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Chamber 콘서트 부천공연 - 피아니스트 조성진, 전천후 아티스트 시동

2026년 7월 16일(목) 부천아트센터


201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이후 솔리스트로서만 활동해 오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chamber 콘서트 연주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본격 전천후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16일 목요일 저녁 부천아트센터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 무대. 후반부 메인 연주곡이었던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의 마지막 4악장 ‘집시풍 론도 Rondo All Zingarese. Presto'의 연주가 끝나자, 밀도 높은 실내악에 숨죽이던 클래식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를 쏟아내며 1층의 관객들은 거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밀도 높은 실내악에 엄청난 환호

 

브람스의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3중주’, ‘바이올린,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그리고 인터미션 이후 ‘피아노 콰르텟 1번’을 연주한 이날 체임버 콘서트는 세계 최정상 클래식 연주가들로 꼽히는 베를린필 악장 다이신 카시모토, 이란계 오스트리아 첼리스트인 키안 솔타니 등이 가세하지 않았으면 평범한 체임버 콘서트로 끝났을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브람스의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3중주’에선 키안 솔타니의 개성이, ‘바이올린,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연주곡에선 다이신 카시모토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이번 체임버 콘서트의 성공을 위해 드러나지 않는 숨은 조력자에 충실했음을 보여줬다.
이런 조합이 언제 또 가능할까 하는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던 다이신 카시모토는 베를린필의 악장으로 15년 이상 활동하며 아르헤리치, 유자 왕 등과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해 온 입김이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에서도 관객들의 눈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첼로의 키안 솔타니 역시 깊이 있는 표현력과 개성있는 해석, 뛰어난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연주와 카리스마 있는 무대 존재감이 이번 부천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에서도 시연되고 있는 것을 관객들은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후반부 연주곡이었던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 연주곡에선 베를린필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가세해 연주의 중추를 잡아주면서 밀도 높은 실내악 연주를 창출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몇 개월 전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이나 헝가리 명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등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사전에 프로그램들이 공지되지 않은 가운데, 그날의 피아니스트 컨디션에 따라 즉흥 연주곡들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보고서 최근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아이돌 같은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나 조성진 등이 이런 즉흥 연주곡들을 무대에 올려 거장 급 피아니스트들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길 바랐었다.
영국의 BBC프롬스 음악축제나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축제 등을 앞두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2일 KBS교향악단과 펼칠 체임버 콘서트 등이 잇따라 열리는 것을 지켜보며 체임버 콘서트도 솔리스트로서의 단독 피아노 리사이틀 못지않게 이들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전천후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성장키 위한 좋은 발판대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청량하고도 눈부신 음악적 환희 선사

 

이 때문에 현란한 테크닉과 강력한 타건으로 상징되는 기교파 피아니스트 아르헨티나 출신의 여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85)가 나이가 든 후에는 협연과 실내악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에게도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과 부천 등을 아우르는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에는 베를린필의 수석 클라리넷 주자인 클라리네티스트 벤젤 푹스(Clarinet, Wenzel Fuchs)와 역시 베를린필의 수석 호른주자인 슈테판 도어(Horn, Stefan Dohr)도 가세해 풍성함을 더했는데 교향곡이 실내악이 확장된 것임을 감안하면 체임버 실내악 공연들은 더 활성화돼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는 3중주와 피아노 콰르텟에 집중했지만, 실내악 확산을 위해 지난 20여 년 넘게 힘써온 4월 말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 버전에서 두드러졌던 것은 5중주의 대거 발견이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올해 축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띈 특징은 단연 ‘5중주’의 대거 등장이 필자의 눈에 띄었는데, 이런 5중주의 대거 연주 소개가 클래식 관객들로 하여금 실내악 이해 증진에 크게 기여한 점을 간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개막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현악 5중주 제5번과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가 연주됐고, 다음 날에는 모차르트 현악 5중주 제1번과 도흐나니 피아노 5중주 제1번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축제는 모차르트 현악 5중주 전곡을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7월 17일 금요일 저녁 금호아트홀연세에서 있었던 앙상블 VoRA의 Project7 Memory 연주회는 브루흐와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를 전후반 대조시켜 연주하는 컨셉으로 이목을 모았다.
브루흐의 현악 8중주가 말년의 원숙함과 음악적 실험정신이 어우러진 브루흐가 남긴 마지막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되며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가 8대의 현악기가 주고받는 완벽한 화합과 유기적인 에너지의 교감이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에서의 후반부 마지막 연주곡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1번이 그랬듯이 청중에게 청량하고도 눈부신 음악적 환희를 선사한 점에서 체임버 콘서트는 더욱 많이 열려야 하고 확산돼야 한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사진 제공 부천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