵게 감상해야 하는 오페라가 아니라 사랑하고 질투하고 기다리고 절망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 따라서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도 부담 없이 푸치니의 음악 속으로 들어가 볼 만하다. 특히 ‘라 보엠’에서 ‘나비부인’, ‘토스카’를 거쳐 ‘투란도트’에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푸치니가 평생 탐구했던 사랑과 여성, 희생과 죽음의 세계가 한눈에 펼쳐질 것이다.

10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공연하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놀티켓(1544-1555)과 YES24(1544-6399)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 문의 서울오페라앙상블 02-741-7389.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