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김선욱의 베토벤과 브람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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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9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무소륵스키/림스키코르사코프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피아노 앙코르곡: 브람스 인터르메조 Op. 118 No. 2), 브람스 교향곡 2번


올해만 두 번째다. 상임지휘자인 츠베덴이 슈베르트의 ‘미완성’과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로 올 한 해를 열려고 했던 2026년 1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서울시향 신년음악회는 츠베덴이 독감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해 전임 부지휘자이자 현재 강남심포니의 상임으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이가 급하게 투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도 데이비드 이가 강남심포니 취임 전 서울시립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었던 2024년 6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강남심포니를 객원 지휘하며 올렸던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으로 바뀌었다.
1946년생으로 올해 80살의 루돌프 부흐빈더는 건강하게 비행기에 올라 한국에 와서 거슈윈의 협주곡을 협연했다.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가 지병으로 수술해서 못 왔다고 한다. 원래 지휘를 하기로 했던 김선욱이 나섰다. 알리스 사라 오트가 치기로 했던 라벨 협주곡은 지휘와 연주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곡이다. 그래서 바꿨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으로. 베토벤 시대만 해도 작곡가가 객석에 등을 대고 피아노에 앉아 직접 연주와 지휘를 했다. 그래서 관현악 전주와 간주가 있고 길다. 그때는 의자에 앉아 멀뚱멀뚱하지 않고 지휘를 했을 테니.


‘민둥산의 하룻밤’에서 순발력 있고 날렵하게 박차고 나온 옥타브 유니즌의 바이올린 삼연음에 비올라와 첼로 그리고 콘트라베이스가 각각 옥타브로 나뉘어져 피치카토로 긴박하게 밀도를 채워나갔다. 세번째 마디에 실음 기준으로 4개의 옥타브 A음이 강박에 찍히는데 무소륵스키 원곡 피아노에는 있지도 않은 장음을 플루트와 오보에가 역시 옥타브 유니즌으로 채워 넣어줬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법에 무릎을 타 치지 않을 수 없다. 공간이 채워지며 마녀들이 등장하는 불길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으며 이는 계속되어 긴장감을 세련되게 유지하며 혼란과 평화를 대비시켰다.김선욱의 지휘는 날것 그대로의 거친 산적 같은 무소륵스키를, 마녀들을 이리저리 조정하고 부리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간달프 같은 백발의 마법사로 분장시키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황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화려하게 부각했다.


베토벤 협주곡 4번 1악장에서 이상하게 저음이 웅웅거리고 들리지 않았다. 2025년 10월 25일 경기필의 상임지휘자였던 김선욱이 같은 장소에서 경기필과 같은 작곡가의 교향곡 4번을 들려줬을 때는 튜티 시에도 첼로와 베이스가 너무나 또렷이 들려 “베토벤 4번 교향곡 1악장의 전주와 1주제까지 듣고 베이스만 따로 적으시오” 같은 청음 문제 샘플로 제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유사한 작법의 작품인데도 특히 1악장에서 소리가 전반적으로 둔탁하였다. 도리어 3악장 8마디의 오케스트라 론도 주제 이후 피아노가 받는 부분에서 첼로 수석 여윤수 혼자 나옴에도 선명하고 깨끗했다. 저음 악기들이 뭉쳐나올 때 개개인의 기량이 합일되지 못하고 녹아들지 못하는 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3악장 후반부의 Eb장조 단락에서 비올라와 첼로 솔로와의 앙상블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인토네이션과 연주자들과의 상생과 조화에서 오는 온화함이 풍긴 협주곡의 백미였다. (악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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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 2번 1악장 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유려하게 펼쳐질 때는 조금 과장하면 유진 오먼디의 필라델피아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인지 알았다. 물론 둘 다 실연 말고 레코딩으로만 감상했지만 녹음으로만 듣던 브람스 교향곡, 현의 정평을 실감할 수 있었던 서울시향이었다. 협주곡 1악장에서와는 다르게 교향곡 1악장에서는 김선욱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악기군 간의 탁월한 블렌딩과 명쾌한 성부 간의 배분, 처음부터 끝까지 적절히 조절된 작품 진행의 보폭이 드러났다. 2악장 개시에서 첼로와 신호가 안 맞아 어긋난 점, 3악장 리허설 마크 E의 Tempo primo F#-Major에서 피치카토의 첼로를 제외한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3성부에서 현의 결기 각각 달라 얇게 까는 면도 있었지만 빈약하다는 느낌도 든 점, 4악장에서 중후함을 환희와 상승을 억제한 점이 특징이었다. 상술한 첼로의 여윤수를 필두로 비올라의 박하문 그리고 호른의 김형주 등 젊은 피를 수혈한 서울시향이 명실공히 국내 넘버 원으로 자리 잡은 건 확실했다. 경기필에서 익숙했던 김형주가 서울시향에서 김선욱을 다시 만나 1악장 코다 Tranquillo로 자연스레 넘어가고 3악장에서 오보에 프레이즈 말미에 협화음으로 살짝 가미할 때는 황홀했다. 2악장에서는 현과 목관이 상호 빼어난 앙상블을 형성하였다. 예술의전당이 우리나라 국민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계 관객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문화예술의 종착지(Destination)가 되어야 한다는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부임한 장한나의 취임 일성처럼 서울 시향도 서울 시민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계 관객을 목표로 세계 제일을 지향해야 한다.


평: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

사진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