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의 추억’ – 신박듀오(신미정, 박상욱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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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8일 (화) 11 :00 a.m.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1. 피아노 듀오의 흐름과 위상


피아노 듀오는 포핸즈(1 Piano 4 Hands) 와 투피아노 (2 Pianos 4 Hands)가 있다. 피아노 듀오곡은 18세기 후반, 단순한 앙상블 협주를 넘어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의 음향과 표현력을 확장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작곡되기 시작한다. 최초의 피아노 듀오곡은 1777년 찰스 버니(C. Burney) ‘4개의 듀엣 소나타’이다. 이후 모차르트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 Major. K.448’ 등을 비롯, 누나 난네를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많은 곡을 작곡하여 듀오 피아노곡의 예술적 가능성을 실현한다.
슈베르트 또한 30곡 이상의 피아노 듀오곡을 작곡하면서, 피아노 듀오는 피아노의 한 장르로 확립된다. 피아노 듀오 곡들은 오케스트라의 축소판으로 독주보다 더 풍성한 음향과 화성을 표현하였고, 친목과 교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후 라흐마니노프, 루토스와프스키에 의해 극한의 음향을 재현함으로써 예술적 가능성과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현재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피아노 듀오는 독주 못지않게 활발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피아노듀오협회가 설립되어(1989년) 매년 정기연주회와 콩쿠르가 개최되고, 8 Hand나 12 Hands 등의 이벤트성 공연 또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킨다. 그 가운데에서도 ARD콩쿠르 2위를 비롯 세계적인 콩쿠르(이스키아, 모나코, 슈베르트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 및 입상한 신박듀오(신미정/박상욱)의 활약으로 한국 현재 연주문화에서 피아노 듀오가 주요한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1. 피아노 듀오 연주의 정수, 신박 듀오

부산 금정문화회관의 브런치 콘서트는 2012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브런치 콘서트이다. 일단 누가 연주를 하든지 객석이 거의 다 채워진다. 청중들의 감상 태도 및 집중력 또한 수준급이다. 이는 부산으로서는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다. 금정문화회관의 브런치 콘서트는 연주자 또는 전문 음악평론가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형식으로 운영되며, 연6회 진행된다. 지역 연주자, 다양한 악기 및 연주 형식, 하이엔드 연주자 등 다양한 연주 구성 및 라인업으로 양질의 콘서트를 부산시민에게 제공한다. 지난 4월 28일 오전 11시 신박듀오는 ‘다뉴브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4핸즈 연주회를 부산시민에게 선보였다.

첫곡은 신박 듀오가 직접 편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오페레타 ‘박쥐’의 서곡이다. 급조한 피아노 듀오의 단점은 생각도 할 수 없는, 환상적인 조화이다. 1st. 신미정 피아니스트는 멜로디를 화려하고, 경쾌하고, 선명하게 연주했고, 2nd.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섬세한 다이나믹으로 곡의 분위기를 주도해갔다. 저음으로 멜로디를 이끌어 가는 부분에서는 고음보다 더 감성적인 선율로 곡을 이끌었고, 테트라코드 진행의 반주 흐름 역시 명료하지만 튀지 않게 잘 표현한다. 곳곳에서 루바토 및 페르마타를 넘어서 제너랄 파우제라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있었으나 두 피아니스트는 한치도 어긋남 없이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곡이 흘러갔다.
특히 각 곡들의 엔딩에서 크레센도 부분의 다이나믹은 더할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이 절묘했다. 연주자들의 과도하지 않고 적절하게 절제된 움직임들이 청중들로 하여금 곡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슈베르트 ‘4 핸즈를 위한 환상곡’에서는 슈베르트 4핸즈 작곡 업적, 환상곡 장르 특징, 작곡시기에 맞춘 곡의 특징(슈베르트의 마지막 해에 작곡된 만큼 깊이 있는 고독과 슬픔이 배여 있음), 한국에서 대중화된 계기(드라마 ‘밀회’) 등을 박상욱 피아니스트가 소개한다. 브런치 콘서트 연주곡으로는 비교적 긴, 20분 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기존의 연주들이 슈베르트 환상곡을 ‘사랑’의 긴장감과 애상에 포인트를 두었다면, 신박 듀오는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고독과 슬픔이 배여 있었다.
1악장에서 과도하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하이라이트 4악장 푸가 부분을 위해 절제된 감성이 안정적으로 제시되었다. 트레몰로와 화음으로 2악장이 쉼 없이로 연결(아타카)된다. 트릴 및 화음, 화성 진행을 통한 심리적 긴장과 전달되지 않는 실연의 아픔을 여과없이 토로한다. 라르고 악장이지만 신박듀오는 별로 느리지 않게, 멜랑콜리라기보다는 강렬한 터치의 멜로디 라인으로 표현성을 부각시킨다. 오전 중이어서인지 아직 덜 풀린 1st. 피아노의 연속된 트릴이 오히려 곡의 먹먹한 심정을 잘 표현한다.
3악장의 알레그로 비바체는 보다 더 표현성이 강조되면서 극단을 향해 주저 없이 질주한다. 두 피아니스트 모두 각자의 에너지를 있는 대로 표출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다. 다이나믹의 표현이 섬세하고, 멜로디 라인은 때론 공격적일만큼 선명하다. 4악장은 주제 순환으로 1악장의 1,2주제가 반복되면서, 푸가로 이끌어 간다. 슈베르트는 푸가를 기악, 실내악, 성악 미사곡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한다. 수평적인 지위를 지닌 각 성부가 주선율을 자신만의 시간에 연주되면서도, 전체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푸가는 음악의 가장 완성된 형태이자, 도달해야하는 궁극적 완성의 지점이다. 베토벤을 존경한 슈베르트는 베토벤처럼 인생의 후기에 푸가 양식을 많이 활용한다.
음악의 가장 완성된 형식인 푸가를 통해 슈베르트는 자신의 사랑과 삶, 음악의 지향점인 같음 속에 다름, 다름 속에 같음을 제시한다. 마지막 음의 여운이 사라지기까지 청중 그 누구도 박수치지 않았고, 한참 후에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엠마누엘 샤브리에 ‘뮌헨의 추억’은 법학을 전공한 행정관이었던 샤브리에가 작곡가로 전향한 결정적 계기가 되는 바그너를 오마주한 곡이다. 샤브리에는 30대 후반에 뮌헨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듣고, 행정관을 그만두고 전업 작곡가의 길을 걷는다. 샤브리에는 ‘뮌헨의 추억’에서 바그너의 비극적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콰드리유’ 리듬의 춤곡으로 변용한다. 프랑스인이 지닌 개성과 유머, 멋의 가벼움과 유쾌함, 기지가 빛나는 곡이다. 존경하는 대상 바그너에 대한 경외감이 아닌, 오히려 농담으로 유쾌하게 표현하는 프랑스인의 기질을 지닌 곡이다.

신박 듀오는 트리스탄 코드와 사랑과 죽음이란 5개의 짧은 춤곡으로 이루어진 부분의 대조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도록 연주하면서 마지막곡인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으로 이끈다. 리스트의 제자인 카를 벤델에 의해 편곡된 곡으로 기교적이고 화려한 카덴차 및 서정성의 극단적인 대비를 잘 살려낸 곡이다. 구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첫 번 째 부분이 에너지가 충만하고 화려한 코다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굴곡들을 형상화한다. 신박 듀오는 각 부분들을 거침없이 몰아치고, 카덴차에 해당하는 부분의 화려함과 즉흥적인 성격을 잘 형상화하였다. 중간에 오래 울린 폰소리가 묻힐 정도의 파워풀한 연주였지만, 폰소리가 오래 울리면서 청중들은 결국 움직였다. 그로 인해 연주회장을 감싸고 있던 공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균열이 간다는 것이 무엇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없었던 기침소리 및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함께 들린다.
곡은 엔딩의 절정을 향해 치닫는데, 난데없는 핸드폰 소리의 울림이 밀도 있는 엔딩의 느낌을 망가 뜨렸다. 그전까지 최강의 집중력으로 연주자와 호흡을 다진 분위기였기에, 그 균열이 더욱 아프고 아쉽게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박 듀오는 기가 막힌 호흡과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여 연주를 마무리한다.
흔히 ‘시체관극’운운하면서 관크에 관대하지 못한 엄숙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의 추세이지만, 핸드폰 벨소리가 빼앗아 가버린 엔딩의 감동은 회복할 길이 없었기에 두고두고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1. 연주자와 기획자가 지녀야 할 자질들

마티네 연주는 일반적으로 연주자의 해설과 함께 진행된다.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편안하고 유머러스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내용들을 구조적으로 적확하게 구성하여 알려야 하는 정보를 잘 전달한다. 금정문화회관 브런치 콘서트의 소개, 청중에 대한 감사, 첫곡 소개하면서 ‘서곡’, ‘오페레타’, 작곡가, ‘박쥐’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피아노 듀오 장르의 정의, 형태, 특성, 어려움을 부각하면서, 감상포인트도 설명한다. 소제목으로 내세운 ‘다뉴브의 추억’에 대해서도 ‘다뉴브강’과 연주자 그리고 작곡가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음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연주자는 해설을 부담스러워 한다. 대본의 구성 및 준언어적 요소들을 적절하게 펼쳐내는 능력을 가진 연주자들은 아주 드물다.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전문 해설가를 해도 될 정도의 원고 구성력과 딕션, 전달력을 가졌다. 곡 중간에 하는 해설에서도 부산에 대한 개인적 생각, 자신들의 연주 일정 등 사적인 내용을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하면서 해설의 핵심인 곡과 연관시키는 범위내에서 과장없이 관객과의 친밀성을 잘 형성한다. 버벅거리지도 않고, 허사도 거의 없다.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답변을 딱히 기다리지도 않고 속도감있게 말을 이어감으로써 질문을 설명의 한 테크닉으로 활용하는 등 오히려 전문 평론가들보다 더 좋은 해설을 청중들에게 들려 주었다.

독주자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회의 성격과 프로그램에 따라 임시로 결성한 피아노 듀오와 신박 듀오는 많은 부분에서 많은 차별성을 가졌다. 급조한 듀오 연주회는 일단 독주자들의 움직임이 음악을 넘어선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에 비해 실내악을 비롯한 합주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피아니스트 혼자서 자신이 가진 것으로 자신의 음악을 주도한다. 그러기에 때론 다른 악기의 반주자이면서도, 독주자보다 더 튀는 액션과 퍼포먼스를 하는 피아니스트들이 꽤 많다. 그러한 스타일을 지닌 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피아노 듀오는 음향도 액션도 과도하다. 협력하는 연주가 아닌 경쟁하는 연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박 듀오는 전공 자체가 피아노 듀오 전공으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연주자들이다. 눈 감고 들으면 한 사람이 치는 것과 같은 음색과 음향, 다이나믹, 호흡을 연출하여 투피아노 음악의 정수를 느끼게 하는 연주회였다.

마케팅 취약층인 청중의 선택은 가끔 틀릴 때도 있지만, 세월이라고 할 수 있는 기나긴 시간 롱런을 하는 연주회 시리즈들은 모두 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 신뢰가 쌓이면, 그 시리즈와 연주회는 지속됨으로써 진정한 문화로 자리 매김된다. 이미 레드 오션인 예술 문화계에서 피아노 듀오라는 새로운 블루 오션을 개척하여 오늘날 피아노 듀오라는 장르를 구축한 신박듀오의 선구자적 안목과, 문화의 불모지에서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5년간 브런치 콘서트를 유지하여 현재의 탄탄한 브런치 콘서트 문화를 형성한 부산금정문화 일원의 노력과 인내에 찬사를 보낸다.


評 정해성(부산=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