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일(토)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파리 오페라 발레의 에투알인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출연자를 선정한 이번 공연에는 라 스칼라와 뉴욕시티발레의 주요 무용수들도 함께 참여했다. 필자는 프로그램 B에 해당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다양한 춤의 제전
첫 번째 무대는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의 ‘춤 모음곡’이었다. 첼리스트 백승연이 연주한 J.S.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 Major, BWV1007 중 1번 프렐류드(Prelude)에 맞추어, 뉴욕시티발레 수석 무용수인 로만 메히야(Roman Mejia)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쥬떼 앙 뚜르낭(jeté en tournant 도약하면서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키는 동작)에 이어진 회전을 펼치면서 자유롭게 나는 영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6번 지그(Gigue)에서 메히야는 리듬에 맞추어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앙트르샤(entrechat 공중에서 두 다리를 빠르게 교차시키는 도약 동작)도 안정적이었다. 5번 c minor, BWV1011 중 4번 사라방드(Sarabande)에서는 고뇌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진지한 모습을 표현한 듯했다. 6번 D Major, BWV102 중 1번 프렐류드에서는 다시 활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무대는 장 기욤 바르(Jean Guillaume Bart)가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에 맞추어 박세은을 위해 안무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연주를 시작하자 박세은은 달빛 선율에 맞추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피아노 선율에 따라 자유롭고도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선율이 빠르게 바뀌면 그에 맞추어 박세은의 몸도 빠르게 움직였다. 쥬떼 앙 뚜르낭(도약하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작)도 안정적이었고 뽀르 드 브라(port de bras 팔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동작)는 우아했다. 달빛의 신비로움에 몸을 맡긴 채 움직이는 박세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였다.
세 번째 무대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4막 파드되(pas de deux 두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였다. 안무는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의 버전이었다. 로렌초 렐리(Lorenzo Lelli)와 블루엔 바티스토니(Bleuenn Battistoni)의 한 쌍은 지그프리트와 오데트의 괴로움, 용서와 화해를 잘 표현했다. 바티스토니의 아라베스크(arabesque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를 뒤로 길게 뻗는 자세)와 리프트(lift 파트너가 상대 무용수를 들어 올리는 동작)는 안정되어 있었다.
네 번째 무대는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2막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주역 남녀 무용수가 펼치는 대규모 2인무)였다. 안무가 몬테카를로 발레 예술감독인 장 크리스토프 마요(Jean-Christophe Maillot)의 현대 안무라서 그런지 프티파(Petipa)의 고전 발레에 익숙했던 필자에게는 무언가 어색했다. 기욤 디요프(Guillaume Diop)와 아망딘 알비송(Amandine Albisson)의 친밀한 한 쌍은 깊은 사랑을 표현했다. 마치 빙판 위의 페어 스케이팅처럼 사랑의 기쁨을 여러 번 격정적인 입맞춤으로 드러냈다. 리프트(파트너를 들어 올리는 동작)에 이은 회전 동작이 많았고 무대를 크게 사용했다.
다섯 번째 무대는 비제 오페라 ‘카르멘’ 음악을 사용해서 롤랑 프티(Roland Petit)가 동명의 발레로 만든 작품 중 침실 파드되(두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였다. 하바네라(Habanera) 음악에 맞춰 티모페이 안드리야셴코(Timofej Andrijashenko)가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게 춤을 추었고, 캐스터네츠 리듬에 맞춰 뛰면서 안정되게 착지했다. 뒤이어 등장한 카르멘 역의 니콜레타 마니(Nicoletta Manni)는 담배를 물고 등장했는데 담배는 곧이어 호세가 가져갔다. 리듬에 맞춘 카르멘의 관능적인 연기가 돋보였고, 회전 동작도 안정되어 있었다. 중반부터는 카르멘과 호세가 밀착해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인터메조 선율이 시작되고 나서는 페어 스케이팅을 하듯이 춤을 추었다. 느린 선율에 맞춘 채 한 몸이 되어 하는 회전 동작, 리프트, 아라베스크 동작 모두 사랑에 빠진 한 쌍을 잘 표현했다.
여섯 번째 무대는 조지 발란신(Balanchine)의 ‘알게 뭐야(Who Cares?)’ 중 ‘매혹적인 리듬(Fascinating Rhythm)’이었다. 이 곡은 조지 거슈윈이 뮤지컬 ‘Lady, Be Good!’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현대 마천루를 배경으로 타일러 펙(Tiler Peck)이 등장해 재즈 스윙 리듬에 맞춰 자유롭고도 발랄하며 여유 있게 회전 동작을 하면서 무대 밖으로 나갔다.
일곱 번째 무대는 밍쿠스의 ‘돈키호테’ 중 3막 그랑 파드되(주역 남녀 무용수가 기량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2인무)였다. 안무는 루돌프 누레예프 버전이었다. 박세은과 폴 마르크(Paul Marque)는 아다지오(adagio 느린 음악에 맞춰 균형과 선을 보여주는 춤)에서부터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세은은 마르크의 도움을 받으며 안정된 삐루엣 앙 드오르(pirouette en dehors 한쪽 다리로 서서 바깥 방향으로 도는 회전)와 앙트르샤(공중에서 두 다리를 빠르게 교차시키는 도약)를 전개했다. 그랑 쥬떼(grand jeté 두 다리를 크게 벌리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큰 도약)는 리듬에 맞춰 우아하며 절도 있게 이루어졌다. 박세은은 뿌앵트(pointe 발끝으로 서는 발레의 대표적인 자세)에서 회전 후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길게 뻗는 자세)를 안정되게 취했다.
마르크는 바리아시옹(variation 주역 무용수가 기량을 보여주는 독무)에서 꺄쁘리올(cabriole 공중에서 두 다리를 서로 부딪친 뒤 착지하는 도약), 삐루엣 앙 드오르, 도약을 안정되게 선보였다. 박세은은 바리아시옹에서 부채춤을 추면서 리듬에 맞추어 다리를 바꿔가면서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전개했다. 코다(coda 작품이나 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마무리 부분)에서는 마르크의 역동적인 회전과 그랑 쥬떼가 이어졌고, 박세은은 삐루엣 앙 드오르를 난도 높게 선보였다.
다(多)인 1역의 세련된 발레
2부 순서는 밍쿠스의 ‘라 바야데르(La Bayadère)’ 전막 하이라이트였다. 역시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였다.
1막. 니키야 역은 처음에는 박세은이, 그다음에는 알비송이 맡았다. 아망딘은 물동이 솔로를 우아하게 보여주었고, 뒤이어 솔로르 역의 디오프와 사랑의 파드되(남녀 두 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를 선보였다. 그랑 쥬떼(두 다리를 크게 벌리며 뛰어오르는 도약)와 리프트(파트너를 들어 올리는 동작)는 안정적이었고 뽀르 드 브라(팔의 움직임을 통해 선과 감정을 표현하는 동작)도 우아했다. 그들의 밀회를 엿본 뒤 나타난 브라만의 구애를 거절하는 니키야의 모습은 단호했다. 뒤이어 감자티 역의 펙과 니키야가 대립하는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니키야에게 자신이 솔로르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솔로르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감자티의 모습은 간절했다. 하지만 솔로르와의 사랑을 지키려고 물러서지 않는 니키야의 모습은 매우 실감 났고, 칼로 공주를 찌르려다가 제지를 당하고 도망가는 모습은 혼비백산한 사람의 표정 그 자체였다.
2막. 메히야의 황금 신상 바리아시옹(한 무용수가 홀로 기량을 펼치는 독무)은 역동적이었고, 뒤이은 감자티 역의 바티스토니가 선보인 바리아시옹에서는 안정적인 그랑 쥬떼와 회전이 돋보였다. 솔로르 역의 마르크가 보여준 그랑 쥬떼 앙 뚜르낭(grand jeté en tournant 크게 도약하면서 공중에서 몸의 방향을 바꾸는 동작), 꺄쁘리올(공중에서 두 다리를 부딪치는 도약), 삐루엣 앙 드오르(바깥 방향으로 도는 회전)는 안정적이었고 무대를 도는 회전도 적당히 빨랐다. 하지만 마린스키의 김기민이 보여준 장시간 체공이나 빠른 무대 회전, 그리고 높은 도약 후 안정된 착지가 생각이 나서 그런지 마르크의 바리아시옹이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마지막 코다(빠르고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마지막 춤)에서 바티스토니와 마르크가 보여준 그랑 쥬떼의 높이는 적당했다. 곧이어 박세은은 구슬픈 음악에 맞추어 온몸으로 니키야의 좌절과 고통을 표현했다. 그랑 쥬떼 앙 뚜르낭(크게 뛰어오르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작)은 안정적이었고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뻗어 몸의 긴 선을 만드는 자세)는 우아했다. 꽃바구니를 들고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슬픔과 광기를 모두 표현했다. 니키야가 바구니에서 나온 독사에게 물려서 죽어갈 때 브라만이 내민 해독제를 거부하면서, 솔로르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지키는 모습은 매우 애절했다. 박세은이 처음에는 놀라서 뛰어다니다가 절규하며 쓰러져 죽는 모습은 매우 처절했다.
3막. 렐리는 솔로르의 바리아시옹(주역 무용수의 독무)에서 니키야의 환영을 보고 이리저리 뛰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니키야의 환영으로 등장한 마니와, 그녀와 춤을 추는 솔로르 역의 안드리야셴코가 빚어낸 첫 번째 그랑 아다지오(grand adagio 주역들이 느린 음악에 맞춰 균형과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는 춤)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환상 속에서 성취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두 번째 그랑 아다지오는 렐리와 박세은이 맡았고, 구슬픈 음악에 맞추어 아라베스크와 리프트, 그리고 삐루엣(pirouette 한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제자리에서 도는 회전)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 니키야의 스카프 바리아시옹은 마니와 안드리야셴코가 추었는데, 니키야가 큰 스카프를 붙잡고 있으면서도 아라베스크를 안정적으로 선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코다(공연의 마지막을 빠르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부분)에서 펙과 디오프는 환영 속에서 두 영혼이 결합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이날의 공연을 마쳤다.
評 이호림(평론가)
2026년 8월 1일(토)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파리 오페라 발레의 에투알인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출연자를 선정한 이번 공연에는 라 스칼라와 뉴욕시티발레의 주요 무용수들도 함께 참여했다. 필자는 프로그램 B에 해당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다양한 춤의 제전
첫 번째 무대는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의 ‘춤 모음곡’이었다. 첼리스트 백승연이 연주한 J.S.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 Major, BWV1007 중 1번 프렐류드(Prelude)에 맞추어, 뉴욕시티발레 수석 무용수인 로만 메히야(Roman Mejia)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쥬떼 앙 뚜르낭(jeté en tournant 도약하면서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키는 동작)에 이어진 회전을 펼치면서 자유롭게 나는 영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6번 지그(Gigue)에서 메히야는 리듬에 맞추어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앙트르샤(entrechat 공중에서 두 다리를 빠르게 교차시키는 도약 동작)도 안정적이었다. 5번 c minor, BWV1011 중 4번 사라방드(Sarabande)에서는 고뇌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진지한 모습을 표현한 듯했다. 6번 D Major, BWV102 중 1번 프렐류드에서는 다시 활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무대는 장 기욤 바르(Jean Guillaume Bart)가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에 맞추어 박세은을 위해 안무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연주를 시작하자 박세은은 달빛 선율에 맞추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피아노 선율에 따라 자유롭고도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선율이 빠르게 바뀌면 그에 맞추어 박세은의 몸도 빠르게 움직였다. 쥬떼 앙 뚜르낭(도약하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작)도 안정적이었고 뽀르 드 브라(port de bras 팔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동작)는 우아했다. 달빛의 신비로움에 몸을 맡긴 채 움직이는 박세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였다.
세 번째 무대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4막 파드되(pas de deux 두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였다. 안무는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의 버전이었다. 로렌초 렐리(Lorenzo Lelli)와 블루엔 바티스토니(Bleuenn Battistoni)의 한 쌍은 지그프리트와 오데트의 괴로움, 용서와 화해를 잘 표현했다. 바티스토니의 아라베스크(arabesque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를 뒤로 길게 뻗는 자세)와 리프트(lift 파트너가 상대 무용수를 들어 올리는 동작)는 안정되어 있었다.
네 번째 무대는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2막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주역 남녀 무용수가 펼치는 대규모 2인무)였다. 안무가 몬테카를로 발레 예술감독인 장 크리스토프 마요(Jean-Christophe Maillot)의 현대 안무라서 그런지 프티파(Petipa)의 고전 발레에 익숙했던 필자에게는 무언가 어색했다. 기욤 디요프(Guillaume Diop)와 아망딘 알비송(Amandine Albisson)의 친밀한 한 쌍은 깊은 사랑을 표현했다. 마치 빙판 위의 페어 스케이팅처럼 사랑의 기쁨을 여러 번 격정적인 입맞춤으로 드러냈다. 리프트(파트너를 들어 올리는 동작)에 이은 회전 동작이 많았고 무대를 크게 사용했다.
다섯 번째 무대는 비제 오페라 ‘카르멘’ 음악을 사용해서 롤랑 프티(Roland Petit)가 동명의 발레로 만든 작품 중 침실 파드되(두 무용수가 함께 추는 2인무)였다. 하바네라(Habanera) 음악에 맞춰 티모페이 안드리야셴코(Timofej Andrijashenko)가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게 춤을 추었고, 캐스터네츠 리듬에 맞춰 뛰면서 안정되게 착지했다. 뒤이어 등장한 카르멘 역의 니콜레타 마니(Nicoletta Manni)는 담배를 물고 등장했는데 담배는 곧이어 호세가 가져갔다. 리듬에 맞춘 카르멘의 관능적인 연기가 돋보였고, 회전 동작도 안정되어 있었다. 중반부터는 카르멘과 호세가 밀착해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인터메조 선율이 시작되고 나서는 페어 스케이팅을 하듯이 춤을 추었다. 느린 선율에 맞춘 채 한 몸이 되어 하는 회전 동작, 리프트, 아라베스크 동작 모두 사랑에 빠진 한 쌍을 잘 표현했다.
여섯 번째 무대는 조지 발란신(Balanchine)의 ‘알게 뭐야(Who Cares?)’ 중 ‘매혹적인 리듬(Fascinating Rhythm)’이었다. 이 곡은 조지 거슈윈이 뮤지컬 ‘Lady, Be Good!’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현대 마천루를 배경으로 타일러 펙(Tiler Peck)이 등장해 재즈 스윙 리듬에 맞춰 자유롭고도 발랄하며 여유 있게 회전 동작을 하면서 무대 밖으로 나갔다.
일곱 번째 무대는 밍쿠스의 ‘돈키호테’ 중 3막 그랑 파드되(주역 남녀 무용수가 기량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2인무)였다. 안무는 루돌프 누레예프 버전이었다. 박세은과 폴 마르크(Paul Marque)는 아다지오(adagio 느린 음악에 맞춰 균형과 선을 보여주는 춤)에서부터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세은은 마르크의 도움을 받으며 안정된 삐루엣 앙 드오르(pirouette en dehors 한쪽 다리로 서서 바깥 방향으로 도는 회전)와 앙트르샤(공중에서 두 다리를 빠르게 교차시키는 도약)를 전개했다. 그랑 쥬떼(grand jeté 두 다리를 크게 벌리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큰 도약)는 리듬에 맞춰 우아하며 절도 있게 이루어졌다. 박세은은 뿌앵트(pointe 발끝으로 서는 발레의 대표적인 자세)에서 회전 후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길게 뻗는 자세)를 안정되게 취했다.
마르크는 바리아시옹(variation 주역 무용수가 기량을 보여주는 독무)에서 꺄쁘리올(cabriole 공중에서 두 다리를 서로 부딪친 뒤 착지하는 도약), 삐루엣 앙 드오르, 도약을 안정되게 선보였다. 박세은은 바리아시옹에서 부채춤을 추면서 리듬에 맞추어 다리를 바꿔가면서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전개했다. 코다(coda 작품이나 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마무리 부분)에서는 마르크의 역동적인 회전과 그랑 쥬떼가 이어졌고, 박세은은 삐루엣 앙 드오르를 난도 높게 선보였다.
다(多)인 1역의 세련된 발레
2부 순서는 밍쿠스의 ‘라 바야데르(La Bayadère)’ 전막 하이라이트였다. 역시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였다.
1막. 니키야 역은 처음에는 박세은이, 그다음에는 알비송이 맡았다. 아망딘은 물동이 솔로를 우아하게 보여주었고, 뒤이어 솔로르 역의 디오프와 사랑의 파드되(남녀 두 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를 선보였다. 그랑 쥬떼(두 다리를 크게 벌리며 뛰어오르는 도약)와 리프트(파트너를 들어 올리는 동작)는 안정적이었고 뽀르 드 브라(팔의 움직임을 통해 선과 감정을 표현하는 동작)도 우아했다. 그들의 밀회를 엿본 뒤 나타난 브라만의 구애를 거절하는 니키야의 모습은 단호했다. 뒤이어 감자티 역의 펙과 니키야가 대립하는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니키야에게 자신이 솔로르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솔로르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감자티의 모습은 간절했다. 하지만 솔로르와의 사랑을 지키려고 물러서지 않는 니키야의 모습은 매우 실감 났고, 칼로 공주를 찌르려다가 제지를 당하고 도망가는 모습은 혼비백산한 사람의 표정 그 자체였다.
2막. 메히야의 황금 신상 바리아시옹(한 무용수가 홀로 기량을 펼치는 독무)은 역동적이었고, 뒤이은 감자티 역의 바티스토니가 선보인 바리아시옹에서는 안정적인 그랑 쥬떼와 회전이 돋보였다. 솔로르 역의 마르크가 보여준 그랑 쥬떼 앙 뚜르낭(grand jeté en tournant 크게 도약하면서 공중에서 몸의 방향을 바꾸는 동작), 꺄쁘리올(공중에서 두 다리를 부딪치는 도약), 삐루엣 앙 드오르(바깥 방향으로 도는 회전)는 안정적이었고 무대를 도는 회전도 적당히 빨랐다. 하지만 마린스키의 김기민이 보여준 장시간 체공이나 빠른 무대 회전, 그리고 높은 도약 후 안정된 착지가 생각이 나서 그런지 마르크의 바리아시옹이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마지막 코다(빠르고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마지막 춤)에서 바티스토니와 마르크가 보여준 그랑 쥬떼의 높이는 적당했다. 곧이어 박세은은 구슬픈 음악에 맞추어 온몸으로 니키야의 좌절과 고통을 표현했다. 그랑 쥬떼 앙 뚜르낭(크게 뛰어오르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작)은 안정적이었고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뻗어 몸의 긴 선을 만드는 자세)는 우아했다. 꽃바구니를 들고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슬픔과 광기를 모두 표현했다. 니키야가 바구니에서 나온 독사에게 물려서 죽어갈 때 브라만이 내민 해독제를 거부하면서, 솔로르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지키는 모습은 매우 애절했다. 박세은이 처음에는 놀라서 뛰어다니다가 절규하며 쓰러져 죽는 모습은 매우 처절했다.
3막. 렐리는 솔로르의 바리아시옹(주역 무용수의 독무)에서 니키야의 환영을 보고 이리저리 뛰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니키야의 환영으로 등장한 마니와, 그녀와 춤을 추는 솔로르 역의 안드리야셴코가 빚어낸 첫 번째 그랑 아다지오(grand adagio 주역들이 느린 음악에 맞춰 균형과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는 춤)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환상 속에서 성취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두 번째 그랑 아다지오는 렐리와 박세은이 맡았고, 구슬픈 음악에 맞추어 아라베스크와 리프트, 그리고 삐루엣(pirouette 한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제자리에서 도는 회전)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 니키야의 스카프 바리아시옹은 마니와 안드리야셴코가 추었는데, 니키야가 큰 스카프를 붙잡고 있으면서도 아라베스크를 안정적으로 선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코다(공연의 마지막을 빠르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부분)에서 펙과 디오프는 환영 속에서 두 영혼이 결합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이날의 공연을 마쳤다.
評 이호림(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