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불로뉴 국립 음악원을 졸업하고 미국 오벌린 칼리지에서 학사를 마친 후 귀국 하여 이화여대에서 석사를 그리고 서울대에서 2023년에 박사학위를 받은 한지희가 4월 26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출시한 《카를 라이네케 플루트 작품집》 음반은 독일 낭만파 작곡가 카를 라이네케의 플루트 소나타와 협주곡 그리고 <발라드 d단조>로 구성되어있다. 피아노는 랑랑이, 바실리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였다. 음반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2026년 4월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된 콘서트에서는 하루 전날(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스트미디어 주최로 독주회를 치른 랑랑에, 김선욱이 지휘하는 SM 클래식스 타운 오케스트라가 출연하였다.
라이프치히 음악원 원장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한 라이네케의 플루트 작품들은 플루티스트의 필수 레퍼토리이다. 땅, 물, 바람, 불의 네 가지 원소요정들은 육체만 갖고 있어서 인간과 결합하여야만 영혼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낭만주의 소설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읽고 영감을 받아 쓴 라이네케의 플루트 소나타 1번 <운디네>는 환상적 요소와 동화적 색채가 어우러진 물의 요정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악장에서 한지희는 넓은 음역의 아르페지오로 물의 넘실거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2악장 인터르메쪼에서는 스타카토를 부각한 개개 음의 정확한 인토네이션보다는 피치를 조금 올려 율동성을 강조하면서 운디네가 육지로 와서 모험하고 즐거운 시절은 보내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3악장 엔딩 3마디 전의 3박에 전타음 A대신 한지희는 G장3화음의 협화음인 B음으로 불며 G음으로 단3도 이동시켰고 4악장에서 다시 나오는 2악장의 주제를 멀리서 들려오게끔 연출한 점은 영롱하고 신비로웠다. 1악장 처음부터 랑랑이 소리를 팍 죽인 건지 피아노 내성이 거의 들리지 않고 플루트의 선율만 낭랑했다. 이어 피아노 간주에서 갑자기 랑랑이 볼륨을 확 높여버리는 등 앨범 전체적으로 두 악기 간의 소리의 크기와 밀집도가 불균형해서 하나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악기 간의 분리와 소리를 따로 녹음해 붙인 듯한 인상이 강했다. 악장 별로 따로 녹음하였는지 볼륨의 차이도 있다. 4악장은 전체적으로 강하게 몰고 가는 랑랑에 비해 한지희가 버거워하고 호흡이 불규칙적이었다. 3분 30초 경의 Db장조로 이명동음전조되는 부분에서 4박의 못갖춘마디 Db 아우트탁트를 먹어 버린 점, Piu lento에서 플루트와 피아노의 다이내믹을 바꿔가면서까지 플루트에게 주도성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전형적인 레코딩이었다.
협주곡에서는 무엇보다 속도 파악, 음표 균일성, 호흡의 지지, 손가락의 능숙함이 돋보였다. 고음의 음량과 음색을 조절하였고 프레이즈를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였다. 제2악장 팀파니와 호른의 서주는 무겁고 느려 2악장 플루트의 투과력 있는 음색이 빛났던 2악장의 서주와 강하게 대비되었다. 실제로 mf의 D음이 왠지 망설이고 수줍은 듯한 소리로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면서 처음과 마지막 음을 살짝 끌면서 작품이 내포한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게 하였다. 2악장은 정교하고 모든 게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져 놀랐다. 솔로 첼로와의 주고받음이나 베이스의 피치카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울리는 호른까지 마치 AI나 Midi로 찍은 거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3악장 코다에서의 10연음은 그전의 3연음이나 6연음 그리고 점음표와 당김음 등의 다양한 리듬 패턴처럼 정확하게 나왔다. 다만 여기서도 1악장부터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가 전혀 들리지 않아 오케스트라 베이스가 풍부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목관악기가 가까이 다가와서 붙어있는 등 레코딩 후 마스터링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간 흔적이 보였다. 역설적으로 너무나 완벽하고 교과서적인 음반이라서 이질감이 든다. 인공적이다.
1908년에 쓰인 라이네케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발라드> 역시 협주곡에서처럼 한지희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줘 책상을 탁 치게 할 정도로 감탄이 나왔다.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낭만주의와 인상주의가 혼합된 서정적 감성과 아름다운 선율이 단악장의 협주곡으로 흘러나왔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차가운 느낌이 난다. 뭔가 조그마한 틈이나 허술한 걸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듯한 의도가 드러나는 듯했다. 랑랑한테는 왠지 모르게 한 수 접고 들어갔다는 느낌이, 오케스트라에서는 반대로 여왕, 아니 대갓집 마님처럼 군림하며 기품을 과시했다.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헐리우드나 게임 OST 사운드에 근접한 세련미의 극치를 선보였다. 한지희의 이번 앨범은 작품 전체를 조망한 균형 잡힌 연주라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플루트에게 버프를 몰아준 음반이라 할 수 있다.
평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
파리 불로뉴 국립 음악원을 졸업하고 미국 오벌린 칼리지에서 학사를 마친 후 귀국 하여 이화여대에서 석사를 그리고 서울대에서 2023년에 박사학위를 받은 한지희가 4월 26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출시한 《카를 라이네케 플루트 작품집》 음반은 독일 낭만파 작곡가 카를 라이네케의 플루트 소나타와 협주곡 그리고 <발라드 d단조>로 구성되어있다. 피아노는 랑랑이, 바실리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였다. 음반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2026년 4월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된 콘서트에서는 하루 전날(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스트미디어 주최로 독주회를 치른 랑랑에, 김선욱이 지휘하는 SM 클래식스 타운 오케스트라가 출연하였다.
라이프치히 음악원 원장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한 라이네케의 플루트 작품들은 플루티스트의 필수 레퍼토리이다. 땅, 물, 바람, 불의 네 가지 원소요정들은 육체만 갖고 있어서 인간과 결합하여야만 영혼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낭만주의 소설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읽고 영감을 받아 쓴 라이네케의 플루트 소나타 1번 <운디네>는 환상적 요소와 동화적 색채가 어우러진 물의 요정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악장에서 한지희는 넓은 음역의 아르페지오로 물의 넘실거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2악장 인터르메쪼에서는 스타카토를 부각한 개개 음의 정확한 인토네이션보다는 피치를 조금 올려 율동성을 강조하면서 운디네가 육지로 와서 모험하고 즐거운 시절은 보내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3악장 엔딩 3마디 전의 3박에 전타음 A대신 한지희는 G장3화음의 협화음인 B음으로 불며 G음으로 단3도 이동시켰고 4악장에서 다시 나오는 2악장의 주제를 멀리서 들려오게끔 연출한 점은 영롱하고 신비로웠다. 1악장 처음부터 랑랑이 소리를 팍 죽인 건지 피아노 내성이 거의 들리지 않고 플루트의 선율만 낭랑했다. 이어 피아노 간주에서 갑자기 랑랑이 볼륨을 확 높여버리는 등 앨범 전체적으로 두 악기 간의 소리의 크기와 밀집도가 불균형해서 하나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악기 간의 분리와 소리를 따로 녹음해 붙인 듯한 인상이 강했다. 악장 별로 따로 녹음하였는지 볼륨의 차이도 있다. 4악장은 전체적으로 강하게 몰고 가는 랑랑에 비해 한지희가 버거워하고 호흡이 불규칙적이었다. 3분 30초 경의 Db장조로 이명동음전조되는 부분에서 4박의 못갖춘마디 Db 아우트탁트를 먹어 버린 점, Piu lento에서 플루트와 피아노의 다이내믹을 바꿔가면서까지 플루트에게 주도성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전형적인 레코딩이었다.
협주곡에서는 무엇보다 속도 파악, 음표 균일성, 호흡의 지지, 손가락의 능숙함이 돋보였다. 고음의 음량과 음색을 조절하였고 프레이즈를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였다. 제2악장 팀파니와 호른의 서주는 무겁고 느려 2악장 플루트의 투과력 있는 음색이 빛났던 2악장의 서주와 강하게 대비되었다. 실제로 mf의 D음이 왠지 망설이고 수줍은 듯한 소리로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면서 처음과 마지막 음을 살짝 끌면서 작품이 내포한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게 하였다. 2악장은 정교하고 모든 게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져 놀랐다. 솔로 첼로와의 주고받음이나 베이스의 피치카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울리는 호른까지 마치 AI나 Midi로 찍은 거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3악장 코다에서의 10연음은 그전의 3연음이나 6연음 그리고 점음표와 당김음 등의 다양한 리듬 패턴처럼 정확하게 나왔다. 다만 여기서도 1악장부터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가 전혀 들리지 않아 오케스트라 베이스가 풍부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목관악기가 가까이 다가와서 붙어있는 등 레코딩 후 마스터링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간 흔적이 보였다. 역설적으로 너무나 완벽하고 교과서적인 음반이라서 이질감이 든다. 인공적이다.
1908년에 쓰인 라이네케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발라드> 역시 협주곡에서처럼 한지희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줘 책상을 탁 치게 할 정도로 감탄이 나왔다.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낭만주의와 인상주의가 혼합된 서정적 감성과 아름다운 선율이 단악장의 협주곡으로 흘러나왔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차가운 느낌이 난다. 뭔가 조그마한 틈이나 허술한 걸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듯한 의도가 드러나는 듯했다. 랑랑한테는 왠지 모르게 한 수 접고 들어갔다는 느낌이, 오케스트라에서는 반대로 여왕, 아니 대갓집 마님처럼 군림하며 기품을 과시했다.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헐리우드나 게임 OST 사운드에 근접한 세련미의 극치를 선보였다. 한지희의 이번 앨범은 작품 전체를 조망한 균형 잡힌 연주라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플루트에게 버프를 몰아준 음반이라 할 수 있다.
평 성용원(작곡가, 본지 상임평론가)