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주영 독주회, 지금, 바흐를 다시 듣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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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우주를 만나는 깊고도 고요한 음악 여행


2026년 7월21일 세종체임버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음악은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가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더욱 본질을 향해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이름이 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다. 오는 7월 21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박주영의 독주회 ‘지금, 바흐를 다시 듣는 시간’은 바로 그 본질을 향한 음악적 여정을 제안하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바흐의 대표작들을 나열하는 독주회가 아니다. 바흐라는 한 사람의 음악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우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시간과 기억, 인간의 감정과 영성, 그리고 삶의 본질을 천천히 조망해 보는 철학적 음악 여행에 가깝다. 이를 통해 바흐 음악의 깊이를 현대의 감각으로 다시 사유하며, 청중들에게 ‘왜 우리는 오늘도 바흐를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무대로 마련된다.


피아니스트 박주영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바흐는 언제나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음악의 원점이며 내 음악적 DNA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에게 바흐는 특정 시대의 작곡가가 아니라 모든 음악이 출발하는 근원이자, 어떤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결국 다시 마주하게 되는 가장 깊은 울림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 역시 유명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보다, 천 곡이 넘는 작품을 남긴 바흐의 방대한 음악 문명 가운데 서로 다른 풍경들을 연결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연의 첫 문을 여는 작품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가운데 세 편의 프렐류드다. C장조와 c단조, 그리고 C♯장조 프렐류드는 서로 전혀 다른 정서와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단순한 음형 속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바흐의 천재성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준다.
이어 연주되는 작품은 음악사 최고의 변주곡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부조니 편곡의 ‘샤콘느’다. 원래는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해 쓰인 작품이지만, 부조니는 이를 피아노라는 거대한 악기의 울림으로 재탄생시켜 마치 오케스트라를 듣는 듯한 장대한 스케일을 완성했다. 상실과 애도, 희망과 초월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이번 독주회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지는 토카타 e단조 BWV914는 자유로운 환상성과 치밀한 대위법이 공존하는 바흐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즉흥적으로 시작되는 음악은 점차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듯 질서를 갖추어 가며, 바흐 특유의 논리와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세계를 펼쳐낸다.


인터미션 후에는 흥미로운 만남이 이어진다.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를 위해 새롭게 편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3번은 바로크와 낭만주의가 시간을 넘어 대화하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파르티타 제5번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양식을 독일적 사유로 승화시킨 바흐 건반음악의 정수를 만날 수 있으며, 마지막 무대는 건반협주곡 제1번 d단조 BWV1052가 장식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신주헌이 함께 무대에 올라 기타 편곡 버전으로 협연을 선보인다. 일반적인 협주곡 연주와는 전혀 다른 편성으로 들려줄 바흐의 새로운 음향은 이번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감상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독주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연주자인 박주영의 음악적 이력 때문이다. 그는 독일 언론으로부터 ‘모든 것을 갖춘 피아니스트’, ‘베토벤 해석을 마스터한 연주자’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 입상을 시작으로 모리스 라벨 국제콩쿠르 우승, 뉴욕 국제콩쿠르 그랑프리, 미국 쇼팽 국제콩쿠르 입상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국제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한 그는 뉴욕 맨해튼음대에서 전액장학생으로 수학했고, 라이프치히 국립음악연극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며 독일 국가장학생과 티칭 어시스턴트로 활동했다. 13세에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데뷔한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 폴란드 실레시안 필하모닉,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오퍼 심포니 등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게반트하우스 라이프치히, 베를린 필하모니홀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쳐왔다.
그의 활동은 연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곡과 영화음악, 음반 제작, 드라마 OST,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음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현재는 경희대학교와 예원학교, 서울예고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지휘과 석사과정에도 진학해 새로운 음악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면서 작곡가이고 교육자이며 지휘를 공부하는 음악인이라는 점은 그가 바흐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단순한 연주자의 해석을 넘어 보다 입체적이고 철학적일 것임을 기대하게 만든다.


협연자로 나서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신주헌 역시 국내외 콩쿠르를 석권하며 독주와 실내악, 방송과 공연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연주자다. 특히 기타만의 섬세한 음색과 피아노의 풍부한 울림이 만들어 낼 새로운 바흐의 음향은 이번 공연의 또 하나의 백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무대가 아니라 바흐라는 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하나의 서사로 경험하게 한다는 데 있다. 평균율에서 시작해 샤콘느와 토카타를 지나 파르티타와 협주곡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각각의 작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바흐 음악의 본질을 완성해 간다. 바로크 원전과 부조니, 라흐마니노프의 편곡을 나란히 배치한 구성 또한 시대를 초월해 이어지는 음악적 대화를 들려주는 흥미로운 시도다.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 앞에 다시 선 바흐. 피아니스트 박주영은 이번 독주회를 통해 그 음악이 왜 여전히 살아 있는 예술이며, 왜 지금도 우리 삶 깊숙이 공명하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지금, 바흐를 다시 듣는 시간’은 단순히 한 번의 피아노 독주회가 아니라 음악이 인간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질문과 가장 오래된 위로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티켓 7만원, 5만원, 3만원(학생할인 50%) 문의 523-7789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