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스페인의 시계’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2026년 7월 4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시간을 초월한 두 개의 사랑이야기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 & 뉴스토마토(대표 이윤민) 창립 20주년 기념공연으로 모리스 라벨의 ‘스페인의 시계 L’Heure espagnole’와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Cavalleria Rusticana’ 두 작품을 공연하였다. 프랑스 인상주의와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결이 다른 두 개의 사랑 이야기가 하룻만에 웃음과 파국, 재치와 격정을 오가며 오감을 사로잡는다.

 ‘스페인의 시계’는 스페인 톨레도 지방의 작은 시계방을 배경으로 시계공 토르케마다의 젊고 매력적인 그의 아내 콘셉시온이 남편이 마을의 공공 시계들을 점검하러 정기적으로 집을 비우는 목요일을 이용해 정부(애인)들을 시계방으로 불러들여 밀회를 즐기며 일어나는 헤프닝을 내용으로 하는 1막짜리 코미디 뮤지컬 형식의 오페라로 재치 있는 상황극을 통해 독창적인 매력을 선보이는 작품이다. 정교하고 세련된 음악적 유머 속에서 인간 심리의 아이러니를 그려내며 음악적 색채와 리듬이 돋보인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9세기 후반 시칠리아섬의 어느 작은 마을에 젊은 군인 뚜리두가 입대 전 사랑했던 로라가 마차부 알피오와 결혼해 버리자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마을 처녀 산투차와 연인이 되지만 뚜리두는 결혼한 로라를 잊지 못하고 밀회를 즐기다가 이를 알게 된 알피오와 결투장으로 향한다. 부활절이라는 종교적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질투, 복수는 신성한 질서와 인간의 욕망 사이의 긴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뜨겁고 격정적인 음악을 통해 인간 감정의 본질과 운명적 비극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힘이다.

 연출 김숙영은 두 작품의 공통점과 대치되는 부분을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였으며 무대의 전후, 한 가운데 유리 창문을 통해 내면과 외면 세계의 경계를 표현하려 하였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오가며 인물들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확장하고 코미디의 긴장과 비극의 운명을 관객이 직관적으로 체감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무대의 프로시니엄 안에 네온 조명을 입힌 또 하나의 사각형 프로시니엄을 넣어 관객의 관점에서 현실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나눠주고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극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주었다. 작품 전반에 걸쳐 관객들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는 ‘욕망’이었다.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힘이다. 그러나 쉽게 선택된 욕망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비극으로 귀결된다”는 메시지다.

 지휘 홍석원은 음악적 작풍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작품을 코믹하게 또 진지하게 풀어갔다. ‘스페인의 시계’는 국가의 이름이 거론되었듯 스페인풍의 춤곡 리듬인 말라게냐(Malagueña), 하바네라(Habanera), 호타(Jota) 등 스페인의 전통 무용 리듬이 오페라에 깔려 있어 다채로운 리듬의 조화와 관현악적 색채감을 고려하면서 세련되고 강한 이국적인 분위기로 이끌었다. 또한 선이 굵고 강렬한 선율이 특징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뚜리두와 알피오의 드라마틱한 격정적 소리와 산뚜자와 로라의 대비되는 성악 반주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긴장감있게 담아내었으며 부활절 아침의 경건한 찬송가(Regina Coeli)와 교회 밖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불륜, 질투, 살의가 정교하게 교차되면서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종교적 분위기와 세속적 욕망의 대비를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과 함께 연주하였다.

 신예와 노익장의 열정의 무대 선보여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신예 성악가 메조소프라노 황현희는 두 작품에서 각각 콘셉시온과 로라 역을 맡았다. 콘셉시온의 독백 ‘오! 짜증 나는 시계들!’(Oh! La pitoyable aventure!)은 두 애인(시인과 은행가)이 시계 속에서 멍청한 짓만 골라 하자, 콘셉시온이 폭발하며 부르는 맹렬하고 코믹한 독백 노래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 짧은 '자유 시간'이 다 지나가는데 아무것도 못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감정에 호소하듯 파토스 넘치는 여주인공의 백치미 매력을 발산하여 청량함과 유혹미가 돋보였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로라역으로 이탈리아 중남부의 짧은 서정적 민요 형식인 스토르넬로 ‘오, 이쁜 꽃아’(Fior di giaggiolo)까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비중있는 1인 2역을 잘 소화해 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말들은 힘차게 달리고’(Il cavallo scalpita) 부활절 아침, 채찍을 휘두르며 유쾌하게 마을 광장에 등장한 알피오가 마을 사람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부르는 노래다. 알피오 역의 우주호는 그의 전성기 시절을 다시 증명한 젊은 노장이었다. 극의 후반부를 지배하며 비극적 결말을 직접 이끌어내는 심판자이자 복수의 집행자로 거칠고 당당한 시칠리아 남성의 기질을 대변하는 역으로, ‘그들이 내 가슴에 상처를 주었으니, 나도 피의 복수를 하겠어! 부활절이 지나기 전에 그들의 심장에 칼을 꽂으리라!’ 묵직하고 선이 굵은 바리톤의 면모를 드러내며 테너(뚜리두)와 조금도 손색없는 강렬한 음색 대비를 이루었다.

 비뚤어진 인간의 욕망의 결과는?

 보통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두 작품이 함께 공연되지만 ‘팔리아치’ 대신 ‘스페인의 시계’를 넣어 서로 다른 시대와 음악적 미학을 담고 있는 두 작품이 한국 오페라 극장에서 한 무대에 함께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욕망(Desire/Lust)’이라는 단어는 주로 절제하지 못하거나, 이기적이거나, 타인을 해치면서까지 채우려는 맹목적인 에너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 ‘스페인의 시계’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두 작품의 희극과 비극, 유머와 욕망이라는 상반된 감정의 소재를 통해 인간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시간을 초월한 두 개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비뚤어진 인간의 욕망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評 신현민(음악평론가, 오푸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