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류 저 / 사과나무미디어
내가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달라진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시각에서, 고용주는 고용주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한다. 학생은 학생의 관점에서, 교수는 교수의 위치에서 현상을 이해한다. 연주자는 무대와 연주에 집중하지만, 기획자는 공연의 흥행과 지속 가능성을 먼저 고민한다. 그래서 연주자는 자신이 속한 오케스트라의 티켓 판매나 수입 지표, 외부 평가보다 안정적인 신분 보장과 생계 유지에 더 큰 관심을 둘 수 있다. 오페라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성악가는 자신의 고음이 만족스러웠는지, 약속된 개런티를 제대로 받았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결국 세상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가려는 노력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장석류는 예술, 행정, 기획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각각 하나의 ‘부족’으로 규정한다. 예술인 부족, 행정인 부족, 기획인 부족. 그는 이 세 부족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분석하고, 각자의 언어와 논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정동극장에서 14년간 기획자로 근무한 뒤 현재는 국립인천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가 행정학을 공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정동극장에서의 경험이었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느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다른 부족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행정학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사과나무미디어에서 출간된 장석류의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는 2024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예술 분야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국립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이자 행정학 박사, 예술경영·문화행정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술, 기획, 행정의 관계를 탐구하며 문화행정은 단순한 제도 집행이 아니라 예술의 자유와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예술인, 기획인, 행정인을 각각 하나의 부족으로 설정하여 서로 다른 가치와 성향을 비교한다. 2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3부에서는 국공립극장, 문화재단, 문화도시, 공공도서관 등을 사례로 좋은 문화행정의 조건을 탐색하며, 행정은 결국 예술을 빛나게 하는 '달의 뒷면'과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행정은 규제보다 지원에 집중해야 하며, 세 부족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균형 감각과 조율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깊이 공감했다. 필자 역시 전국을 다니며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기획자와 행정가, 지역 축제 관계자와 상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의 정체성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홀로 맞서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DMZ평화음악제든 K-POP 콘테스트든, 장르의 고유성과 무관하게 심사나 심의, 자문위원회에 참석하면 클래식 음악 전공자는 나 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 축제, 관광 전문가들은 확산성과 대중성을 이유로 히사이시 조를초청하자거나, 퓨전 공연을 하자고 제안한다. 심지어 초청 연주자의 인지도가 낮다며 트로트 가수를 섭외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제지평선축제나 화천산천어축제와 비교하며 클래식 공연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장르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리와 마주할 때마다, 과연 예술의 본질과 고유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 속에서 작은 위로와 지혜를 건네는 책이었으며,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경험의 기록이자 잠언이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해 준, 현재 의정부문화재단으로 이직한 전 월간리뷰 이은혜 대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는 기획인이자 행정인 부족에 속할 그녀가 남긴 소중한 추천 덕분에 예술가 부족의 한 사람으로서 기획인과 행정인의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 다른 부족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글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
장석류 저 / 사과나무미디어
내가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달라진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시각에서, 고용주는 고용주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한다. 학생은 학생의 관점에서, 교수는 교수의 위치에서 현상을 이해한다. 연주자는 무대와 연주에 집중하지만, 기획자는 공연의 흥행과 지속 가능성을 먼저 고민한다. 그래서 연주자는 자신이 속한 오케스트라의 티켓 판매나 수입 지표, 외부 평가보다 안정적인 신분 보장과 생계 유지에 더 큰 관심을 둘 수 있다. 오페라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성악가는 자신의 고음이 만족스러웠는지, 약속된 개런티를 제대로 받았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결국 세상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가려는 노력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장석류는 예술, 행정, 기획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각각 하나의 ‘부족’으로 규정한다. 예술인 부족, 행정인 부족, 기획인 부족. 그는 이 세 부족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분석하고, 각자의 언어와 논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정동극장에서 14년간 기획자로 근무한 뒤 현재는 국립인천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가 행정학을 공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정동극장에서의 경험이었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느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다른 부족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행정학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사과나무미디어에서 출간된 장석류의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는 2024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예술 분야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국립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이자 행정학 박사, 예술경영·문화행정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술, 기획, 행정의 관계를 탐구하며 문화행정은 단순한 제도 집행이 아니라 예술의 자유와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예술인, 기획인, 행정인을 각각 하나의 부족으로 설정하여 서로 다른 가치와 성향을 비교한다. 2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3부에서는 국공립극장, 문화재단, 문화도시, 공공도서관 등을 사례로 좋은 문화행정의 조건을 탐색하며, 행정은 결국 예술을 빛나게 하는 '달의 뒷면'과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행정은 규제보다 지원에 집중해야 하며, 세 부족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균형 감각과 조율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깊이 공감했다. 필자 역시 전국을 다니며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기획자와 행정가, 지역 축제 관계자와 상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의 정체성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홀로 맞서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DMZ평화음악제든 K-POP 콘테스트든, 장르의 고유성과 무관하게 심사나 심의, 자문위원회에 참석하면 클래식 음악 전공자는 나 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 축제, 관광 전문가들은 확산성과 대중성을 이유로 히사이시 조를초청하자거나, 퓨전 공연을 하자고 제안한다. 심지어 초청 연주자의 인지도가 낮다며 트로트 가수를 섭외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제지평선축제나 화천산천어축제와 비교하며 클래식 공연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장르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리와 마주할 때마다, 과연 예술의 본질과 고유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 속에서 작은 위로와 지혜를 건네는 책이었으며,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경험의 기록이자 잠언이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해 준, 현재 의정부문화재단으로 이직한 전 월간리뷰 이은혜 대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는 기획인이자 행정인 부족에 속할 그녀가 남긴 소중한 추천 덕분에 예술가 부족의 한 사람으로서 기획인과 행정인의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 다른 부족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글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