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보니스트 김재한 리사이틀 그 열한번 째 ‘Standard Repertoire for Trombone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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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본, 그 깊은 호흡의 미학
2026년 6월 7일(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


트롬본이라는 악기가 가진 깊고 묵직한 울림은 때로 인간의 목소리보다 더 직접적으로 감정을 건드린다. 오는 6월 7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트롬보니스트 김재한의 제11회 독주회 ‘Standard Repertoire for Trombone V’는 바로 그 트롬본의 본질적인 울림을 탐구하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독주회를 넘어, 트롬본이라는 악기의 가능성과 현대적 확장성을 동시에 조망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랜 시간 클래식 음악계에서 트롬본은 오케스트라 속 중후한 화성과 힘을 담당하는 악기로 인식되어 왔지만, 김재한은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트롬본이 지닌 섬세한 서정성과 독주 악기로서의 드라마틱한 표현력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Standard Repertoire for Trombone’ 시리즈의 다섯 번째 무대인 이번 공연은 단순히 유명 레퍼토리를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적인 작품과 현대 작품, 그리고 국내 초연곡까지 아우르며 트롬본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하나의 음악적 여정처럼 구성되어 있다. 트롬본이라는 악기의 거대한 호흡 속에서 인간 내면의 고독, 긴장, 명상, 폭발적 에너지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내겠다는 의도가 프로그램 전체에 녹아 있다.


김재한은 현재 미국 Rice University Shepherd School of Music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국제 트롬본 협회(International Trombone Association) Performing Artist로 선정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트롬보니스트다. 그는 선화예고를 실기우수로 졸업한 뒤 한양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며, 이후 미국 New England Conservatory of Music에서 학사를 마쳤다.
이미 Boston Symphony Orchestra, Boston Pops Orchestra, Houston Symphony Orchestra 객원 연주자로 활동했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수원시립교향악단에서도 객원수석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국제 트롬본 협회 주최 Alto Trombone Competition 우승, 미국 U.S. Army Band National Solo Competition 우승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국제적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김재한의 강점은 단순한 기교 과시에 머무르지 않는 음악성에 있다. 그는 트롬본 특유의 묵직함 속에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끌어내며, 음 하나하나에 깊은 호흡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현대음악과 독주곡 분야에서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며 국내 트롬본 레퍼토리 확장에도 기여해왔다. 이번 공연 역시 그러한 음악적 방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다. 공연의 첫 문을 여는 작품은 미국 작곡가 Paul Creston의 ‘Fantasy Op.42’다. 이 곡은 트롬본 특유의 장대한 호흡과 서정적 흐름이 교차하는 작품으로, 독주 악기로서의 트롬본 매력을 가장 클래식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어 연주되는 Bradley Edwards의 ‘Three Calls for Unaccompanied Trombone’은 무반주 트롬본 작품으로, ‘Mystery’, ‘Frenzy’, ‘Serenity’라는 세 개의 악장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 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악기 하나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독백 같은 음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부의 중심에는 미국 현대 작곡가 Quinn Mason의 ‘Trombone Concerto “Sonorous”’가 자리한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 초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Rhapsodic’, ‘Mysterious’, ‘Awaken’이라는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현대적 화성과 영화음악적인 감각, 그리고 트롬본 특유의 극적인 에너지가 결합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한은 이 작품을 통해 오늘날 트롬본 음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생생히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서 김재한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 원정아 역시 국내 금관악기 연주자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전문 반주자다. 한양대학교 학사 및 석사를 졸업했으며, 이탈리아 Tivoli 국제음악제 참가와 제주국제관악제 국제관악콩쿠르 지정 반주자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아왔다. 또한 다수의 해외 금관 연주자들과 독주회 및 마스터클래스 반주를 맡으며 섬세한 앙상블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 트롬본의 묵직한 음색을 안정감 있게 받쳐주면서도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그녀의 피아노 역시 이번 공연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은 단순히 ‘잘 연주하는 것’을 넘어, 왜 이 음악을 지금 이 시대에 연주해야 하는지를 묻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런 점에서 김재한의 이번 독주회는 단순한 연주 발표회가 아니라, 트롬본이라는 악기를 통해 동시대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깊고 뜨거운 호흡으로 무대를 채울 트롬보니스트 김재한의 제11회 독주회 ‘Standard Repertoire for Trombone V’. 초여름 밤, 금관악기가 품은 가장 인간적인 울림을 만나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번 무대를 놓치지 말 것을 권한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