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 26일(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어떤 악기는 말을 한다. 그러나 어떤 악기는 말을 넘어, 숨 자체를 노래로 바꾼다. 트롬본은 후자에 속한다. 입술의 떨림과 공기의 흐름, 그리고 금속의 길이를 따라 미끄러지는 슬라이드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음의 굴곡은 인간의 목소리를 닮았으면서도, 그보다 더 깊은 내면을 건드린다. 오는 2026년 4월 26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리는 트롬보니스트 김천회의 독주회는 바로 이 ‘숨의 예술’이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번 연주회는 오랜 시간 오케스트라의 중심에서 호흡해온 한 연주자가,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 중앙에 서는 순간이다. 그가 쌓아온 시간과 경험,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음악적 언어가 한 무대에서 응축되어 터져 나오는, 일종의 ‘결산 같은 자리라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심장에서 솔리스트로
김천회의 음악 인생은 화려한 해외 유학의 경로 대신, 국내 무대에서의 치열한 연마로 구축되어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경대학교 대학원을 거치며 쌓은 이론적 기반 위에, 수많은 실전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다듬어온 그는,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인천시립교향악단, 성남시립교향악단 등 주요 악단에서 객원 수석과 단원으로 활동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과천시립교향악단 수석으로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사운드를 설계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다.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균형과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동료 연주자들과의 유기적인 호흡 속에서 완성되는 음악적 감각은 그를 더욱 깊이 있는 연주자로 성장시켰다.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울타리를 넘어, 독주와 실내악이라는 보다 노출된 공간으로 나아갔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이번 독주회는 그 여정의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트롬본의 또 다른 얼굴
트롬본은 종종 웅장함과 유머, 혹은 관현악의 두터운 중저음을 담당하는 악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해체한다.
모티머의 Prelude and Dance는 트롬본이 지닌 리듬감과 기교를 경쾌하게 드러내며, 악기의 민첩한 표정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A. 요르겐센의 Romance for tenor trombone은 서정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트롬본이 얼마나 인간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종겐의 Aria et Polonaise는 고전적 형식미와 화려한 기교가 결합된 곡으로, 트롬본이 단순한 음향적 도구를 넘어 완전한 ‘독창적 악기’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중 ‘안단테’ 악장은 이 공연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원래 첼로를 위해 쓰인 이 음악은 트롬본으로 연주될 때 전혀 다른 색채를 띤다. 첼로의 현이 아닌, 공기의 흐름으로 만들어지는 선율은 더욱 깊고 어두운 울림을 만들어내며,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서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S. C. 사코의 Sonata for tenor trombone and piano가 한국 초연으로 연주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레퍼토리의 확장이 아니라, 트롬본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다. 새로운 작품을 통해 청중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매혹적인 트롬본의 현대적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첫 독주회, 하나의 선언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프로그램이나 연주자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첫 독주회’라는 사실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일부로 존재하던 연주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음악적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김천회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량과 해석을 이번 무대에 집약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트롬본이라는 악기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다 깊고 넓게 증명하려는 시도다.
트럼본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 김미정은 선화예중·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치며 탄탄한 기반을 쌓으며 국제브라스콩쿠르와 다양한 마스터클래스에서 활약해온 전문 반주자다. 김미정의 섬세한 터치와 구조적인 해석은 김천회의 호흡을 받쳐주며, 이 무대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완성시킬 것이다.
글 김무준
2026년 4월 26일(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어떤 악기는 말을 한다. 그러나 어떤 악기는 말을 넘어, 숨 자체를 노래로 바꾼다. 트롬본은 후자에 속한다. 입술의 떨림과 공기의 흐름, 그리고 금속의 길이를 따라 미끄러지는 슬라이드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음의 굴곡은 인간의 목소리를 닮았으면서도, 그보다 더 깊은 내면을 건드린다. 오는 2026년 4월 26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리는 트롬보니스트 김천회의 독주회는 바로 이 ‘숨의 예술’이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번 연주회는 오랜 시간 오케스트라의 중심에서 호흡해온 한 연주자가,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 중앙에 서는 순간이다. 그가 쌓아온 시간과 경험,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음악적 언어가 한 무대에서 응축되어 터져 나오는, 일종의 ‘결산 같은 자리라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심장에서 솔리스트로
김천회의 음악 인생은 화려한 해외 유학의 경로 대신, 국내 무대에서의 치열한 연마로 구축되어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경대학교 대학원을 거치며 쌓은 이론적 기반 위에, 수많은 실전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다듬어온 그는,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인천시립교향악단, 성남시립교향악단 등 주요 악단에서 객원 수석과 단원으로 활동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과천시립교향악단 수석으로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사운드를 설계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다.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균형과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동료 연주자들과의 유기적인 호흡 속에서 완성되는 음악적 감각은 그를 더욱 깊이 있는 연주자로 성장시켰다.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울타리를 넘어, 독주와 실내악이라는 보다 노출된 공간으로 나아갔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이번 독주회는 그 여정의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트롬본의 또 다른 얼굴
트롬본은 종종 웅장함과 유머, 혹은 관현악의 두터운 중저음을 담당하는 악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해체한다.
모티머의 Prelude and Dance는 트롬본이 지닌 리듬감과 기교를 경쾌하게 드러내며, 악기의 민첩한 표정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A. 요르겐센의 Romance for tenor trombone은 서정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트롬본이 얼마나 인간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종겐의 Aria et Polonaise는 고전적 형식미와 화려한 기교가 결합된 곡으로, 트롬본이 단순한 음향적 도구를 넘어 완전한 ‘독창적 악기’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중 ‘안단테’ 악장은 이 공연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원래 첼로를 위해 쓰인 이 음악은 트롬본으로 연주될 때 전혀 다른 색채를 띤다. 첼로의 현이 아닌, 공기의 흐름으로 만들어지는 선율은 더욱 깊고 어두운 울림을 만들어내며,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서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S. C. 사코의 Sonata for tenor trombone and piano가 한국 초연으로 연주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레퍼토리의 확장이 아니라, 트롬본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다. 새로운 작품을 통해 청중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매혹적인 트롬본의 현대적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첫 독주회, 하나의 선언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프로그램이나 연주자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첫 독주회’라는 사실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일부로 존재하던 연주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음악적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김천회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량과 해석을 이번 무대에 집약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트롬본이라는 악기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다 깊고 넓게 증명하려는 시도다.
트럼본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 김미정은 선화예중·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치며 탄탄한 기반을 쌓으며 국제브라스콩쿠르와 다양한 마스터클래스에서 활약해온 전문 반주자다. 김미정의 섬세한 터치와 구조적인 해석은 김천회의 호흡을 받쳐주며, 이 무대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완성시킬 것이다.
글 김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