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프로그램: 바흐 소나타 3번 다장조, 힌데미트 소나타 Op.31/2, 하차투리안 <소나타-모놀로그, 바흐 파르티타 2번
금호문화재단의 <스페이스> 시리즈는 음악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공간’을 금호아트홀에 옮겨 놓는 큐레이션의 무대이다. 올해 2/4분기에는 4월 9일 트리오 오원과 함께 5월 21일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예정되어 있는데 필자는 5월 7일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무반주 독주회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8월, 심포니 송과 멘델스존 협주곡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연주회를 며칠 앞에 두고 협연자가 바뀌어 듣지 못했고 그후 앙상블오푸스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실내악으로만 접했던 게 전부였던 김다미의 진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과잉 없이 악보에 충실한 아카데미한 연주였다. 금호아트홀이라는 전문성과도 부합되는 진지하고 학구적인 무대였다. 처음과 끝을 바흐의 소나타 3번과 파르티타 2번으로 배치하고 암보로 하였다. 중간에 생소한 힌데미트와 하차투리안의 소나타로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는 음악회 기획 취지에 들어맞는 큐레이션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더군다나 공연 2시간 전까지 고민했던 막간 해설까지 맡아서 비록 연주자 특유의 정리되지 않은 두서없는 스피치였지만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주최 측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음악 외적인 쇼, 극단적인 감정 표현 등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소구 되고 음악을 귀로 듣지 않고 눈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멋지고 감탄스러울 테다. 김다미 같은 묵묵함과 진지함은 사뭇 재미없다고 폄하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정통 클래식 공연은 오직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며, 관객은 무대만을 바라보고 소리에만 집중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연은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시간예술로 정해진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연습과 집중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음악인들은 다른 직업군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학습하여 진정 알아주는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소통하고 인정받고자 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하나의 소리에만 집중하는 그 성스럽고 경이로운 자리가 이런 클래식 음악회, 특히 무반주 독주회 말고는 어디에 있겠는가! 처음과 끝을 장식한 바흐의 곡들은 워낙 유명한 작품들인지라 연주자에게는 더 부담스럽다. 푸가의 잔실수들이야 다성부 음악을 현악기 하나로 구현한 바흐의 천재성과 완벽에 근접하기 위한 범인들의 노력으로 치부하지만 역행(al riverso) 부분(악보 참고)에서의 장대함에는 전율이 일었다. 4악장에서의 유려함과 부드러움에 몸을 타는 김다미는 자연스러웠으며 피날레를 장식한 <샤콘느>에서의 몰입은 스페이스를 넘어 우주와 합일하는 무아의 경지였다.

힌데미트가 주창한 실용음악(Gebrauchsmusik) 개념과 신객관주의가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인 바이올린 소나타 Op. 31의 2번은 구조적 명료성과 균형을 중시하는 악풍이 이지적인 김다미와 잘 어울렸다. 바흐와 비슷한 치밀한 대위법으로 성부 간 교차와 모티브 변형의 작법이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고 담백했다. 특히 독일 민요로까지 애창되는 <Komm, lieber Mai>(오거나, 사랑스러운 5월이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인 종악장은 모차르트와 20세기가 접점을 이루었다. 오늘 공연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하차투리안에서 김다미는 더블스톱, 아르페지오, 하모닉스 등으로 우리나라 거문고 같은 카나운(Kanun)과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한 음색을 내는 카만차(Kamancha) 같은 아르메니아 전통 현악기의 기법과 색깔을 모방하면서 이국적이지만 음악적 정체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공간성’을 전달하였다. 민족적 색채가 불완전한 내면적 고백과 섞이면서 여운과 지속감이 강했다. 김다미를 통해 독주 바이올린 레퍼토리가 확장되었다. 필자 역시 새로운 명곡을 접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건강하고 고결한 음악회였다. 어린 나이에 소년급제하여 우하향하는 국내 연주자들 사이에 1988년생으로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6년 가까이 국립대학교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철한 면모에 녹슬지 않은 기교와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김다미의 모습은 모범적이었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지속성과 진정성의 증명이었다. 앞으로도 그녀가 더 발전하며, 독주자로서의 기량을 변치 않고 이어가길 기대하게 만든다.
평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
2026년 4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연세
프로그램: 바흐 소나타 3번 다장조, 힌데미트 소나타 Op.31/2, 하차투리안 <소나타-모놀로그, 바흐 파르티타 2번
금호문화재단의 <스페이스> 시리즈는 음악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공간’을 금호아트홀에 옮겨 놓는 큐레이션의 무대이다. 올해 2/4분기에는 4월 9일 트리오 오원과 함께 5월 21일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예정되어 있는데 필자는 5월 7일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무반주 독주회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8월, 심포니 송과 멘델스존 협주곡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연주회를 며칠 앞에 두고 협연자가 바뀌어 듣지 못했고 그후 앙상블오푸스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실내악으로만 접했던 게 전부였던 김다미의 진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과잉 없이 악보에 충실한 아카데미한 연주였다. 금호아트홀이라는 전문성과도 부합되는 진지하고 학구적인 무대였다. 처음과 끝을 바흐의 소나타 3번과 파르티타 2번으로 배치하고 암보로 하였다. 중간에 생소한 힌데미트와 하차투리안의 소나타로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는 음악회 기획 취지에 들어맞는 큐레이션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더군다나 공연 2시간 전까지 고민했던 막간 해설까지 맡아서 비록 연주자 특유의 정리되지 않은 두서없는 스피치였지만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주최 측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음악 외적인 쇼, 극단적인 감정 표현 등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소구 되고 음악을 귀로 듣지 않고 눈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멋지고 감탄스러울 테다. 김다미 같은 묵묵함과 진지함은 사뭇 재미없다고 폄하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정통 클래식 공연은 오직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며, 관객은 무대만을 바라보고 소리에만 집중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연은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시간예술로 정해진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연습과 집중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음악인들은 다른 직업군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학습하여 진정 알아주는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소통하고 인정받고자 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하나의 소리에만 집중하는 그 성스럽고 경이로운 자리가 이런 클래식 음악회, 특히 무반주 독주회 말고는 어디에 있겠는가! 처음과 끝을 장식한 바흐의 곡들은 워낙 유명한 작품들인지라 연주자에게는 더 부담스럽다. 푸가의 잔실수들이야 다성부 음악을 현악기 하나로 구현한 바흐의 천재성과 완벽에 근접하기 위한 범인들의 노력으로 치부하지만 역행(al riverso) 부분(악보 참고)에서의 장대함에는 전율이 일었다. 4악장에서의 유려함과 부드러움에 몸을 타는 김다미는 자연스러웠으며 피날레를 장식한 <샤콘느>에서의 몰입은 스페이스를 넘어 우주와 합일하는 무아의 경지였다.
힌데미트가 주창한 실용음악(Gebrauchsmusik) 개념과 신객관주의가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인 바이올린 소나타 Op. 31의 2번은 구조적 명료성과 균형을 중시하는 악풍이 이지적인 김다미와 잘 어울렸다. 바흐와 비슷한 치밀한 대위법으로 성부 간 교차와 모티브 변형의 작법이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고 담백했다. 특히 독일 민요로까지 애창되는 <Komm, lieber Mai>(오거나, 사랑스러운 5월이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인 종악장은 모차르트와 20세기가 접점을 이루었다. 오늘 공연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하차투리안에서 김다미는 더블스톱, 아르페지오, 하모닉스 등으로 우리나라 거문고 같은 카나운(Kanun)과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한 음색을 내는 카만차(Kamancha) 같은 아르메니아 전통 현악기의 기법과 색깔을 모방하면서 이국적이지만 음악적 정체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공간성’을 전달하였다. 민족적 색채가 불완전한 내면적 고백과 섞이면서 여운과 지속감이 강했다. 김다미를 통해 독주 바이올린 레퍼토리가 확장되었다. 필자 역시 새로운 명곡을 접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건강하고 고결한 음악회였다. 어린 나이에 소년급제하여 우하향하는 국내 연주자들 사이에 1988년생으로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6년 가까이 국립대학교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철한 면모에 녹슬지 않은 기교와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김다미의 모습은 모범적이었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지속성과 진정성의 증명이었다. 앞으로도 그녀가 더 발전하며, 독주자로서의 기량을 변치 않고 이어가길 기대하게 만든다.
평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