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4번으로 맞붙은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 이렇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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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 4번으로 맞붙은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


2026년 한국은 자고로 브루크너 열풍이다. 그중에 교향곡 4번만 국한해서 필자가 직접 가서 들은 것만 나열하면 작년 11월 1일 네덜란드 출신의 로렌스 르네스와 국립심포니, 올해 2월 27일에 여자경과 대전시향, 3월 8일에 안드리스 포가와 서독일라디오 교향악단 쾰른(WDR Sinfonieorchester), 3월 31일 마렉 야노프스키와 KBS교향악단 그리고 4월 2일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까지 5개월 사이에 국내외 다섯 지휘자의 다섯 단체로 들은 셈이다. 더불어 9월에는 김선욱과 경기필이 또 예정되어 있다.


자고로 KBS는 노장들과 합이 잘 맞는다. 1936년생 엘리아후 인발과 함께 큰 화제를 모았던 3년 전의 쇼스타코비치 11번 교향곡의 열연은 2025년 11월 21일, 80이 넘은 1944년생 미국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과 다시 한번 증명하였다. 인발보다 불과 3살 적은 2023년에도 방한하여 KBS교향악단과 무대에 섰던 87세의 대가 마렉 야노프스키는 다리만 약간 절고 꼿꼿한 자세에 흐트러지지 않고 암보로 지휘하였다. 군대로 치자면 고참보다 짬밥 떨어지면 죽어라 더 뛰어야 하는 암묵적인 압박과 같다. 노대가들이 앞에서 암보로 열과 성의를 다해 지휘봉을 흔드는데 설렁설렁 보잉을 하고 의자 등받이에 편하게 앉아 취주에 바람을 집어넣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마렉 야노프스키와 KBS교향악단에서는 WDR의 제2바이올린 수석인 문 바래니가 악장으로 나섰고 취리히 톤할레의 미사 그로일이 호른을 맡았으며 안명주와 김한이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들어갔다. (김한은 당일 1부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협연하기까지 하였다) 많은 사람이 함께 유니슨으로 연주하는 파트인 현은 똑같은 연주 스타일로, 똑같은 문화에서, 똑같은 음색을 내어야 한다. 이게 바로 조직력이다. 그런데 KBS든 서울시향이든 악장의 부재로 연주회 때마다 외부에서 에이스가 차출되어 단기간에 합류했다 사라지니 융합이 안 된다. 앞과 뒤 풀트가 따로 움직인다. 그럼에도 KBS는 중심이 낮고 에너지 넘치고 밀도 높은 울림으로 현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전부 들릴 정도로 선명했다. 호른의 그로일이 1악장 주제 다섯 번째 마디에서 틀린 음을 낸 게 너무나 아쉽다. 야노프스키의 왼손 손가락에 시선이 갔다. 해당 악기군을 향해 손가락을 비비면서 더 뚫고 나오라고 주문하였다. 우주선, 셔틀이라는 필자만의 망상(?)에 부합하는 1과 3악장의 마치 오토바이 시동 걸어 부릉부릉하는 엔진소리와 같았던 현의 트레몰로, 각 파트 간의 블렌딩은 뚜렷했다. 4악장의 첼로와 베이스의 Bb 연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만 지나친 몰아감은 앙상블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리허설 마크 V의 477마디부터 엔딩까지 응축된 에너지로 지구를 떠나는 우주의 신비가 연출되었다.


츠베덴은 초월적 존재인 음악 작품에 대한 피안(彼岸)의 지경을 넓혀주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1악장 시작부터 42마디까지 이어져 오던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트레몰로는 1악장 시작부터 42마디까지 호른과 목관 주제의 반주역할을 하는데 43마디부터 선율과 유니슨으로 같이 나오면서 전경과 배경의 위치가 바뀌었다. 츠베덴은 크레센도로 47마디를 넘고 48마디에서 제1바이올린을 ‘웅~~’하고 솟구치게 하였다.‘그래서 츠베덴의 연주는 오호’하는 감탄사와 함께 “이렇게도 들려줄 수 있구나” 하는 의외성이 신선하고 고정 관념에서 탈피된다. 프레이즈 안에서의 대비와 색채감은 2024년 서울시향과 같은 장소에서 들려줬던 브루크너 7번처럼 우아하고 세련되어 탈(脫) 브루크너적이고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적이다. 2악장 3마디부터 첼로, 51마디부터의 질감 넘쳤던 비올라 모두 넓게 활을 긋고 전체가 하나로 묶여 꾹꾹 누르라는 lang gezogen(랑 게쪼겐), 즉 레가토가 피치카토와 분산된 현과 결합하였다. 야노프스키와 달리 츠베덴은 1악장 엔딩에서 에너르기파를 작열하였다. 알프스산맥에서 울리는 뿔피리와 같은 4대 호른의 장대함이었다.


오직 월간리뷰 독자들을 위해서 보너스로 지난 5개월간 실연으로 들은 브루크너 교향곡 4번에 대한 간략한 총평을 남긴다.
안드리스 포가 & WDR in 부천아트센터 > 츠베덴 & 서울시향 in 롯데콘서트홀 > 마렉 야노프스키 & KBS in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여자경 & 대전시향 in 대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로렌스 르네스 & 국립심포니 in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등 : 부천아트센터 버프와 오랜 기간 축적된 오케스트라의 전통과 사운드에 입각한 건축미, 유일하게 미스 없이 완주한 1악장 유해리의 호른 1주제.
4등: 야외 마칭 밴드나 빅밴드 또는 군악대의 소리로 브루크너라기 보다는 경천동지할 만한 음량. 거대한 악곡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여 단단하고 콤팩트 있게 구성하는 건 작곡과 출신 여자경의 강점.
5등: 1악장 호른 첫 음부터 실수가 치명적. 깐깐한 선생님 스타일의 르네스는 단원들에게 세세한 것까지 요구하면서 디테일을 살리는데 능하지만 과유불급.


評 성용원 (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